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7년 5월
구판절판


집은 물리적일 뿐 아니라 심리적인 성소가 되었다.집은 정체성의 수호자였다. 오랜 세월에 걸쳐 그 소유자들은 밖으로 떠돌던 시절을 끝내고 돌아와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했다.-11쪽

스토아학파 철학자나 제네바 호숫가의 성 베르나두스의 태도를 본 따, 궁극적으로 건물이 어떤 모양인지, 천장에 무엇이 있는지, 벽을 어떻게 처리하든지 별 상관이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렇게 거리를 두는 자세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름다움이 부재하는 곳에 우리 자신을 완전히 열었을때 마주하게 될 슬픔을 빗겨가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다. -14쪽

우리가 감탄하는 건물은 결국 여러 가지 방식으로 우리가 귀중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상찬한다. 즉 이런 건물은 재료를 통해서든,형태를 통해서든, 색채를통해서든, 우정, 친절, 섬세, 힘, 지성 등과 같은 누구나 인정하는 긍정적인 특질들과 관련을 맺는다.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감각과 좋은 삶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서로 얽혀 있다. 우리는 침실에서 평화를 연상하려 하고, 의자에서 관대와 조화의 비유를 찾고, 수도꼭지에서 정직하고 솔직한 분위기를 구한다. 우리는 우아하게 천장과 만나는 기둥, 지혜를 암시하는 낡은 돌계단, 부채꼴 채광창으로 장난스러움과 예의바름을 동시에 보여주는 조지 왕조 시대의 문간에서 감동을 받는다.

시각적 취향과 우리의 가치 사이의 친밀한 제휴를 가장 투명하게 표현한 사람은 스탕달이었다.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다."-104쪽

스탕달은 인류가 윤리적인 취향만이 아니라 시각적 취향을 놓고도 늘 갈등을 일으킨다는 점을 이해했기 때문에 이렇게 덧붙였다.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만큼이나 아름다움의 스타일도 다양하다."-108쪽

우리가 환경에 민감한 이유는 인간 심리의 곤혹스러운 특징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우리가 우리 내부에 수많은 자아를 품은 방식 말이다. 그 모든 자아가 똑같이 '나'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불협화음 때문에 어떤 분위기에 들어가면 스스로 나의 진정한 자아라고 규정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졌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그런 순간에 그리워하는 자아, 즉 우리 인격 가운데 진정하고,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면은 손에 잘 잡히지 않아 마음대로 불러낼 수가 없다. 우리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우리가 우연히 머물게 된 장소에 따라, 벽돌의 색깔, 천장의 높이, 거리의 배치에 따라 그런 자아에 접근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도로 세 개에 의헤 목이 졸리는 호텔방에서, 또는 황폐한 고층빌딩으로 이루어진 황무지 같은 곳에서는 낙관주의와 목적의식이 구멍 난 그릇의 물처럼 새어나가기 십상이다. 심지어 우링게 야망이 있었다는 것, 활기차게 희망을 품어볼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 환경이 우리가 존중하는 분위기와 관념을 구현하고, 우리에게 그것을 일깨워주기를 은근히 기대한다.-110쪽

건물이 일종의 심리적 틀처럼 우리를 지탱하여, 우링게 도움이 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유지해 주기를 기대한다. 우리 내부에 필요한 것-그러나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잊을 위험이 있는 것-을 표현해주는 물질적 형태들을 주위에 배치한다. 벽지, 벤치, 그림, 거리가 우리의 진정한 자아의 실종을 막아주기를 기대한다.-111쪽

매일 하루를 마감하고 스톡홀름 북부 레에 있는 그런 집으로 퇴근할 수도 있다고 상상해 보라. 직장에서 보내는 하루는 정신없고 지저분할 수도 있다. 회의가 빽빽하게 잡혀 있고, 예의상 악수를 해야 하고, 잡담을 나누고, 관료제에 시달려야 한다.동료를 이기려고 믿지도 않는 이야기를 하고, 따지고 보면 마음에 들지도 않는 목표 때문에 질투심을 느끼거나 흥분할 수도 있다.

