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2 밀리언셀러 클럽 65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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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의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을 읽고 탄력을 받아서 읽기 시작한 하드보일드 두번째는 기리노 나쓰오의 <아웃>이다. 두권으로 구성된 책을 하루에 한권씩, 이틀만에 읽어 치울 정도로 몰입해서 읽었다. 글쎄, 재미있었다는 표현이 적당하게 여겨지지 않을 만큼 꺼림직하기도 했다. 범죄나 살인은 소설이라도 절대 기분좋은 이야기가 아니니까. 도대체 하드보일드를 쓰는 사람들의 머릿속은 어떻게 생겨먹은 걸까. 자기가 쓴 원고를 들여다보다 자기 자신이 무서워지거나 하는 경험은 없는 걸까.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사진을 보니 어쩐지 주인공 '마사코'의 모델은 바로 자신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작가는 작중의 마사코만큼 예리하고, 범상치 않은 눈빛을 하고 있다. 사진 속의 그녀를 보면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어차피 작중의 누구라도 작가의 피조물이라는 측면에서 작가를 닮을 수밖에 없겠지만.

 

남편을 죽여버린 동료를 돕는 여자들, 동류의식도 아니고 연대감도 아니고, '돈'이라는 매개가 있기는 했지만, 주인공 마사코에게는 '돈'도 아니였다. 단지 '출구'가 필요했던 것 뿐인데, 한때는 좋았던 남편과의 관계가 어쩌면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게 시들해 질 수 있다는 것인지, 언젠가 TV에서 보았던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따위의 시시한 대사가 생각난다.

유난히 본능만 발달한 짐승을 떠오르게 하는 사타케, 그의 마지막이 가엽다. 어쩌면 이제 막 누군가를 정말 사랑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역시 겁많고 소심하며, 적당히 타협하는 범인인 나로서는 사타케와 마사코 사이의 찰라의 감정을 사랑으로 봐도 좋을지 이해하기 힘들다.

 

퇴근길에 장을 보다가 톱밥속에 살아있는 꽃게를 샀다. 당연히 손질해 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주머니 왈, 바로 손질해서 끓여야 꽃게탕이 더 시원하단다. 싱크대에 살아있는 꽃게를 풀어놓고 바라보다가 결국 끓는 물에 그냥 집어넣고 만다. 게 하나 토막치기도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마사코 일행의 행위는 좀처럼 납득하기 힘들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살인자는 살해한 시체에 대해 공포를 느낄지언정, 그 시체를 은닉하기 위해 그것을 난도질하지 않으면 안되며, 살인에 의해 손에 넣은 것은 억척스럽게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궁지에 몰리면 누구라도 살인자가 될 수 있고, 살인이후에 자신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몸부림 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 일까. 영화 <화차>의 김민희가 떠오른다. 그녀의 삶이 그토록 피폐해진데 있어 정작 그녀의 잘못은 무엇이었던가.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에서 마음에 드는 하드보일드를 시리즈물 포함해서 7권가량 대출해 쌓아놓고 당분간은 하드보일드만 읽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이걸 다 읽고 나면 그만 피폐해지고 말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아, 당분간 하드보일드는 멀리 하고 싶어, 하는 생각을 하고 한시간도 안되서 또다른 하드보일드를 읽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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