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7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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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어떤 마음인가?

욕망의 부재, 애정에 대한 거부, 하지만 또 부자연스런 오만과 자신감으로 충만한 감정.

'사내처럼 사는 여자' 비알이 그녀에 대한 묘사다.

의도적 인가?
남자에게 의존 하기를 거부하는 마음인가, 그냥 타인에게 의존 하기를 거부하는 마음인가?
왜 그녀는 비알이 인생에 늦게 도착한 선물이라 하면서도 그에 대해 느낌이 없다고 하는가.
그녀는 자기자신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사람인가?

그녀는 사리분별이 명확하고, 타인을 위할줄 알고, 선인장의 개화를 보기 위해 과감히 딸을 보러가지 않는 어머니를 존경한다.
존경할뿐만 아니라 닮고 싶어하며 닮지 못하기에 고통받기도 한다.

인생을 과오없이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사람.
한번의 비틀거림에 온몸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
그녀는 아마 너무 많은 것을 내려 놓으려 하여 어느것 하나도 제대로 내려놓지 못한 사람인것 같다.

꽤나 쓸쓸하고 심심한 이야기였지만 한동안은 가슴한켠에 먹먹한 존재로 남아있을것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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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와 페소아들 제안들 6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김한민 옮김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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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선 페소아와 페소아들

이 책을 읽는데 힘 깨나 들였다.
보다시피 산문선이다. 한번에 끝까지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한 편 한 편 쉬엄쉬엄 읽어줘야 한다. 물론 필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강박증). 쨌든, 읽으려는 분들은 필자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마시길.

페르난두는 꽤나 복잡한 사람인것 같다(아니, 확실히 복잡한 사람이다). 그리고 논리 정연하지만 극단적(옛날 사람들이 의례 그러한 성향을 띠듯이)이다. 극단적인 성향은 단편 <세바스티앙주의 그리고 제5제국>을 읽어보면 되겠다. 논리정연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것 같다. 한 문장을 읽을때 마다 머리를 열나게 굴려야 하니까 말이다.(이번 독서에 대한 고통을 ‘열나게’라는 단어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여차하면 ‘머리에 쥐가 나도록’도 괜찮을것 같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페르난두가 굉장히 많은 이명(異名)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단순히 다른 이름들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인격으로 구분 된다. (그 중에는 여성의 인격도 있다.) 머리속에 이렇게 많은 그림자를 지니고, 그 그림자들을 형상화 하는 사람은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사람인가? (여기서 잠깐 얼굴을 한번 보고 온다.) 필자가 이 부분에 감명을 받은 이유를 밝히자면, 사람들은 평생을 살면서 자기 자신을 확립하거나 찾으려 애쓰는데(아니라면 사죄를…) 페르난두는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데 이 참에 역할 연기나 하면서 놀아보자.”라는 식으로 너무도 쿨하고 멋지게 극복한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내가 되고 싶지 않은 모습’에 대해서 굉장히 배척하고 부정하면서 ‘나다운 나’를 만들려 했다. 그리고 예측 가능하다 시피 이런 ‘제거와 다듬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다. 끝없는 자아 검열과 내적인 싸움을 동반 한다. 그런 의미에서 <페소아와 페소아들>은 필자에게 새로운 길이 있음을 귀띔해주는 안내방송이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중구난방한 독후느낌을 마감하면서(그렇다, 필자의 마감은 갑작스레 찾아온다.) 개인적(취향)으로 추천할만한 단편들을 적어두겠다.

<어지간히 독창적인 만찬>---B급 영화를 즐겨보시는 분이라면…
<무정부주의자 은행가>---시니컬한 풍자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카에이루”와 관련된 단편들---철학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그리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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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윈터 리미티드 에디션) 세계문학의 천재들 1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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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라고 씌어진 책의 두꺼운 존재감이 나에게 ˝너의 시간을 뺏어보도록 하지.˝라고 얘기 했다.
그리고 실제로 읽는데는 약 3일 걸렸다.
(몰입하는데 1달 넘게 걸렸다.)