그러다 마침내 집에 돌아와 혼자 있게 되어 복도 창 밖정원 위로 어둠이 깔리는 것을 보면, 서서히 더 진정한 나, 낮 동안 옆으로 늘어진 막 뒤에서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나와 다시 접촉을 하게 된다.
...신을 섬기지 않더라도가정적인 건축 하나가 사원이나 교회와 다를 바 없이 우리의 진정한 자아를 기억하는 일을 도울 수 있다.-125쪽

우리는 우리의 일그러진 본성을 바로잡아주고, 우리를 지배하는 일 때문에 희생해버린 감정들을 되살려주는 능력 때문에 어떤 건물들을 귀중하게 여긴다. 경쟁심, 질투심, 호전성, 이런 것들은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찾아온다. 그러나 광대하고 숭고한 우주 한가운데서 느끼는 겸허, 저녁이 시작될 무렵의 고요를 향한 욕망, 엄숙과 친절에 다가가고 싶은 갈망, 이런 감정들은 우리의 내적 풍경의 한 자리를 지속적으로 차지하기가 힘들다. 안타깝게도 그런 부분들이 우리 안에 없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을 집과 연결시키려 하는지도 모른다.-127쪽

집이라는 개념과 예쁘다는 개념 사이에는 어떤 필연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더 넓은 세상이 무시하는, 또는 우리의 산만하고 우유부단한 자아가 잘 붙들지 못하는 중요한 진실들을 더 일관되게 우리에게 제공할수 있는 곳일 뿐이다. 우리는 글을 쓰듯이 집을 짓는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기록해 두는 것이다.-127쪽

브라질리아에도 결국 여느 도시와 다를바 없이 거지와 빈민가, 널찍한 도로 위의 타버린 풀과 성당 벽의 갈라진 틈이 생겨나게 되었지만, 건축에서 이상화의 옹호자들은 그 정도로 단념하지는 않았다. 베로네세의 천장 밑에서 목격되는 배신과 무능 애시니엄 클럽 안의 어리석음, 핀란드의 알코올중독과 절망, DZ 은행 사무실 내의 구제불능의 권태에 기가 죽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149쪽

예술의 이상화 이론의 영향 하에서 만들어진 건축은 어떤 면에서는 하나의 선전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수준 높은 예술은 이념에서 자유로우며, 순수하게 그 자체로 감탄을 자아낸다고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전'이라는 말은 어떤 학설이나 믿음의 장려를 가리키는 말이며, 그 자체로는 아무런 부정적 함의가 없다. 그런 장력의 대상이 주로 밉살스러운 정치적 상업적 의제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인데, 그것은 그 말 자체의 결함이라기 보다는 역사의 우연이다. 예술 작품은 그 자원을 이용해 우리를 뭔가로 이끌 때, 그래서 우리가 어떤 목적이나 관념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도록 우리의 감수성이나 마음 자세를 고양시키려고 할 때 하나의 선전이 된다. 이런 정의를 따른다면 예술작품 가운데 선전으로 꼽지 못할 것이 거의 없다.-152쪽

...우리가 아름다운 것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인생이 여러가지 문제들로 가장 심각할 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낙담한 순간들은 건축과 예술로 통하는 입구를 활짝 열어준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그것을 사고 싶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지만, 우리의 진정한 욕망은 아름다운 것을 소유하기보다는 그것이 구현하는 내적인 특질을 영원히 차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을 구매하는 것은 사실 그것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갈망을 처리하는 가장 무미건조한 방식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과 자려고 하는 것이 사랑의 감정에 대한 가장 무딘 반응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158쪽

천장을 받치는 기둥을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우아함과 그 반대의 길이 결정적으로 갈리곤 한다. ...기둥은 우리 자신이 우리의 짐을 감당하는 방식을 비유로 보여주는 것 가같다.-223쪽

