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 포인트 - 작은 아이디어를 빅트렌드로 만드는
말콤 글래드웰 지음, 임옥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4년 9월
구판절판


우리는 기분 좋은 상태에 있는 주변 사람에 의해 기분이 고조된다. 평소 우리는 얼굴 표정이 내면 상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미소 짓는다. 나는 슬프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얼굴을 찡그린다. 사라므이 감정은 안쪽에서 바깥으로 나온다. 하지만 정서적인 감염은 그 반대도 가능하다고 암시한다. 만약 내가 당신을 미소 짓게 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감정은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가 정서를 안에서 바깥으로가 아니라 바깥에서 안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린중에는 자신의 정서와 감정을 표현하는 데 대단히 능숙한 사람들이 있다. 이 말은 우리보다 그런 사람들이 정서나 감정을 감염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93쪽

"150명 선에 이르면 일이 다루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되었어요."
...던바가 소규모 집단으로 묘사했던 이런 종류의 유대는 근본적으로 동료 집단이 압력을 행사하는 형태이다. 사람들이 서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당신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당신에게는 중요하다. 회사는 기본적으로 군사 조직의 단위와 유사한데, 150명 이하의 집단일 때 "명령이 잘 이행되며 제어하기 힘든 행동도 개인적인 충성심과 인간 대 인간의 직접적인 계약에 근거하여 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공장에서는 공식적인 경영 구조, 즉 중간관리층과 상층 관리인과 같은 통상적인 겹겹의 층위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규모 집단의 비공식적이고 인간적인 관계가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동료 집단의 압력은 사장이란 개념보다 훨씬 더 강합니다. 많은 경우 훨씬 더 강하죠. 사람들이란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기대하는 바대로 살고 싶어하거든요."-182쪽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정보를 저장한다는 점일 것이다. ...상호 교류 기억 시스템은 어떤 종류의 것을 누가 기억하는 것이 가장 적당한가에 관한 이해를 토대로 하고 있다. 상호교류하는 기억은 친밀성에 부분적으로 의존한다. 사실상 이런 형태의 상호기억을 상실함으로써 이혼이 그처럼 고통스러워진다고 웨그너는 주장한다.
"이혼한 사람들이 우울증을 경험하면서 인식 장애를 하소연하는 것은 이런 외적인 기억 시스템의 상실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이혼하기 전의 부부들은 공통된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드르이 경험을 논의할 수 있었다. ....한때 이들은 상대방이 광범위하게 저장하고 있는 기억을 이용하고 의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사라져 버린다. 상호 교류적인 기억의 상실은 자신의 기억 일부를 상실하는 것과 같이 느끼도록 만든다."-186쪽

흡연과 연관된 성격이 가진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반항, 성적인 조숙함, 솔직, 충동성, 타인의 의견에 대한 무관심, 감각적인 것의 추구 등 이 모든 특성들은 사춘기에 매력적으로 보였던 그런 유형의 사람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스쿨버스에서의 팜, 그레이트풀 데드 레코드를 가지고 있던 빌리 등은 하나같이 멋진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멋있게 보인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멋있었기 때문에 담배를 피웠다.
바로 이 성격사으이 특징들, 즉 반항심, 충동성, 위험을 무릅쓰는 모험심, 타인의 의견에 대한 무관심, 조숙함 등이 그들을 사춘기의 또래 집단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으며 ... 그 필수품이 바로 담배였다.

지난 10년에 걸쳐 금연운동은 엄청난 공공자금을 소비하면서 10대들에게 담배가 멋진 것이 아니라고 확신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흡연은 결코 멋진 적이 없었다. 담배 피우는 사람이 멋있었을 뿐이다. 즉, 선택된 소수가 전염성을 퍼뜨리는 데 책임이 있다. -231쪽

쥐의 두뇌에 니코틴 처리법을 지배하는 유전자가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니코틴이 얼마나 신속하게 유독성을 야기하는지, 니코틴이 얼마나 즐거움을 주는지, 어떤 종류의 기분 좋은 감정을 남기는지를 지배하는 유전 인자를 뇌 속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235쪽

