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과 결혼하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행복한 나라
린다 리밍 지음, 송영화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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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소남과 카르마가 다리 위를 걸어가다가 강물에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다른 문화권이라면 이야기가 이쯤에서 주인공들의 죽음으로 끝을 맺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부탄에서는 아니다. 잠시도 쉴 겨를 없이 여프이 학생이 말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환생했습니다."
또 다음 학생이 잇는다.
"소남은 아름다운 새가 되었고, 카르마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과 새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내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니...정말 근사한 생각 아닌가!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낡은 사고를 끄집어내고 색다르고도 포괄적인 세계관으로 채워넣었다.-57쪽

나는 미국 남부 태생이고, 공손한 편이고, 대화를 멈추는 건 상대를 불편하게 하니까 주의하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내 고향에서는 말하고, 말하고, 가능한 한 많이 말하는 것이 훌륭한 태도로 여겨졌다. 말할 것이 있으면 말하고, 너 자신을 억제하지 마라. 말할 일이 없어도 말해라. 미국에서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표현하고, 불평하고, 권유하고, 거들먹거리기도 하고, 강의하고, 소곤소곤 떠들면서 대기를 온통 소리로 채우고는 또 큰 소리로 웃어댄다. 그것도 전혀 쉬지 않고...
부탄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부탄에서는 말수가 적은 것이 훌륭한 태도의 본보기다. 자아도취 같은 건 아예 태어날 때부터 없다.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 식사시간. 생일 잔치, 장례식, 모임에서 항상 이야기 도중 무거운 침묵의 시간이 생긴다. 사실이지 말하는 시간보다 말하지 않는 시간이 더 길 정도다. 사람들은 앉아서 먹고, 마시고, 심지어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담소를 나눈다. 서양에는 존재하지 않는, 껍질 속 자기만의 삶을 살아간다.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이상을 의미한다. 부탄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82쪽

몇 년 전에는 불경을 갉아먹는 종벌레로 골치를 앓은 적이 있다. 도서관 직원들은 도덕적인 딜레마에 처했다. 불경은 부처의 말슴이니 잘 지켜야 하고, 모든 생명체는 숭고한 삶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살생하면 안된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와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 이념이라 나라에서는 해충 방역도 하지 않는다. 도서관 직원들은 어떻게 했을가? 직원들은 연구를 하고 전문가와 상의한 후에 대책을 마련했다. 장뇌 같은 물질을 이용해 해충이 늘어나는 것을 막는 약초요법이었다. 즉 퇴치는 하되 죽이지는 않는다. -93쪽

미국에서는 데이트를 즐긴다. 영화를 보러 가거나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파티에 간다. 서로 화학반응이 없어도, 매력을 느끼지 못해도 수많은 대화가 오간다. 그들은 어쩌면 화학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대화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게이와 나는 전혀 달랐다. 우리에게는 그런 것들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109쪽

남게이와 결혼했을 때 우리는 이런저런 상황을 가정해보았다. 물론 아이를 갖는 것도 생각해보았지만, 미국 여자들은 보통 마흔살이 넘으면 불임치료를 해도 아기를 갖기는 힘들다고 남게이에게 말햇다. 그 점은 분명히 말해줄 필요가 있었다. 부탄 여자들은 그 나이에도 쉽게 아기를 가졌고, 심지어는 오십대에 임신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나이가 아미 너무 많이 들어서 임신할 수 없을 거라고 남게이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여보. 아기는 다음 생에 태어나서 가집시다."
그렇게 여운을 남겨놓는 말이 참으로 좋았다.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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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9-0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이거 읽고 싶어졌어요. 땡스투. 오늘은 1일이니까!
:)

LAYLA 2011-09-01 19:27   좋아요 0 | URL
나 부탄앓이 하고 있어요..부탄 남자들도 멋진거 같애.. 대형마트에 가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치즈가 있을수 있냐고 놀라는 남자를 사랑할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