"우리는 교외를 없애야 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그렇게 말했다. 그가 이런 식으로 거부감을 보인 것은 교외 거주자들이 말뚝 울탈와 빌라들의 미학만큼이나 그들의 편협한 정신적 전망을 증오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시에서는 도시가 주는 즐거움을 모두가 누릴 수 있을 터였다. 헥타르당 1천 명의 인구밀구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편안한 집에서 살 수 있을 터였다. 심지어 수위도 자기 서재를 가질 수 있다. -260쪽

우리는 슬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는 상황에서 화를 낸다. 적당한 위생 시설과 가로등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래된 거리를 그냥 부수어 버린다. 우리는 만족의 근원을 이해하려고 헛된 노력을 하다가, 슬픔으로부터 그릇된 교훈을 배운다.-267쪽

우리의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 많은 것들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 가치를 할당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힘을 우리는 '교양'이라고 부른다.-279쪽

1900년 일본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영국으로 여행을 와서 자신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에 영국 사람들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약간 놀랐다. "한 번은 눈 구경을 하자고 어떤 사람을 초대했다가 비웃음을 샀다. 또 한 번은 일본인의 감정이 달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고 이야기 했는데, 듣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나는 스코틀랜드에 초대를 받아 궁궐같은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어느 날 주인과 함께 정원을 산책하다가 줄지어선 나무들 사이의 작은 길에 이끼가 두텁게 덮인 것을 보았다. 나는 칭찬을 하면서, 그 길들이 멋지게 나이를 먹은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하였다. 그러자 주인은 곧 정원사에게 이끼를 모두 긁어 내게 할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280쪽

우리는 책, 시, 그림 덕분에 인정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았던 우리안의 감정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곤 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현상을 휘슬러가 템스 강을 그리기 전에는 런던에 안개가 없었다는 말로 재치있게 표현했다. -282쪽

르 코르뷔지에는 심술궂게 한 마디 했다.
"우리는 도시의 운명이 시청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한다."-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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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리퍼블릭 - Orange Republic
노희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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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란 것도 빈익빈부익부였다. 똑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열등감'에 젖어 있는 사람은 '자신감'을 소유한 살마을 이길 수 없는 법이었다. -49쪽

...밀가루 입힌 고기를 기름에 빠뜨리면 소나기 듣는 소리가 났다. -61쪽

좋은 교육을 받는다는 건 별게 아니다. 남들은 죽도록 노력해야 얻는 것을, 어떤 이들은 놀면서 터득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게 노는 물이 좋다는 말의 진짜 의미였다.
X고에는 미국 시민권자가 꽤 많았다. 시민권을 유지하려면 방학 때마다 미국에 다녀와야 했다. 그 애들은 나갔다 올 때마다 한국에서는 들을 수 없는 음악을 사오거나 녹음해왔다. 시민권자와 친하고 소형 카세트 레코더가 있는 애들만이 그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환경은 선천적인 재능이었다. 90년대 초반에 한국 최초의 힙합 그룹을 결성한 가수와 이십대에 한국의 음반 시장을 좌지우지하게 된 엔터테인먼트 계의 큰손이 모두 강남 8학군에서 나온 건 우연이 아니었다. -102쪽

...성공하면 평생 든든한 깡패 친구 하느 두는 거고, 실패하면 이 기회에 내세울 만한 사연 하나 챙겨 가지는 거다. 목숨을 건 투쟁. 불꽃같은 젊음. 이 몸이 이래 봬도 소싯적엔 이름 석 자면 다 알 만한 조폭 두목과 맞장 떴던 놈이올시다, 몇 년 뒤 어느 어촌에서 소주잔을 가우르며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창녀에게 말하고 있으리라. 어차피 스물 아홉까지만 살다 죽을 거였다. 진정으로 무서운 건 비운의 죽음이 아니라,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다 늙어 죽는 삶이었다.-120쪽