로우와 해리스에 따르면 10대들이 흡연 습관에 감염되는 과정은 전체적으로 또래 집단과 연결되어 있다. 흡연은 어른들의 습관을 단지 흉내내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어른드르이 흡연이 줄어드는 시점에 왜 10대 흡연이 증가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된다. 10대 흡연은 10대가 되는 것의 표현이자 사춘기의 의식이다. 또한 정서적인 경험과 의미심장한 언어를 공유하는 것이다. -240쪽

만약 당신이 특정한 숫자 이하로 담배를 피운다면 전혀 중독된 것이 아니지만, 어떤 마술적인 숫자 이상을 넘어서는 순간 갑자기 당신은 중독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이 중독의 선은 무엇인가?
...해닝필드와 베노비츠는 담배 회사들이 니코틴 함량을 낮춤으로써 하루에 30개피 이상 피우는 사람들도 24시간 안에 니코틴의 용량을 4밀리그램 이상 흡수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제안한다.
"이 정도 니코틴 양은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중독으로까지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거나 제한하는 데 적당하다. 동시에 그들의 기호와 감각 자극을 충족시키기에도 충분하다."
10대들은 그들이 여지껏 시험삼아 담배를 피웠던 그 모든 이유 때문에 계속 담배를 피울 것이다. 즉 습관은 여전히 전염되고 멋있는 젊은이 들이 여전히 담배를 피우며, 그 문화에 여전히 잘 어울리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코틴 함량을 중독의 문지방 이하로 감소시켰기 때문에 흡연 습관은 더 이상 달라붙지 못하게 된다.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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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미술 - 르네상스에서 21세기 아시아까지 미술의 탄생과 역사
KBS [다큐멘터리 미술] 제작팀.이성휘 지음 / 예담 / 2011년 4월
절판


프로파일 형식은 화면의 측면을 향해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관람자의 시선을 외면한다. 초상화의 주인공이 관람자와 감정적인 교유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다분히 초상화의 주인공과 관람자간의 관계를 의식하고 만들어진 것이며, 실제 인물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상적인 이미지를 나타내고자 했다. 그래서 제작자는 주문자의 개인적인 특징을 어느 정도 표현하되 단점은 가리고 주문자의 욕구에 맞추어 미화시키고 이상화했다.-75쪽

<모나리자>는 동시대 작품들에 비해 정말 놀라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모나리자는 그림을 보는 사람을 바라보고 웃고 있다. 초상화와 관람자의 상포 작용(교감)은 여타 그림들과는 비교되는 <모나리자>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훌륭한 초상화는 모두 이와 같은 초상과 관람자 사이에 직접적인 감정의 교유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레오나르도가 최초라고 할 수 있다.-76쪽

영국 인구의 27퍼센트가 미술시장의 고객이라고 한다...영국에는 재미있는 이름의 아트페어가 또 하나 있다. '감당할 만한 affordable'아트페어'이다. 이 아트페어는 1년에 두 번 열리는데, 한 번 열릴때마다 100여개의 갤러리와 2만 명의 관람객이 몰린다. 이 아트페어는 미술에 대한 관심을 구매로 이끈 중요한 사례로 손꼽힌다. ..작품이 아무리 비싸도 3000파운드를 넘지 않는다.

한편 영국 정부는 미술품을 살 때 돈을 빌려주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own art with a 0%loan'이라는 제도 이다. 이 제도는 아트페어나 갤러리에서 미술품을 살 때 최대 2000파운드까지 무이자로 빌려준다. 빌린 돈은 10개월 분할 상환도 가능하다. 이 제도를 통해서 미술품 컬렉션에 대해 무지한 사람도 자신의 취향과 관심을 세련되게 다듬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248쪽

중국 미술시장의 어마어마한 규모는 150개가 넘는 중국의 경매회사 숫자로도 가늠할 수 있다. 이들은 연간 700회가 넘는 경매를 연다. 하루에 두 번골로 경매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주요 일간지인 문화보는 2006년 2월에 중국의 미술품 애호 수집가들과 투자자들은 700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의 연 거래액은 200억 위안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한국 전체 인구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을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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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30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탄과 결혼하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행복한 나라
린다 리밍 지음, 송영화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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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소남과 카르마가 다리 위를 걸어가다가 강물에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다른 문화권이라면 이야기가 이쯤에서 주인공들의 죽음으로 끝을 맺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부탄에서는 아니다. 잠시도 쉴 겨를 없이 여프이 학생이 말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환생했습니다."
또 다음 학생이 잇는다.
"소남은 아름다운 새가 되었고, 카르마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과 새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내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니...정말 근사한 생각 아닌가!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낡은 사고를 끄집어내고 색다르고도 포괄적인 세계관으로 채워넣었다.-57쪽

