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장바구니담기


대중은 상품과 상품 사이의 '차이'를 소비한다. 중요한 것은 사용가치가 아니라 기호가치다. 생산과 소비의 물질적 모델은 산업사회에 속하는 것. 그것에 대한 정보사회의 모델은 비물질화 혹은 재물질화, 다시 말해 물질이 아닌 브랜드 그자체, 혹은 물질의 디자인과 결합된 브랜드일 것이다. -19쪽

이마 바로 뒤인 '전전두엽'에서 담당한다고 알려진 이 21세기형 창조적 기능들은 사회화가 많이 될수록 또 일찍 될수록 오히려 줄어드는 능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스티브 잡스의 대학 중퇴는 그에겐 독이 아니라 약이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33쪽

애플의 미학은 비물질화를 지향하던 디지털 기술을 재물질화 쪽으로 돌려놓았다.-39쪽

문자가 등장하기 이전에 정보를 저장하는 유일한 장소는 두뇌였다. 예나 지금이나 '아는 것이 힘'이다. 푸코의 표현을 빌리면 '지식과 권력은 한 몸'이다. 이 때문에 사회 성원 대다수가 문자를 모르던 때는 가장 많은 기억을 가진 자,즉 연장자가 사회에서 권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문자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인간은 정보를 외장할 수 있게 되었다. 지식이 외장 되면, 그것은 인간 두뇌의 자연적 한계를 넘어 무한히 축적되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것이 이른바 '문명'의 시초임을 알고 있다.-44쪽

졸리의 존재 미학은 도덕을 우습게보는 개별자의 절대적 자유를 가지고 더 높은 사회적 윤리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데 그 요체가 있다. ...졸리는 형해화한 기존 도덕을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도덕을 자기 스스로 만들어나간다.-165쪽

기업과 제품 브랜드 이미지를 평가하는 미국의 한 연구자에 따르면, 최근 미국인들은 자유롭고 혁신적이며 새로운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 개척자 정신을 연상시키는 기업을 볼 대 배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크게 증가하며, 이때 그 기업과 제품에 대한 선호도도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182쪽

생수 한 병을 마시는 것은 자동차 1킬로미터를 운전하는 것과 동일한 정도로 환경에 영향을 주며, 생수 1리터를 만드는 것이 같은 양의 수돗물을 생산할 때보다 600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191쪽

사람들이 대화 도중 웃는 것은 농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 때문인 경우는 10~20퍼센트에 불과하며, 대부분 친구의 근황이나 자신이 겪은 일상적 경험을 주고 받을 때라는 것이다. 가장 큰 웃음이 터진 대화를 분석해봐도 그다지 포복절도할 내용은 아니었으며, 농담을 듣는 사람보다 농담을 하는 사람이 1.5배이상 더 많이 웃었다.
이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웃음은 유머에 대한 생리적 반응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사회적 신호라는 메세지를 전해준다. 친하거나 호감이 가는 상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워 웃는 것이지, 농담을 주고받아야만 웃음이 터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219쪽

9시 뉴스가 메인 뉴스가 된 가장 그럴듯한 근거는 직장인의 일주기생활패턴가설이다. 텔레비전 뉴스를 주로 보는 시청자층은 중장년의 남자들, 그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해서 집에 와 씻고 텔레비전 앞에 앉기까지 가장 빈도수가 높은 시간대가 밤 9시라는 주장이다. 일찍 퇴근하는 문화가 정착된 미국이나 영국은 메인 뉴스를 오후6시에 하는 걸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을 고려한 시간 배치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272쪽

프랑스의 심리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가 쓴 컬처코드에 따르면, 레고는 독일로 수출하는 자신들의 완구 제품에 상세한 조립법을 답은 설명서를 넣어 팔았는데 판매는 대성공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매뉴얼이 담긴 레고 시리즈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달리 질서를 강조하는 문화적 전통에서 자란 독일 어린이들은 설명서에서 지시하는 대로 조립만 하면 자동차가 되고 우주선이 되는 레고에 열광했지만 자유와 개척 정신이 더 중요했던 미국 어린이들에겐 조립 설명서가 풀어야 할 숙제처럼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282쪽

위키피디아가 소중한 이유는 다음 세대에게 공유할수록 서로 부유해진다라는 인생의 놀라운 진실을 가르쳐주었다는 데 있다. 위키피디아는 우리들에게 지식을 운반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참여와 공유의 습관을 가르치고, 그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305쪽

실력을 갖고도 학벌이 없어 인정을 못 받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사회만 탓하는 것도 그리 생산적인 것 같지는 않다. 이 문제를 극복하는 데는 사회와 개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는 그런 차별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없애는 데 노력해야 하고, 개인은 학벌을 위조하는 위법이나 그 차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사회와 적당히 타협하는 편법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그런 차별의 벽을 돌파해나가는 존재 미학을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힘들게 얻어낸 명예는 그만큼 더 고상한 것이다. -33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