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인권, 인간은 어떤 권리를 가질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15
은우근.조셉 해리스 지음, 전국사회교사모임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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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겨울방학을 지내고나면, 이제 막 청소년이 될 아이를 위해 <인권>을 준비했다. 그간 '엄마는 너의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해'라는 말의 의미를 게임을 할지 말지, 빨간 바지를 입을지 말지, 양파를 먹을지 말지, 숙제를 할 것인지 말것인지 정도로만 생각하던 아이에게 이제야말로 '자신이 가진 권리'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딱 적당한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가진만큼의 권리를 타인에게서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조금더 구체적으로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물론 좋아라 했다. 어쨌든 선물이니까. 그리고 또한가지 좋아라한 이유는 만화를 보고 자신이 잘 알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전태일'을 노동자의 권리 부분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전태일이 결성한 노동자 모임이 바보회라는 둥 삼동회라는 둥 좋아하더니, 책을 읽고 감상을 써보는 것은 어떠냐라고 물었을때 좋아서 벌어졌던 입이 벌어졌던 딱 그만큼 다물어짐과 동시에 눈썹을 八자로 찌그러뜨렸다. 강요는 인권에 어긋나는 일이라면서. 따라서 '누구 자식인지 참 잘 컸다'라는 푸념과 함께 감상은 나의 몫이 되었다.

 

세더잘.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이라는 의미의 이 시리즈를 읽은 것은 <인권>이 처음이다. 처음이지만 참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감탄이 책을 읽는 내내 끊이지 않았다. 인권이라는 개념의 역사와 실제 사건들을 통해 '인권'이 무엇인지, 어떻게 지켜하는 것인지, 인권이라는 개념이 인류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가 이해하기 쉽도록 차분하게 잘 설명되어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일방적인 관념을 주입하기보다 '함께 토론해봅시다'라는 코너에서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을 고르게 보여줌으로써 읽는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게 한 것이 무척 좋았다.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가 인권 개념을 수용하고 있고, 인권은 국제협약에 의해 보호되지만 실제로 자국의 이익 앞에서는 모든 사람의 인권이 존중받지는 못한다. 이러한 딜레마를 읽는 스스로가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인간은 교육을 받아야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바르게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적절할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자신이 가진 결정권이나 권리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허다하다. 따라서 교육권은 인권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권리이며, 이 책은 바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정보를 습득하는데 적당하다.

 

이 책을 보면서 생각한 것은 '세상 참 좋아졌다'라는 것이다. 내가 클 때만해도 이런 책은 '빨간책'으로 구분되었을 것이며, 빨간책을 읽는 학생은 빨간학생으로 분류되어 특별관리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그때는 '인권'이 보편적 가치라는 생각도 물론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인권'은 뭘 잘 모르면서도 무조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보는 아직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입에서도 곧잘 쏟아져 나오는 그야말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가치가 되었다. 한꺼번에 세상이 뒤바뀌는 일은 여전히 불가능하지만, 변화를 위한 꼼꼼한 노력이 지속되는 한 사람들의 의식은 변하고, 의식이 변한만큼 세상은 딱 그만큼씩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반드시 '모든 인간'에게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 개인의 프라이버시, 가족, 주택, 통신에 대해 타인이 함부로 간섭해서는 안 되며, 어느 누구의 명예와 평판에 대해서도 타인이 침해해서는 안된다.(세계인권선언문 제12조)

- 모든 사람은 일할 권리,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권리,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일할 권리, 실업 상태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일한 보수를 받을 권리가 있다.(세계인권선언문 제23조)

- 모든 사람은 먹을거리, 입을 옷, 주택, 의료, 사회서비스 등을 포함해 가족의 건강과 행복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가 있다.(제25조)

- 모든 사람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부모는 자기 자녀가 어떤 교육을 받을지 '우선적으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제26조)

책의 뒷부분에 실린 세계인권선언 전문을 읽었다. 바로 이런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그런 세상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했다. 실제로 이런 세상이 오기를 소망한다. 같은 꿈을 꾸는 이가 많아진다면 그런 세상은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다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 모든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인권의 기본 원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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