나는 미국 남부 태생이고, 공손한 편이고, 대화를 멈추는 건 상대를 불편하게 하니까 주의하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내 고향에서는 말하고, 말하고, 가능한 한 많이 말하는 것이 훌륭한 태도로 여겨졌다. 말할 것이 있으면 말하고, 너 자신을 억제하지 마라. 말할 일이 없어도 말해라. 미국에서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표현하고, 불평하고, 권유하고, 거들먹거리기도 하고, 강의하고, 소곤소곤 떠들면서 대기를 온통 소리로 채우고는 또 큰 소리로 웃어댄다. 그것도 전혀 쉬지 않고...
부탄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부탄에서는 말수가 적은 것이 훌륭한 태도의 본보기다. 자아도취 같은 건 아예 태어날 때부터 없다.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 식사시간. 생일 잔치, 장례식, 모임에서 항상 이야기 도중 무거운 침묵의 시간이 생긴다. 사실이지 말하는 시간보다 말하지 않는 시간이 더 길 정도다. 사람들은 앉아서 먹고, 마시고, 심지어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담소를 나눈다. 서양에는 존재하지 않는, 껍질 속 자기만의 삶을 살아간다.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이상을 의미한다. 부탄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82쪽

몇 년 전에는 불경을 갉아먹는 종벌레로 골치를 앓은 적이 있다. 도서관 직원들은 도덕적인 딜레마에 처했다. 불경은 부처의 말슴이니 잘 지켜야 하고, 모든 생명체는 숭고한 삶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살생하면 안된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이념이라 나라에서는 해충 방역도 하지 않는다. 도서관 직원들은 어떻게 했을가? 직원들은 연구를 하고 전문가와 상의한 후에 대책을 마련했다. 장뇌 같은 물질을 이용해 해충이 늘어나는 것을 막는 약초요법이었다. 즉 퇴치는 하되 죽이지는 않는다. -93쪽

미국에서는 데이트를 즐긴다. 영화를 보러 가거나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파티에 간다. 서로 화학반응이 없어도, 매력을 느끼지 못해도 수많은 대화가 오간다. 그들은 어쩌면 화학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대화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게이와 나는 전혀 달랐다. 우리에게는 그런 것들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109쪽

남게이와 결혼했을 때 우리는 이런저런 상황을 가정해보았다. 물론 아이를 갖는 것도 생각해보았지만, 미국 여자들은 보통 마흔살이 넘으면 불임치료를 해도 아기를 갖기는 힘들다고 남게이에게 말햇다. 그 점은 분명히 말해줄 필요가 있었다. 부탄 여자들은 그 나이에도 쉽게 아기를 가졌고, 심지어는 오십대에 임신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나이가 아미 너무 많이 들어서 임신할 수 없을 거라고 남게이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여보. 아기는 다음 생에 태어나서 가집시다."
그렇게 여운을 남겨놓는 말이 참으로 좋았다.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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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9-0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이거 읽고 싶어졌어요. 땡스투. 오늘은 1일이니까!
:)

LAYLA 2011-09-01 19:27   좋아요 0 | URL
나 부탄앓이 하고 있어요..부탄 남자들도 멋진거 같애.. 대형마트에 가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치즈가 있을수 있냐고 놀라는 남자를 사랑할거 같아요
 
설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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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의 연주 솜씨는 머스그로브 가의 두 자매보다 훨씬 나았다. 그러나 그냥 인사치레로나 자매가 잠시 쉬는 동안이 아니면, 자신의 연주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쯤은 앤도 잘 알고 있었다. 노래나 하프에 특별히 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옆에 앉아 연주를 들으면서 흐뭇해하는 다정한 부모님이 계신것도 아닌 처지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앤은 자신의 연주를 듣고 기뻐하는 것이 그녀 자신뿐임을 알고 있었다. 그런 느낌이 새로울 건 없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사정이 달랐던 적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때를 제외하고는 열네 살에 사랑하는 어머니를 여윈 이후로 누군가 그녀의 연주를 들어준다거나 정당한 평가와 진정한 감식안으로 격려해주는 호사를 누려본 적이 없었다. 음악 속에서 앤은 항상 자신이 이 세상에 혼자임을 느끼곤 했다. -65쪽