이 작품은 누구의 스토리를 메인으로 두어야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고지식한 생활을 하던 고전문학 교사 그레고리우스의 모험이야기?
아니면 교사의 모험의 원인이자 탐구의 대상인 리스본 의사 아마데우의 고뇌이야기?
그레고리우스가 아마데우를 통해 찾고자하는 잃어버린 무언가의 이야기?
아마데우가 고민했던 ˝우리가 인식하는 자아˝에 대한 문제?

어찌 됐든 독자들은 읽다보면 문장에서 길을 잃고, 보다보면 눈이 침침해 지고, 책장을 넘기다 보면 무언가를 찾아헤매는게 그레고리우스인지 본인 자신인지 분간 할 수 없어지는 경험을 하게되리라 예상해 본다. (는 나의 이야기이다.)

작품속에는 꽤나 많은 인물들이 출현 하는데 그 인물들이 그레고리우스와 연관되는 사람도 있고 아마데우와 연관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야기를 굉장히 질서 정연하게 풀어 간다.

심지어 중반부터 굉장히 몰입하게 되었는데 페이지마다의 풍경과 이미지들이 머리속에 그려질 정도였다. (작가가 대단한 양반이었다.) 다 읽고 나서 책을 덮으면 책 속에 나타났던 인물들이 실제 존재하는 인물인것처럼 다가올 지경이다. (캐릭터 하나하나마다의 성격, 현재의 모습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과정의 합리성. 뭐 하나 부족한게 없다.) 그 인물들을 책을 덮음으로 함께 현실에서 덮어버린다는 착각과 아쉬움마저 생긴다. 이 교만한 책을 앞에두고 인정하기엔 좀 얄미운 감정이 들지만 그럼에도 정교하고 섬세하며 잘 쓰여진 책이라고 얘기할수밖에 없겠다.

-독후느낌쓰 끝-

추신: 궁금해서 영화도 봤지만 추천할만한것이 못된다고 판단한다. 그래도 보고싶으신분들은...디테일과 섬세함은 기대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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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생활자의 수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2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동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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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읽다가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럼에도 주인공의 사회에 대한 울분, 분노, 부정과 자신을 열렬히 수호하는 이기주의를 잘 전달해줬다. 솔직히 중간중간 머리를 크게 끄덕거리게 만드는 주장도 많았다. 오오. 나도 웬만큼 삐뚤어먹은 놈이구나.하고 새삼 깨달았다. 모든것을 다 통달했노라 하면서도 정작 불똥이 튀면 울분을 참지못하고 폭발해버리는. 약간의 정신질환같이 발작하는 모습. 소름돋을 정도로 닮아있었다.

2부는 그런 사람의 사회생활을 서술했다. 불안, 초조, 고뇌, 감정 주체 불가. 파생된 감정을 분출하기 전까지 이어서 주렁주렁 메고 가는것. 그리고 언제든지 복수해줄 자세가 되어있는 모습. 그런데 사실상 자아파괴적인 행위라는것. 그리고 본인은 그것조차 알고 있으면서 하고싶은 대로 하며 스스로를 아끼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사랑하는것...뭐 그런것 같다.

이런 사람(경험적인 얘기?)들은 보통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내세우기 보다는 타인의 주장을 비판하는 일을 더 잘한다. 그렇게 비판을 진행하고 누군가가 반박하기도 전에 스스로 부정을 해버린다. 말하자면 ˝그렇긴한데 나도 그게 잘못된건 알아. 아니까 굳이 얘기하지마. 아~ 나도 안다니까?˝ 이런 식이다. 왜냐하면 자존심이 너무 높아서(아니면 낮아서) 타인에게 반박할 기회 조차 주지 않는것이다. 예컨대 ˝나라는 인간은 스스로 장점도 단점도 다 깨닫고 있지.˝ 라는 또 다른 잘난척인 것이다. 그래서 항상 우월감을 갖고 사는데 말하자면 그것은 본인이 진짜 (무결점)해서가 아니라, 못나고 찌질하지만 본인은 그것을 잘 알고 인정하기 때문에 우월하다는 것이다. 하여 타인에 대한 비방은 항상 ˝너도 똑같애, 너도 사실은 못났는데 왜 인정을 하지 못해? 나는 적어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거든?˝인 것이다.