첫사랑이란 가슴에 모양틀을 뚫는 일이었다. 삼각형으로 뚫리면 삼각형으로, 동그라미로 뚫리면 동그라미로, 별 모양으로 뚫리면 별 모양으로, 평생 동안 감정일나 반죽을 잘라내게 되는 거였다.-143쪽

...부모가 반대한다고 해서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당신의 꿈을 더 오래 기억할 사람은 부모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147쪽

상처는 상처가 아니었다. 진짜 상처는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었다. 잘못 아문 상처의 흔적이야말로 진짜 상처였다. 어ㄸ사람한테는 술이고,어떤 사람한테는 잠수고, 또 어떤 사람한테는 섹스이거나 자해이거나 폭력일 수도 있는 그것. 어떻게든 상처는 낫게 마련이지만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은 일생을 두고 반복될 수도 있다.-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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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이디스 워턴 지음, 김욱동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구판절판


채리티는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하니에게 주었다. 그러나 삶이 그에게 줄 수 있는 다른 선물과 비교한다면 도대체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그녀는 이런 일을 겪은 자신과 같은 다른 젊은 여자들의 경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것을 모두 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것 가지고는 짦은 순간밖에 살 수 없었던 것이다.-217쪽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그 사는 날이 짧은 데다가 그 생애마저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으며 ....피었다가 곧 시드는 꽃과 같이 ..."
-욥기 14장 1-2절 -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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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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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상품과 상품 사이의 '차이'를 소비한다. 중요한 것은 사용가치가 아니라 기호가치다. 생산과 소비의 물질적 모델은 산업사회에 속하는 것. 그것에 대한 정보사회의 모델은 비물질화 혹은 재물질화, 다시 말해 물질이 아닌 브랜드 그자체, 혹은 물질의 디자인과 결합된 브랜드일 것이다. -19쪽

이마 바로 뒤인 '전전두엽'에서 담당한다고 알려진 이 21세기형 창조적 기능들은 사회화가 많이 될수록 또 일찍 될수록 오히려 줄어드는 능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스티브 잡스의 대학 중퇴는 그에겐 독이 아니라 약이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33쪽

애플의 미학은 비물질화를 지향하던 디지털 기술을 재물질화 쪽으로 돌려놓았다.-39쪽

문자가 등장하기 이전에 정보를 저장하는 유일한 장소는 두뇌였다. 예나 지금이나 '아는 것이 힘'이다. 푸코의 표현을 빌리면 '지식과 권력은 한 몸'이다. 이 때문에 사회 성원 대다수가 문자를 모르던 때는 가장 많은 기억을 가진 자,즉 연장자가 사회에서 권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문자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인간은 정보를 외장할 수 있게 되었다. 지식이 외장 되면, 그것은 인간 두뇌의 자연적 한계를 넘어 무한히 축적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것이 이른바 '문명'의 시초임을 알고 있다.-44쪽

졸리의 존재 미학은 도덕을 우습게보는 개별자의 절대적 자유를 가지고 더 높은 사회적 윤리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데 그 요체가 있다. ...졸리는 형해화한 기존 도덕을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도덕을 자기 스스로 만들어나간다.-165쪽

기업과 제품 브랜드 이미지를 평가하는 미국의 한 연구자에 따르면, 최근 미국인들은 자유롭고 혁신적이며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 개척자 정신을 연상시키는 기업을 볼 대 배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크게 증가하며, 이때 그 기업과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182쪽

생수 한 병을 마시는 것은 자동차 1킬로미터를 운전하는 것과 동일한 정도로 환경에 영향을 주며, 생수 1리터를 만드는 것이 같은 양의 수돗물을 생산할 때보다 600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191쪽

사람들이 대화 도중 웃는 것은 농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 때문인 경우는 10~20퍼센트에 불과하며, 대부분 친구의 근황이나 자신이 겪은 일상적 경험을 주고 받을 때라는 것이다. 가장 큰 웃음이 터진 대화를 분석해봐도 그다지 포복절도할 내용은 아니었으며, 농담을 듣는 사람보다 농담을 하는 사람이 1.5배이상 더 많이 웃었다.
이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웃음은 유머에 대한 생리적 반응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사회적 신호라는 메세지를 전해준다. 친하거나 호감이 가는 상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워 웃는 것이지, 농담을 주고받아야만 웃음이 터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219쪽