...그러나 곧 앤은 정신을 차려 감정을 다스리려 애썼다. 팔 년이었다. 모든 것을 단념한 지 어언 팔 년의 세월이 흘렀다. 세월에 묻혀 희미해져버린 줄 알았던 가슴떨림을 다시금 느끼다니,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가! 팔 년 세월에 무슨 일인들 생기지 않았을까? 온갖 사건과 변화, 단절, 망각, 팔 년이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나고도 남을 세월이 아닌가! 과거를 잊는 건 너무도 당연하고, 또 너무도 확실한 일이었다! 그 세월이 그녀가 살아온 생애 중 삼 분의 일이나 되는 시간일지라도 말이다.-82쪽

레이디 럴셀은 차분히 얘기를 듣고는 그들의 행복을 기원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스물셋의 나이에 앤 엘리엇과 같은 여자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알아본 듯했던 남자가 팔 년 뒤 루이자 머스그로브 같은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다니. 레이디 러셀의 마음속에선 한편 화가 나면서도 기쁘고, 또 한편 기쁘면서도 경멸스러운 복잡미묘한 감정이 차올랐다. -165쪽

벤윅 대령의 상태는 전에도 어렴풋이 짐작되던 바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고 해서 앤은 메리와 같은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의 마음에 자신을 향한 애틋한 감정이 싹트고 있었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하지만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려고 메리가 전해 준 얘기 이상으로 옥측을 할 마음은 없었다. 누구든지 웬만큼 호감 가는 젊은 여자가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하는 듯 보였다면, 그녀와 똑같은 찬사를 받았을 것이다. 벤윅 대령은 다정다감해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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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여행법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마스무라 에이조 사진,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2월
구판절판


...또 한 가지 이 여관에서 볼 만한 것은 가구와 집기들이다. "이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 돈을 주고 산 건 거의 없어요. 우리가 그때까지 수집해 두었던 것들과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물려 주신 것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지요. 그랬더니 보다시피 제법 근사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더군요."
나는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미국이라는 사회가 지니고 있는 속깊은 건전함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19쪽

열흘 동안 원인 모를 식중독과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멕시코 노래, 자동 소총을 든 용감한 젊은이들과 냉방 장치가 고장난 버스, 아무리 걷어차도 꼼짝달싹도 않는 코끼리처럼 뻔뻔스런 새치기 장사꾼 아줌마를 견뎌 내면서 혼자 멕시코를 여행해보고 새삼스레 절실히 느낀 것은, 여행이란 근본적으로 피곤한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내가 자주 여행을 해보고 나서 체득한 절대적인 진리다. 여행은 피곤한 것이며, 피곤하지 않은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비참함이 끝없이 이어지고, 예상했던 일이 빗나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67쪽

이상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물건을 한 가지씩 잃어버릴 때마다, 한 번 설사를 할 때마다, 시간에 늦어 한 번 버스를 놓칠 때마다, 그리고 아주머니들이 새치기를 할 때마다, 내 마음속엔 멕시코란 나라가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농담이 아니다. 독일에는 독일 나름대로의 피곤이 있고, 인도에는 인도, 뉴저지에는 뉴저지 나름대로의 피곤이 있다. 하지만 멕시코의 피곤은 멕시코에서밖에 얻을 수 없는 종류의 피곤인 것이다.

