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자기주도학습의 비밀
와이즈멘토 지음, 이주한.연두 그림 / 동아일보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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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인 내가 기대하는 학생으로서의 우리 아이는 어디에서건 1등을 밥먹듯 하는 천재형의 그런 아이는 아니다. 공부를 빼어나게 잘해도 한 세상, 그렇지 못해도 한 세상이라는 약간은 나사풀린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아이가 죽어라 공부만해 이른바 '출세'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나는 그저 아이가 좀더 '인간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나는 종종 아이에게 말한다. '선생님이나 부모가 원하는 인간이 되지 말고, 네가 바라는 인간이 되거라.'
말이 쉽다. 아이가 산 세상은 고작 10년 안팎인데, 네 알아서 네가 좋은대로 살라고 하니, 아이는 무작정 자기가 좋은 게임을 하겠다거나, 만화책만 읽겠다고 우기기 일수다. 아이와 내가 생각하는 '주체적인 행위'의 접점이 다르다보니 결국 우리는 매번 감정적으로 어긋나곤 한다. '나는 단지 네 스스로 움직이는 주체적 인간이 되길 바랄뿐인데, 왜 그말을 못 알아듣냐고! 글쎄!'
초등학교의 마지막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우리 아이는 요즘들어 부쩍 무슨 얘기를 하든 잔소리로 먼저 이해한다. 해서 열마디의 말보다는 차라리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를 선물함으로써 아이가 '주체적인 공부'에 대해 스스로 이해하길 바랬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의도로 아들에게 선물되었다. 책을 받고 아이는 무척 좋아했다. 일단은 만화이니까. 아이에게 슬쩍 서평을 한번 써보는게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무슨 서평이냐고 투덜대는 아이에게 네 글을 읽고 이 책을 사볼 사람이 도움을 받지 않겠느냐 했더니,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아래글은 그렇게 쓰여진 아이의 감상이다.
자기주도학습이란 공부 중에서도 학원 선생님이나 학습지 선생님 같은 분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터득하면서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주도학습은 생각만으로는 실천하기 쉬울 것 같으나 책상 앞에 직접 앉아서 자기주도 학습 방식으로 공부를 해 보려면 주변환경 때문에에 집중력이 딸리게 된다. 공부는 잘 되더라도 나중에 장기기억으로 저장되지 않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하여 뜻대로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대부분 우리가 생각하는 공부란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의 선택권에 억지로 떠밀려 공부하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학습하여 여러가지를 터득하는 것이 더 의미있는 공부가 아닐까?
이 책은 부모님, 선생님의 지시로 억지로 공부하는 것보다 스스로 혼자서 공부를 잘 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기주도학습의 숨어있는 비밀은 공부를 평소에도 많이 하기를 말하고 있지만 반면 공부를 하다가도 휴식을 취할 것을 말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과도하게 쌓이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강까지 영향이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강조하는 내용 중 하나는 과도한 공부도 금물, 공부를 소홀히 하는것 역시 금물이라는 것이다.
요약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자기주도학습과 공부하는 자세, 마음가짐 등이다.
자기주도학습의 방법을 잘 모르고 있거나,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 공부를 하지만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는 학생,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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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2 밀리언셀러 클럽 65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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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을 읽고 탄력을 받아서 읽기 시작한 하드보일드 두번째는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이다. 두권으로 구성된 책을 하루에 한권씩, 이틀만에 읽어 치울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글쎄, 재미있었다는 표현이 적당하게 여겨지지 않을 만큼 꺼림직하기도 했다. 범죄나 살인은 소설이라도 절대 기분좋은 이야기가 아니니까. 도대체 하드보일드를 쓰는 사람들의 머릿속은 어떻게 생겨먹은 걸까. 자기가 쓴 원고를 들여다보다 자기 자신이 무서워지거나 하는 경험은 없는 걸까.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사진을 보니 어쩐지 주인공 '마사코'의 모델은 바로 자신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작가는 작중의 마사코만큼 예리하고, 범상치 않은 눈빛을 하고 있다. 사진 속의 그녀를 보면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어차피 작중의 누구라도 작가의 피조물이라는 측면에서 작가를 닮을 수밖에 없겠지만.

