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펭귄클래식 15
프란츠 카프카 지음, 홍성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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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뻐근한 눈을 비비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독서를 위한 독서,끝을 모르는 질주,행하기 때문에 행한다는 생각으로 읽었다.시작부터 밑도 끝도없는 소송이라는 것에 내던져진 K처럼 나도 ˝소송˝이라는 책속에 내던져 졌다.


˝고도를 기다리며˝이후로 더 난해한 책은 없을 꺼라 생각했지만 역시 카프카의 추상적이고 불친절한 상황전개는 K와 나의 정신을 혼미 시켰다.


시작도 끝도 모르는것이 카프카의 소송이다.K는 스스로 무죄라 자칭한다.허나 소설속의 K는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스스로 합리적 이지 않다는것은 용납하지 못한다.이로서 읽는 내내 K에게 몰입한다기 보다는 K를 관찰하게 된다.솔직히 그 밖에는 딱히 ˝유죄˝를 입증할만한게 없었다.즉 K는 친절한 사람이 아닐뿐 죄인은 아니라는 얘기다.그럼에도 K의 이런저런 ˝욱함˝에 소송받아 마땅하다 하는것이면 대체로 우리는 모두 소송을 받아야 할것이다.재판장,법원도 포함해서.


그렇다면 K가 무죄라고 한다면 소송이 애초에 시작하는 것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그럼에도 대다수의 우리는 기정의 사실을 받아들이고 ˝무죄˝를 입증하려 시도한다.아아!죄가 없는데 소송을 당하고 그것을 벗어나는것이 무죄를 증명하는 길뿐이라니...그런 행동자체가 소송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며 이미 소송을 인정하고 무슨 죄인지 모르겠지만 그 죄를 지어진것으로 가정하는일이 아닌가.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찾아 무의미를 입증한다.


이런것을 두고 아마 뫼비우스의 띠라고 하는것같다.K도 마찬가지겠지만 카프카로 인해 나도 이 풀리지 않은 가설속에서 헤매이게 되었다.


결말은 완성 되었지만 사이사이 단서들을 아직 다 채워 넣지 못한채 카프카는 손을 놓은것 같았다.므튼 마지막에 K는 결국 무의미속에서 소멸을 당했던것같다.더이상 무의미속에 속하기를 거부한 대가라고 생각된다.그때 K의 마음은 어땠는지 알길이 없으나 나는 드디어 숨통이 트였다.무의미속에 융합되지않는 K의 죽음이 마음편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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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2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송》을 다 읽은 뒤에 《성》을 읽으면 정신 상태가 피폐해질 수 있습니다. 난해한 이야기의 미로 속에 갇혀 헤매는 기분이 듭니다.

corcovado 2016-01-27 12:27   좋아요 0 | URL
˝성˝도 대기중입니다만...정신에게 준비운동 시키고 읽어야 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