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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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이건희 전 회장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특별사면 되었다. 우스운 일이다. 이건희회장이 사면되면 2018년 동계올림픽은 당연히 평창에서 치룰 것이란 이야긴지, 또 올림픽만 유치하면 이건희 회장의 부정은 모두 용서된다는 이야기인지 감을 잡을 수 없지만 그의 사면은 그다지 크게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정권 아래서 이건희 회장이 조만간 사면되리라는 것을 의심해 본 사람은 없을테니까. 이는 도덕이나 원칙따위는 필요없고 경제만 회생할 수 있다면 하는 기대로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부끄럽지만 우리사회는 그런 사회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이는 덜떨어지고 세상물정 모르는 한심한 족속이고, 윗사람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며 눈칫껏 줄을 잘 타는 사람은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회. 그리고 이런사람들을 손가락질 하고 욕하지만 내심 나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기를 기대하는 사회.....

어쩌다가 우리는 모두 기회주의자가 되었을까. 
그리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주변에서 너무 많이 보아왔다. 서슴없이 부정이 통하고, 돈은 모든 것을 이기고, 어딘가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코앞의 칼 날조차도 막아줄 힘이 되어주더라는 것을. 사소한 교통사고 하나에도 여기저기 연줄이 되어줄 사람을 찾기에 급급하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하는데 나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내가 고고한 학이 될리가 없다. 그저 뭣도 모르고 당하는 바보가 될 뿐이다. 아마도 같은 심리일 것이다. 법조인이며, 언론인이 혼자서 고고하게 깨끗한 척 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주류집단에서 왕따가 되지 않기위해 불의를 보고 모두가 입을 다물고, 끝내는 동조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간혹, 삼성이 망하면 우리는 뭘 먹고 사냐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본다. 재벌이 잘 살아야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사람들이다. 어째서 그러냐고, 어떻게 그런 논리가 가능하냐고 묻고 싶다. 국민은 개가 아니다. 주인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주워먹으며 충성을 맹세하는 개가 아니다. 한나라의 국민은 재벌에 의해 잘살게 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나라 운영으로 잘 살게 된다. 국민의 뒷통수를 치며 자발적 복종을 강요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말했듯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그만큼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누리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더 많은 책임과 의무가 있다.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약자를 등칠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어려움을 함께 나눌 책임과 의무가 있다. 한낱 재벌에만 나라의 운을 맡길 것이 아니다. 나라는 공공의 복지를 늘려 국민들이 어려움이 있을때 연줄을 찾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투명한 조세운영으로 가능할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도 한때는 주류집단에서 왕따가 되지않기 위해 동조했던 한 사람이다. 그 생활이 그에게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는 그의 고백은 거짓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 가정의 가장인 그가 자신뿐만이 아니라 가족까지 걸고 하는 이 고해성사가 또한번 세상에 그저 묻혀버리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그와 함께 나도 내 자식에게 "정직하게 살아라"라고 말해도 불안하지 않은 그런 사회를 꿈꾼다.

사족이지만, 어느 강연회에서 '이런책은 사줘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또한 100% 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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