 

남편을 죽여버린 동료를 돕는 여자들, 동류의식도 아니고 연대감도 아니고, '돈'이라는 매개가 있기는 했지만, 주인공 마사코에게는 '돈'도 아니였다. 단지 '출구'가 필요했던 것 뿐인데, 한때는 좋았던 남편과의 관계가 어쩌면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게 시들해 질 수 있다는 것인지, 언젠가 TV에서 보았던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따위의 시시한 대사가 생각난다.

유난히 본능만 발달한 짐승을 떠오르게 하는 사타케, 그의 마지막이 가엽다. 어쩌면 이제 막 누군가를 정말 사랑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역시 겁많고 소심하며, 적당히 타협하는 범인인 나로서는 사타케와 마사코 사이의 찰라의 감정을 사랑으로 봐도 좋을지 이해하기 힘들다.

 

퇴근길에 장을 보다가 톱밥속에 살아있는 꽃게를 샀다. 당연히 손질해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주머니 왈, 바로 손질해서 끓여야 꽃게탕이 더 시원하단다. 싱크대에 살아있는 꽃게를 풀어놓고 바라보다가 결국 끓는 물에 그냥 집어넣고 만다. 게 하나 토막치기도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마사코 일행의 행위는 좀처럼 납득하기 힘들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살인자는 살해한 시체에 대해 공포를 느낄지언정, 그 시체를 은닉하기 위해 그것을 난도질하지 않으면 안되며, 살인에 의해 손에 넣은 것은 억척스럽게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궁지에 몰리면 누구라도 살인자가 될 수 있고, 살인이후에 자신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몸부림 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 일까. 영화 <화차>의 김민희가 떠오른다. 그녀의 삶이 그토록 피폐해진데 있어 정작 그녀의 잘못은 무엇이었던가.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에서 마음에 드는 하드보일드를 시리즈물 포함해서 7권가량 대출해 쌓아놓고 당분간은 하드보일드만 읽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이걸 다 읽고 나면 그만 피폐해지고 말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아, 당분간 하드보일드는 멀리 하고 싶어, 하는 생각을 하고 한시간도 안되서 또다른 하드보일드를 읽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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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하는 근본주의자 민음사 모던 클래식 60
모신 하미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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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주의根本主義 또는 原理主義는 종교의 교리에 충실하려는 운동이다. 경전의 내용에 대한 절대적 준수를 지향한다. 종교의 근본주의는 정치권력과 불화를 일으키는데, 근본주의가 세계 곳곳에서 들불처럼 퍼지고 있다. (위키백과)

 

"미국이 세계에서 행동하는 방식에 내가 늘 분개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신네 나라가 다른 나라 일에 계속 관여하는 건 참을 수 없었어요. 베트남, 한국, 타이완 해협, 중동, 그리고 이제는 아프가니스탄까지 말이죠. 미국은 우리 아시아 대륙을 둘러싼 갈등 대부분과 교착 상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어요. 게다가 나는 파키스탄인으로서의 경험을 통해 미 제국이 힘을 행사하는 주된 수단이 재정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원조와 제재를 번갈아 하면서 말이죠. 그런 지배의 과업을 돕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한 건 옳은 일이었어요. 놀라운 게 하나 있다면, 내가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는 거였어요."(본문 138쪽)

 