9시 뉴스가 메인 뉴스가 된 가장 그럴듯한 근거는 직장인의 일주기생활패턴가설이다. 텔레비전 뉴스를 주로 보는 시청자층은 중장년의 남자들, 그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해서 집에 와 씻고 텔레비전 앞에 앉기까지 가장 빈도수가 높은 시간대가 밤 9시라는 주장이다. 일찍 퇴근하는 문화가 정착된 미국이나 영국은 메인 뉴스를 오후6시에 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을 고려한 시간 배치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272쪽

프랑스의 심리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가 쓴 컬처코드에 따르면, 레고는 독일로 수출하는 자신들의 완구 제품에 상세한 조립법을 답은 설명서를 넣어 팔았는데 판매는 대성공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매뉴얼이 담긴 레고 시리즈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달리 질서를 강조하는 문화적 전통에서 자란 독일 어린이들은 설명서에서 지시하는 대로 조립만 하면 자동차가 되고 우주선이 되는 레고에 열광했지만 자유와 개척 정신이 더 중요했던 미국 어린이들에겐 조립 설명서가 풀어야 할 숙제처럼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282쪽

위키피디아가 소중한 이유는 다음 세대에게 공유할수록 서로 부유해진다라는 인생의 놀라운 진실을 가르쳐주었다는 데 있다. 위키피디아는 우리들에게 지식을 운반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참여와 공유의 습관을 가르치고, 그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305쪽

실력을 갖고도 학벌이 없어 인정을 못 받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사회만 탓하는 것도 그리 생산적인 것 같지는 않다. 이 문제를 극복하는 데는 사회와 개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는 그런 차별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없애는 데 노력해야 하고, 개인은 학벌을 위조하는 위법이나 그 차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사회와 적당히 타협하는 편법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그런 차별의 벽을 돌파해나가는 존재 미학을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힘들게 얻어낸 명예는 그만큼 더 고상한 것이다. -3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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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여행자 도쿄 김영하 여행자 2
김영하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7월
절판


휴대폰은 주변을 시끄럽게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덕분에 남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짜로 엿들을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이건 여담이지만 나는 휴대폰이 도시 미관에 기여한 공로가 있다고 생각한다. 휴대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거리에서 활짝 웃는 사람을 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히죽거리며 거리를 걷고 있다. 지하철에서 내 앞에 앉아 있던 새침한 여학생이 벨이 울리자 만면 가득 미소를 지으며 통화를 시작한다. 나는 그럴 때 휴대폰에 감사한다. -183쪽

도쿄의 젊은이들은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하다. 타인보다 자기 자신을 더 잘 견딜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과연 그럴까?)-218쪽

인간의 뇌는 실제의 보상보다 보상에 대한 기대에 더 달아오르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보상을 기대할 때, 뇌의 흥분은 최고에 달하지만 막상 그 보상이 제시되면 뇌의 흥분은 가라앉아버리는 것이다. -240쪽

거품이 맥주 그 자체를 대신하는 것, 꽃꽃이가 꽃 그 자체를 대신하는 것, 수집벽이 그 물건의 가치를 초과하는 것, 그런 일종의 전도야말로 일본 문화의 특징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장인이라는 존재가 필요해진다. 불필요할 정도로 과도한 숙련, 무가치한 초과, 장인은 그 모든 것의 '거품' 속에서 위태롭게 존재하는 눈부신 잉여이다.-241쪽

현대의 어떤 행위들은 그것의 궁극적 물질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유사한 곤란에 처해 있다. 웹아트를 하는 미술가가 자신이 실은 미켈란젤로나 로댕과 같은 예술가임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 휴대폰 소설을 쓰는 작가가 하이쿠 시인 바쇼와 자신이 같은 존재임을 증명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는 것이다.-256쪽

처음에는 여행자가 여행안내서를 선택한다. 그러나 한 번 선택하면, 그 한 권의 여행안내서가 여행자의 운명을 결정한다.