주저리주저리 ˝이사람 저사람˝ 얘기해봤자. 사실은 공감을 받고 쓴것이라, 결국 내 얘기다.
옙스키행님...왜 제얘길 쓰셨습니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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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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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편, 채식주의자는 불쾌감이 남았다.
갑작스런 채식선언, 육류에 대한 민감한 배척.
이해의 결여, 대화의 결여, 감정의 고조.
갑갑하고 숨막히는 ˝나만의 입장 내세우기˝라는 상황이 불쾌했다.
현실의 생활과 닮아서 그랬는지.
지극한 현실적 감정이 읽는 내내 피어올라서 그랬는지.

3편의 단편들이 연결된다는것을 두번째 편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첫편의 불쾌감만 남은채 두번째 편을 보지 않았더라면 큰 실수를 할뻔했다.

두번째편, 몽고반점.
첫편의 영혜네 언니의 남편되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첫편에 잠깐 등장한 ˝별볼일 없는 예술하는 사람˝으로 서술이 됐었다.(영혜네 남편되는 사람의 눈에 비친 모습). 두번째편은 뭐랄까. 사람들이 속히 말하는 ˝예술과 광기는 한끗차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또한 나의 인식속에 예술이란 무릇 ˝자본과 권력˝과 멀리 떨어진 것으로서 ˝일상에 묶인˝사람들의 눈에는 ˝돈도 힘도 없는˝ 약자일것이라 생각된다. 즉 영혜처럼 그 예술하는 나부랭이도 어느정도 ˝생활˝이라는것에 치여 시름시름 앓고있는 ˝약자˝라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2편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보듬어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럴리가 있나. 한쪽은 이미 현실을 버린입장이고 한쪽은 자신보다 예술을 더 사랑하는 입장이고. 둘의 만남은 현실을 더욱더 멀리 밀쳐낼뿐이지 않은가? 그리고 위기의 상황에서 순종보다는 더 격렬한 본성(이라 생각되는)으로의 귀환을 시도하지. 영혜는 채식주의자에서 식물로 되려하고 예술가는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새가 되려했다. 둘다 실패했지만 그래도 시도는 하지 않았는가.
나는 2편에 미친듯이 몰입되어버렸다. 1편이 기분나쁜 동굴의 입구라면 2편은 동굴속에 감춰진 카르스트지형 같다.

난 3편, 나무 불꽃
영혜의 언니의 이야기다. 1편과 2편에서 격정을 보여줬다면 3편에서는 어느정도 차분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할수있다. 영혜의 언니가 매우 가정적이고 받아들이는 성격이라 그렇게 느껴질수도 있겠다. 1편에서 이해가 안되던 영혜의 채식선언도 어렴풋이 이해가 갈것같고 영혜언니의 고통에도 집중할수 있었다.(3편을 읽기 전까지 영혜를 제일 불행한 사람으로 인식했다.)
3편의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영혜의 언니는 끝까지 살아갈것임을 알았다. 적응해가면서...아니, 맞춰가면서. 스스로를 위한것이 아니라 아들을 위해서. 분하고 화가나도 여전히 살아갈것임을 알았다. 어쩔수 없이 살아있는 모두들 처럼.

번외: 2편에서 예술가가 찾아간 옛 애인은 대체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안간다. ˝그녀˝였다가 ˝그˝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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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6-26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 였어요 . 그림그려달라고 부탁한 전애인 말씀이죠?
결혼해서 살고 있다고 하잖아요 . 남편은 사법고시패스한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
?^^ 법조인. 남편이 경제적 내조를 잘 해줘서 화가로나름
잘 나가는 p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