월요일 아침, 펼쳐든 신문에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테러 공격을 받는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 속 쌍둥이 건물중 오른쪽은 검은 연기가 끝도 없이 피어 오르고, 왼쪽의 건물은 이제 막 폭발하며 사방으로 무시무시한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이미 여러번 반복적으로 보았기때문에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장면이었음에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 했던 11년 전과 똑같은 몽롱함으로 사진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주변의 다른 건물들중 한채를 더 이고있는 것처럼 높은 위용을 자랑하는 세계무역센터의 폭발 장면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현실감이 없다. 그것은 미국의 위용이고, 절대 무너져서는 안되는 좋은편의 상징이었다.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건물이 하나둘 무너지더군요. 그때, 나는 미소를 지었어요..." 사진 아래로 씌여진 글을 정신없이 읽었다. 세기의 사건, 세기의 슬픔으로 읽히는 그날의 사건에 남몰래 미소지은 이가 있다는 사실, 아니 사실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위의 글은 소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의 주인공 찬게즈의 말이니까. 그러나 정말 누군가는 살짝 입꼬리가 말릴 정도의 통쾌함을 속으로 삭혔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미국은 현재 세계 초강대국이며, 따라서 자국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남의 나라의 아픔이나 슬픔쯤은 없는 일처럼 감출수도 혹은 앞뒤 맥락을 잘라버릴 수도 있는 힘을 가졌으니까. 그런 강대국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무모함은 아무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종교 교리에 충실하려는 근본주의는 종종 테러리즘, 혹은 테러리스트로 잘못 읽혀지곤 한다. 그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를 좋은편으로 잘못 해석하는 것과 비슷한 인지적 오류이다. 또한 그것은 자신은 미국인이 아니면서도 미국인과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는,  혹은 이고싶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찬게즈는 뼈속까지 미국인일수 없다는 사실을 무너지는 쌍둥이 빌딩앞에서 확인한 것이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 무라드1세는 전쟁포로들이나 발칸 지방의 기독교 소년들을 강제 징집한 후 이들에게 이슬람과 투르크의 전통을 익히게하고 이슬람으로 개종시켜 전쟁에서 자신들의 출신 기독교국들을 무너뜨리는데 앞장서게 했다. 이들이 바로 술탄의 정예부대였으며 매우 용맹했다고 알려진 '예니체리'다.

찬게즈는 프린스턴에서 유능한 인재로 키워졌으며, 이후 감정 회사에 취직해 의뢰사의 이익을 위해 합병하고 구조조정하는 일을 하게 된다. 9.11테러 이후 파키스탄이 전쟁의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갈등하던 찬게즈는 칠레의 출판사를 조정하는 일에 참가했다가 자신이 다름아닌 현대판 예니체리로써 능력이 키워졌고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로서 찬게즈는 미국인과의 동일시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파키스탄으로 돌아가 흔히 말하는 근본주의자가 되었다. 그는 근본주의자로 태어난 것이 아니었다. 결국 그를 근본주의자로 만든 것은 미국이 아닌가. 근본주의자로 불리우는 찬게즈를 찾아온 정체불명의 미국인에게 이 모든 고백을 하는 것이 이 책의 전체 내용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고 기다릴 수 없을만큼 당장 책을 읽고싶었다. 나 역시 찬게즈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세계에서 행동하는 방식에 대해 늘 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남몰래 미소를 흘렸다는 찬게즈의 이야기를 한시라도 빨리 듣고 싶었다.

이 책을 옮긴 왕은철은 문학은 때로 듣고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룰 용기가 필요하며, 그러한 용기가 일방적인 자기주장이나 선전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이 소설을 그러한 역할을 매우 잘 하고 있으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우아하고 오싹하다 라고 말한다. 나는 옮긴이의 이 한마디가 무엇보다 이 이야기를 잘 함축하고 있다고 동의한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책의 표지가 표절되었다는 주장을 접하게 된 것인데, 내가 발견한 최초의 주장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블로그(보슬비님 블로그)에서 였다. 확인해 보니 스콧 웨스터펠드의 <피프>와 이 책의 표지가 일러스트의 크기와 색감의 차이 외에는 같았다. 즉 보슬비님의 표절 주장은 사실인 것으로 보여진다. 좋은 책이 이와 같은 일로 묻혀버릴까 매우 안타깝다. 이점에 대해 출판사측의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며, 사후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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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 이호준의 터키여행 2
이호준 지음 / 애플미디어(곽영완)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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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에 출간된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의 후속편이랄 수 있는 터키 여행기 2편이다. 전편인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는 터키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를 목적으로 보드룸, 페티예, 카쉬, 뎀레, 안탈리야, 시데, 알란야까지 지중해를 따라가는 여행기였다. 그에 반해 <아브라함의 땅 유프라테스를 걷다>는 터키의 속살을 들여다보기라는 부제로 한국인들이 잘 찾지 않는다는  그래서 국내에서는 소개될 기회가 많지 않은 말라티아, 샨르우르파, 하란을 지나는 성서 속의 터키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터키에 대해 무조건적인 로망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이번 책도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터키의 속살 여행기라는 것에 마음을 쏘옥 빼앗겼다.