한 가지 피곤으로 다른 피곤을 상대화하는 일, 한 가지 피곤으로 다른 피곤을 변증법적으로 극복해 내는 일. 그것이 워크맨으로 릭넬슨의 노래를 들으면서 내가 막연하게나마 생각하고 있던 생각이었다.-69쪽

인디언 청년은 고향 마을에 살고 있던 때는 한 번도 굶은 적이 없었다. 가난한 마을이기는 했지만 굶주림이란 걸 그는 모르고 지냈다. 왜냐하면 그 마을에서 혹시 그가 끼니를 굶어야 할 일이 생긴다면, 누군가에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은 그 목소리를 듣고 아이고 넌 배가 고픈 것 같구나 우리집에 와서 밥을 먹으렴 하고 말하면서 밥을 먹여 주는 것이었다. 그 안녕하세요?하는 말소리만 듣고도 상대방이 밥을 먹었는지 굶었는지, 건강 상태가 좋은지 나쁜지까지 금세 다 알아차리고 마는 것이다. 그런 이심전심의 분위기에서 그는 자라났던 것이다. 그래서 도시에 나온 지 아직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는 그 인디오 청년은 배가 고프면 이 사람 저 사람을 향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며 돌아다녔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밥을 먹여 주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그래, 잘 있었지? 하고 인사를 받아 줄 뿐이었다. 그는 배가 고파 소리가 나오지 않을때까지 안녕하세요?하고 돌아다녔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우리집에 와서 밥을 먹어라고 말해 주지 않았다. 그제야 그는 겨우 여기서는 아무도 말의 울림이란 걸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102쪽

알아차렸다.-102쪽

태평양 전쟁에서는 실로 2백만이 넘는 병사들이 전사했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거의 의미 없는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본이라는 밀페된 조직 속에서 이름도 없는 소모품으로서 아주 운 나쁘게 비합리적으로 죽어 갔던 것이다. 그리고 이 '비합리적인 죽음','운 나쁜' 혹은 '비합리성'을 우리는 '아시아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쟁이 끝난 뒤 일본인은 전쟁을 증오하고 평화를 사랑하게 되었다.(좀 더 정확히 말하면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우리는 일본이라는 국가를 파국으로 이끈 그 비합리성을 전근대적인 형태로 타파하려고 노력해왔다. 자신의 내부에 있는 비효율성의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강요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외과수술이라도 하는 것처럼 단순히 그것을 물리적으로 배제했다. 그 결과 우리는 분명히 근대 시민 사화의 이념에 따른 합리적인 세계에 살 수 있게 되었으며, 그 합리성은 사회에 압도적인 번영을 가져다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역시 지금까지도 많은 사회적 국면에서 우리들이 이름도 없는 소모품으로서 조용히 평화적으로 말살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129쪽

의혹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다.
우리는 일본이라는 평화로운 민주국가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으며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표면을 한 껍질 벗겨 내면, 그곳에는 역시 이전과 비슷한 밀페된 국가 조직이나 이념 같은 것이 면면히 숨쉬고 있지는 않을까?-129쪽

지도라는 것은 아주 매혹적인 것이다. 지도에는 아직 자기가 가 본 적이 없는 지역이 펼쳐져 있다. 조용히, 말없이, 그러나 도전적으로. 들어 본 적도 없는 지명이 허다하다. 건너 본 적이 없는 커다란 강이 흐르고, 본 적 없는 높은 산맥이 줄을 잇고 있다. 호수나 하구는 하나같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변변치 않은 사막조차도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을 보낸다. 지도를 펴놓고 자기가 아직 가 본적 없는 곳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마녀의 노래를 듣고 있을 때처럼 마음이 자꾸만 끌려 들어간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것이 느껴진다. 아드레날린이 굶주린 들개처럼 혈관 속을 뛰어다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피부가 새로운 바람의 산들거림을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문득 떠나고 싶다는 강한 유혹을 느낀다. 일단 그곳에 가면, 인생을 마구 뒤흔들어 놓을 것 같은 중대한 일과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실제로는 그런 일은 매우 상징적인 영역에서만 일어나지만).-180쪽

이 세상에는 고향으로 끊임없이 회귀하려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고향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 양쪽을 구분짓는 기준은 대부분의 경우 일종의 운명의 힘인데, 그곳은 고향에 대한 상념의 비중과는 약간 다른 것이다. -204쪽

30여 년이나 지난 이야기- 그렇다. 나는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인간은 나이가 들면 그만큼 자꾸만 고독해져 간다. 모두가 그렇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인생은 고독에 익숙해지기 위한 하나의 연속된 과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태여 불만을 토로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불만을 털어놓더라도 도대체 누구를 향해 털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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