...저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아주 일부만을 우리에게 전한다. 거기에는 저자 자신의 한계와 지면의 한계, 편집자의 한계 같은 것이 작용할 것이다. 나는 1995년에 영어판 론리 플래닛을 들고 유럽에 갔다가 보름 동안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 같은 영어권 국가에서 온 배낭여행자들과 같은 숙소에서 지내야 햇고 사랑하는 모국어를 거의 쓰지 못했다. 영어판을 들고 갔기 때문에 나는 론리 플래닛이 소개한 숙소와 식당에만 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일본어판을 번역한 세계를 간다 시리즈를 들고 가면 사방에서 일본어가 들려온다.
...분명한 것은 이 여행안내서 역시 여행자와 도시를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도시를 여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여행안내서 안을 열심히 돌아다니다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262쪽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 10년. 서울의 가장 큰 변화는 상점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상점은 한 개인이 자신의 경력과 취향, 판단력에 의존해 운영해가는 가게를 말한다. 이런 의미의 상점은 급속하게 사라져가고있다. 과일가게나 야채가게는 대형마트의 매장으로 흡수돼버렸다. 옷가게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아울렛 매장의 한 귀퉁이로 들어가버렸다. 개인의 취향을 고집하는 가게들은 몰락하고 대기업의 체인점, 브랜드 매장만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용산전자상가에 몰려 있는 전자제품 가게들은 이름만 가리면 모두가 똑같고 백화점들도 대동소이하다. 길을 걷다 잠깐 들어가 책장을 들출 수 있는 서점들도 거의 모습을 감췄다. 서울에서의 쇼핑은 그래서 점점 재미가 없어져간다. 책이나 전자제품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고 옷은 백화점에서, 야채와 과일은 대형 마트에서 산다. 취향과 고집을 가진 주인과 물건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그가 권하는 물건을 믿고 가져올 수 있는 상점들은 이제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 서울의 상점가는 거대한 브랜드의 전시장 혹은 대기업의 대리점들로 변해가고 있다. -279쪽

...서울에서는 김밥집을 차려도 이름이 난 체인의 일개 점포가 되고자 하고 옷가게를 차려도 텔레비전에서 광고를 하는 브랜드의 매장이 되고자 한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에서 개인들은 대기업이나 이름난 브랜드의 신뢰를 빌려야만 한다. 동네 야채가게에서는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일지도몰ㄴ다고 생각한다.그러나 대형마트의 식품 매장은 그럴리ㅣ가없다고 생각한다.동네의 옷가게는 반품을 받아주지 않지만백화점이나 케이블 홈쇼핑은 받아줄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ㅡ것은 많은 경우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대기업이나 체인점 본부에 일정 수익을 갖다 바치면서 장사를 해야 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비용을 신뢰비용이라고 한다. 대기업이나 체인점 본부는 신뢰를 보증하는 대가로 지점이나 대리점으로부터 가만히 앉아 돈을 받는다.-280쪽

신뢰의 비용이 적은 곳이기 때문에 창업하는 사람의 몸도 가벼울 수바껭 없다. 도쿄의 젊은이들은 참 간단하게도 가게를 차리는 것 같다. 어떤 것을 사랑하고 그것을 취향으로 가꿔가다가 어느 경지에 이르면 그것을 남과 나눠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취향을 남과 공유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상점을 여는 것이다.
...됴코의 젊은이들을 관찰해보면 창업에 이르는 생각의 경로가 우리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먹고살려면 뭘 하는 게 좋을까?'라고 생각하는 게 우리라면,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고 생각하는 게 도쿄의 젊은이들 같다.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취향과 고집을 가진 인간들이 친절하기까지를 기대하는 것은 본래 무리한 일이다. 오직 도쿄만이 그 예외이다.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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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8 00: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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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8 20: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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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4 00: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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