 

세계에서 소비되는 말린 살구의 80%를 생산한다는 말라티아는 유프라테스 강과 지류가 만든 평야이다. 역사 시간에 그토록 머리아프게 외워댔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 유프라테스강이라니 글자만으로 가슴이 콩닥 거린다. 말라티아는 터키의 속살이며, 바로 인류 문명의 속살이기도 하다. 지은이가 전해주는 유프라테스는 충분히 아름다웠고, 석양 아래 가로 누운 강은 장엄하기까지 했다.

말라티아를 떠나 그랜드캐니언 같기도 카파도키아 같기도 한, 강팍하지만 예술작품 전시장처럼 화려한 레벤트 협곡을 지나 넴루트 산에 오르면 곧 신이 등장할 것 같만 같은 안티오코스 1세의 돌무덤을 만난다. 그는 자신을 신이라 여기고 싶어했다 한다. 신이 아니면서 신처럼 떠받들여지길 원했으니, 그로인해 피눈물을 흘렸을 민초들의 삶을 상상하며 지은이를 따라 세계8대 불가사의의 하나라는 넴루트를 내려온다.

그리고 드디어 샨르우르파. 그곳에는 믿음의 조상이라고 불리우는 아브라함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성서 속의 터키가 시작되는 것이다. 아브라함의 동굴, 욥의 동굴, 하란, 야곱의 샘, 에덴동산 괴베클리테페... 간간히 지은이가 들려주는 성서 이야기는 마치 옛날 이야기인듯, 혹은 역사 이야기인듯 흥미롭다. 참고로 그는 기독교인은 아니라고 했다. 때문에 성서 속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주관적인 치우침은 없었다.

 

옛사람들의 흔적을 확인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먼 여행길을 떠났다는 지은이의 터키 여행기는 역사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여타의 여행기와는 충분히 다를 수 밖에 없다. 그중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말라티아나 샨르우르파, 하란의 성서이야기가 아닌 이스탄불의 톱카프 궁전에서 들려준 정예군대 '예니체리'의 영광과 슬픔에 관한 이야기였다. 새로운 병사라는 뜻의 예니체리들은 전쟁터에서 부모를 잃고 오스만 제국에 끌려와 술탄을 위한 정예군으로 키워지고, 자신들의 출신지인 기독교세계를 파괴하는 전장에 앞장섰다. 또한 무력을 이용해 마음대로 술탄을 갈아치우기도 했지만 끝내는 절멸되고 만 슬픈 이야기. 이 이야기가 특별히 내 귀를 잡아 끈 것은 권력의 필요에 의해 키워지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잊은채로 이용당하다가, 결국에는 처참한 결말을 맞고마는 예니체리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날의 예니체리들은 자신이 예니체리임을 미처 알지 못할뿐이다. 역사 속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은 역사를 반복한다고 했던가.

