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선 페소아와 페소아들이 책을 읽는데 힘 깨나 들였다.보다시피 산문선이다. 한번에 끝까지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한 편 한 편 쉬엄쉬엄 읽어줘야 한다. 물론 필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강박증). 쨌든, 읽으려는 분들은 필자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마시길.페르난두는 꽤나 복잡한 사람인것 같다(아니, 확실히 복잡한 사람이다). 그리고 논리 정연하지만 극단적(옛날 사람들이 의례 그러한 성향을 띠듯이)이다. 극단적인 성향은 단편 <세바스티앙주의 그리고 제5제국>을 읽어보면 되겠다. 논리정연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것 같다. 한 문장을 읽을때 마다 머리를 열나게 굴려야 하니까 말이다.(이번 독서에 대한 고통을 ‘열나게’라는 단어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여차하면 ‘머리에 쥐가 나도록’도 괜찮을것 같다.)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페르난두가 굉장히 많은 이명(異名)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단순히 다른 이름들인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인격으로 구분 된다. (그 중에는 여성의 인격도 있다.) 머리속에 이렇게 많은 그림자를 지니고, 그 그림자들을 형상화 하는 사람은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사람인가? (여기서 잠깐 얼굴을 한번 보고 온다.) 필자가 이 부분에 감명을 받은 이유를 밝히자면, 사람들은 평생을 살면서 자기 자신을 확립하거나 찾으려 애쓰는데(아니라면 사죄를…) 페르난두는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데 이 참에 역할 연기나 하면서 놀아보자.”라는 식으로 너무도 쿨하고 멋지게 극복한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내가 되고 싶지 않은 모습’에 대해서 굉장히 배척하고 부정하면서 ‘나다운 나’를 만들려 했다. 그리고 예측 가능하다 시피 이런 ‘제거와 다듬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다. 끝없는 자아 검열과 내적인 싸움을 동반 한다. 그런 의미에서 <페소아와 페소아들>은 필자에게 새로운 길이 있음을 귀띔해주는 안내방송이었다.이번에도 어김없이 중구난방한 독후느낌을 마감하면서(그렇다, 필자의 마감은 갑작스레 찾아온다.) 개인적(취향)으로 추천할만한 단편들을 적어두겠다.<어지간히 독창적인 만찬>---B급 영화를 즐겨보시는 분이라면…<무정부주의자 은행가>---시니컬한 풍자를 즐기시는 분이라면…“카에이루”와 관련된 단편들---철학을 즐기시는 분이라면…그리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