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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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칫밥을 먹는다는 게 그런 거였을까?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면 절대 그 맛을 알 수 없는 그것은 누가 달리 눈치를 주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입장과 처지를 깨닫는 순간, 매일 먹던 밥이 갑자기 거칠게 느껴지고 매일 마시던 물이 쓰디쓰게 느껴져, 한솥밥을 먹어도 같은 맛이 아니었는지 형과 나는 한창 농사일이 바쁠 때 어쩌다 아버지가 들에 데려가려는 눈치가 보이면 미꾸라지처럼 재빨리 빠져나가 나중에 경을 치기 일쑤였는 데 비해 삼촌은 집안의 농사일이 마치 자신의 일이라는 듯 솔선해서 나서곤 했다.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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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으깨며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1월
절판


하지만 늙는다는 것과 '노인이 된다'는 것은 별개다. 세상 사람은 왠지 모르게 표정이 굳어지면서 순식간에 노인이 되어가지만, 메리에게는 그런 느낌이 없다. 한지를 살짝 구겨놓은 듯한 주름이 뺨과 입가에 있지만, 그것도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악센트 같은 것으로, 나는 지금의 메리를 좋아한다. -9쪽

왜 난 그런 생활을 했을까?
고를 사랑해서?

인간은 자고로 하자고 들면 생각지도 못한 일까지 할 수 있는 존재라고 감탄하고 만다. 지금이라면 월급 100만엔을 준다고 해도 그런 생활은 죽어도 싫다. -51쪽

...게다가 개인전을 하고 있는 X씨도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알았다. 그와는 오래전부터 알아온 사이인데, 지금보니 완전히 관록이 붙어서 언행이 중후해졌고 가식적인 미소도 제법 잘 어울린다 싶어 생각하니, 그와도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옛날의 인상에서 일탈해 있는 그를 보니, 세상사란 모두 변하게 마련이지만. 사람이 제일 많이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63쪽

"지금은 전만큼 즐겁지가 않아요. 자유를 얻기 위해 싫은 걸 너무 많이 봤나 봐....옛날에는 작은 여자애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는데. 산책만 나가도 좋아서 웃고, 춤을 추면서 웃고, 인생이 아름답고 모든 일이 단순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나에게도." -브리지트 바르도-68쪽

코즈에도 그때까지는 나를 인간 축에 끼어넣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행복하게 보였을지 모른다. 행복한 사람은 인간축에 낄 수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는지 모른다.-103쪽

돈벌이와 마찬가지로 남자도 허세도 무리도 하지 않고, 어쩌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좋겠지 하는 정도이다.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113쪽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그것은 인생이다. 정말 인생이다. 그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여러 가지 일에 도움이 된다. 특히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다시 태어나 있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살아 있지 않을 것이고, 기계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나의 하루하루는 나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 같은 것이다." -BB-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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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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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이것은 인간의 부조리한 행동에 관한 귀납적인 설명이다. 즉, 한 인물의 성격이 미리 정해져 있어 그 성격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적어도 금복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금복은 늪지대에 벽돌공장을 지음으로써 무모하고 어리석은 여자가 되었다.-188쪽

문명을 깊은 산속까지 끌고 오는 데에는 마을 앞을 가로지른 철도에 뒤이어 금복의 공이 누구보다도 크다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차 한대로 운영하던 운수회사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 운행하는 차를 모두 열 대로 늘렸다.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평대로 유입되는 인구도 급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하는 일이 없어도 괜히 마음이 바빠 허둥거렸고 아무리 밥을 많이 먹어도 이유 없이 속이 헛헛해 다방을 찾아가 독한 커피라도 한 잔 들이부어야 겨우 속이 차는 듯싶었다. 또한 다방에 앉아 하릴없이 이 말 저 말 옮기다보니 사람들간의 관계는 더욱 번잡스러워졌고 시비는 늘어났으며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하느라 술값이, 혹은 커피 값이 더 많이 들어가 소비가 더욱 촉진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 마음속에 어느덧 공허가 가득 들어찼고 금복은 이를 차곡차곡 돈으로 바꾸어나갔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법칙이었다.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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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어로 말하라 - 성공하는 1% 직장인을 위한 회사생존 매뉴얼
김범준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1년 10월
구판절판


자기 자리에 뚱하게 앉아 있는 사람 중에 성공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 또 정치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치고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도 보지 못했다. 그들은 승승장구했고 정도는 다르지만 하나같이 성공했으며 인정받고 존경받는 사람들이 되었다.
타인에 대한 칭찬은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의 다른 표현이다. 그러니 자신감을 갖고 정치어로 말해도 좋다. 누구도 당신을 비난하지 않는다.-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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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20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에 대한 칭찬은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의 다른 표현이다." - 이 말 공감해요.
열등감 많은 사람은 타인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것 같아요.
저도 나이가 드니 자신감은 없어지고 열등감이 하나씩 늘기 시작하는데, 이 말 새겨 들어야 할 것 같아요. ㅋㅋ
 
헤이세이 머신건스
미나미 나쓰 지음, 전새롬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품절


우리는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시대의 질주가 새기는 통증에 농락당하며 조금씩 닳아가다가, 저도 모르는 새 잘못된 길로 빠져들어 자신을 확립할 방법을 잃어간다. 예컨대 사실은 놀고 싶고 재미있게 지내고 싶은데 어째서 책상에 달라붙어 살아가는 데 전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수식을 배워야 하는지 늘 의아해하며 고민하지만, 하라니까 하는 거다라는 핵심을 비껴난 결론에 다다른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본능이 아니라 체면이다. -34쪽

..선생님은 포기했는지 "나는 어릴 때 자신감이 별로 없었단다."라고 말을 꺼내며 나름의 인생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자아도취에 빠져보는 거야. 나는 완벽해, 최고야, 대단해 하고 굳게 믿는 거지. 그럼 말이지, 사소한 단점이나 조금이라도 납득할 수 없는 결함이 생겼을 때 도저히 용납이 안 되면서, 자연스럽게 경쟁심이 생겨나게 돼.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되는 거지. 그런데 이건 양날의 칼이기도 해. 자기 힘을 과신하면, 그 자신감이 꺾였을 때 정말로 절망해서 무너져버리거든. 콤플렉스를 경쟁심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한번 내 것으로 만들어버리면 무서울 게 없단다. 분명히 계속 힘을 기를 수 있을 거야."
"못해요."
나는 즉답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도취되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언제든 내가 최우선이었고 무슨 일이 생겨도 내겐 아무 잘못 없다는 생각부터 했고 스스로를 완벽한 존재로 생각했었기 때문에, 왕따를 당한다는 굴욕과 마주하려니 너무 분해서 선생님이 말하는 '절망해서 무너져버리'는 지경에 빠진 것이다. 나는 거기에 해당된다. -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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