이 책은 이처럼 여행기이지만 여행기가 아니며, 역사서가 아니지만 역사서 이기도 하다. 전편 <클레오파트라가 사랑한 지중해를 걷다>와 함께 이 책 역시 터키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필수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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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인권, 인간은 어떤 권리를 가질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15
은우근.조셉 해리스 지음, 전국사회교사모임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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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겨울방학을 지내고나면, 이제 막 청소년이 될 아이를 위해 <인권>을 준비했다. 그간 '엄마는 너의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해'라는 말의 의미를 게임을 할지 말지, 빨간 바지를 입을지 말지, 양파를 먹을지 말지, 숙제를 할 것인지 말것인지 정도로만 생각하던 아이에게 이제야말로 '자신이 가진 권리'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딱 적당한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가진만큼의 권리를 타인에게서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더 구체적으로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물론 좋아라 했다. 어쨌든 선물이니까. 그리고 또한가지 좋아라한 이유는 만화를 보고 자신이 잘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전태일'을 노동자의 권리 부분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전태일이 결성한 노동자 모임이 바보회라는 둥 삼동회라는 둥 좋아하더니, 책을 읽고 감상을 써보는 것은 어떠냐라고 물었을때 좋아서 벌어졌던 입이 벌어졌던 딱 그만큼 다물어짐과 동시에 눈썹을 八자로 찌그러뜨렸다. 강요는 인권에 어긋나는 일이라면서. 따라서 '누구 자식인지 참 잘 컸다'라는 푸념과 함께 감상은 나의 몫이 되었다.

 

세더잘.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이라는 의미의 이 시리즈를 읽은 것은 <인권>이 처음이다. 처음이지만 참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감탄이 책을 읽는 내내 끊이지 않았다. 인권이라는 개념의 역사와 실제 사건들을 통해 '인권'이 무엇인지, 어떻게 지켜하는 것인지, 인권이라는 개념이 인류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가 이해하기 쉽도록 차분하게 잘 설명되어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일방적인 관념을 주입하기보다 '함께 토론해봅시다'라는 코너에서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을 고르게 보여줌으로써 읽는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게 한 것이 무척 좋았다.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가 인권 개념을 수용하고 있고, 인권은 국제협약에 의해 보호되지만 실제로 자국의 이익 앞에서는 모든 사람의 인권이 존중받지는 못한다. 이러한 딜레마를 읽는 스스로가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인간은 교육을 받아야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바르게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적절할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자신이 가진 결정권이나 권리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허다하다. 따라서 교육권은 인권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권리이며, 이 책은 바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정보를 습득하는데 적당하다.

 

이 책을 보면서 생각한 것은 '세상 참 좋아졌다'라는 것이다. 내가 클 때만해도 이런 책은 '빨간책'으로 구분되었을 것이며, 빨간책을 읽는 학생은 빨간학생으로 분류되어 특별관리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그때는 '인권'이 보편적 가치라는 생각도 물론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인권'은 뭘 잘 모르면서도 무조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보는 아직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입에서도 곧잘 쏟아져 나오는 그야말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가치가 되었다. 한꺼번에 세상이 뒤바뀌는 일은 여전히 불가능하지만, 변화를 위한 꼼꼼한 노력이 지속되는 한 사람들의 의식은 변하고, 의식이 변한만큼 세상은 딱 그만큼씩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반드시 '모든 인간'에게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 개인의 프라이버시, 가족, 주택, 통신에 대해 타인이 함부로 간섭해서는 안 되며, 어느 누구의 명예와 평판에 대해서도 타인이 침해해서는 안된다.(세계인권선언문 제12조)

- 모든 사람은 일할 권리,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권리,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일할 권리, 실업 상태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일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세계인권선언문 제23조)

- 모든 사람은 먹을거리, 입을 옷, 주택, 의료, 사회서비스 등을 포함해 가족의 건강과 행복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가 있다.(제25조)

- 모든 사람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부모는 자기 자녀가 어떤 교육을 받을지 '우선적으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제26조)

책의 뒷부분에 실린 세계인권선언 전문을 읽었다. 바로 이런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그런 세상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했다. 실제로 이런 세상이 오기를 소망한다. 같은 꿈을 꾸는 이가 많아진다면 그런 세상은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다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 모든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인권의 기본 원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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