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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토크 Shall We Talk - 대립과 갈등에 빠진 한국사회를 향한 고언
인터뷰 지승호& 김미화.김어준.김영희.김혜남.우석훈.장하준.조한혜정.진중권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2월
평점 :
영화 '쉘 위 댄스'를 기억하는가. 리차드 기어와 제니퍼 로페즈가 나왔던 헐리우드 판 말고, 그보다 몇년전의 원작인 일본판으로 본 기억이 있다. 평생을 시계추처럼 모범스럽게 살아온 중년의 남자, 그는 어느날 문득 바라본 사교댄스 교습소의 여인에게 매혹되어 사교댄스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딛게 된다. 그래서 그가 바람이 났다거나 하는 그런 뻔한 스토리는 아니고...
어쨌든 영화는 따뜻했고, 말랑말랑했고, 뿌연 안개속처럼 느리기도 한 잔잔한 무엇이었지만 내 기억속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중년남자 수기야마의 설렘이 가장 크게 오롯이 남아있다.
'쉘 위 토크'는 내 기억속의 '수기야마'를 자극하며 읽기 전부터 나를 설레게 했다. 어찌 아니 달콤할까, 야릇한 눈빛으로 "우리 춤출까요?"라고 묻는 그 톤으로 "우리 대화할까요?" 라고 묻고 있는데....
뜻하지 않은 어떤 계기는 단조로운 인생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기도 한다. 망설이면서 디민 한발짝이 딛기 전과 딛은 후의 극명한 차이를 결정한다. 이 책에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딴지일보의 김어준은 ’선택의 누적분이 자신이다.’라고 했다. 결과를 놓고 그 때 왜그랬는지 장황한 설명은 필요없다. 발을 딛은 것도 ’나’고, 딛지 않고 물러선것도 ’나’이므로 결국, 그 후의 결과도 ’나’이다. 나 혼자 온전히 한 결정이 아닐지라도, 누군가의 간섭을 받아들인 것이 ’나’이므로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발뺌은 필요없다.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때로는 뜻하지 않은 한 발로 새로운 세상을 만난 이도 있고, 오롯이 한 길을 지금껏 걷고 있는 이들도 있다. 그 모두가 스스로 선택한 자기 자신의 모습이다.
김미화가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시사자키가 된 것도 그의 선택이고, 진중권이 촛불들을 찾아 컬러TV의 마이크를 든 것도 자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의 김미화이고, 진중권이다.
이 책은 그들이 해온 선택에 대해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또 앞으로 할 선택의 미래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의 인터뷰 시점이 2008년 말이거나 2009년 초이거나 였다는거 였다. 왜냐면 내 경우 2009년을 정점으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인터뷰이 장하준 박사가 경제학자 케인즈의 말을 인용한 것처럼 세상이 바뀌거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면 의견이 바뀌기도 하니까.
서로의 선택에 대해 비난하고 틀렸다고 지적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다. 귀는 막고 같은 말만 반복하는 상대를 보면 말할 기력을 잃고 만다. 흔히 우리는 지금 현재를 불통의 시대라고 한다. 들어주기보다 듣기를 강요하는 이 시대에 신음소리와 고통의 비명을 들어줄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그마저도 몇몇은 지쳐보인다는 지승호의 여는글에 코가 시큰했다. 언제까지 계속일지 모르는 힘든환경을 잘 버텨주는 아내와 딸에게 고맙다는 말 역시 비장함이 엿보이기까지 했고.
오늘도 자신의 길을 꿋꿋이 가고있는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터뷰이들과 인터뷰어 지승호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