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황경란 지음 / 산지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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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란의 소설집 사람들<당신의 자서전>
(이 책을 다 읽지 않고 단편들을 읽어가며 리뷰를 쓸 예정이다. 일종의 읽기 과정의 리뷰.)

첫 문장: 사람들이 바다를 향해서 뛰었다.
마지막 문장: 그 사진 하나가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화자인 나는 꿈을 꾼다. 바다에 분홍돌고래가 출현하는 꿈이다.

-분명 꿈이었다. 분홍돌고래의 출현이 바다일 수는 없었다. 아마존이어야 옳았다.-


이 문장을 보면서 ?, 돌고래가 바다에 사는 게 옳은 게 아니고?’ 풀리지 않는 분홍돌고래.

분홍돌고래는 진짜 아마존에 산다. 우리는 자신의 범위 안에서만 타자를 판단한다.
위 꿈은 이 글에서 화자가 말하는 사실을 뒤집어 보여주는 편집이다.

 

단편<사람들>에서도 륜은 진실을 찾는다. 금령도, 양춘도, 리켈, 날개. <당신의 자서전>의 화자도 진실을 찾는다. 이 사회에서 진실은 비웃음과 무관심과 외면의 대상이다.

-제가 알고자 하는 진실의 실체는 저입니다.-

, 진실의 실체인 자신에게 조차도 비웃음과 무관심과 외면을 하는 시대이다.

아무리 사랑한다 할지라도 현실에 없는 진실은 버려짐을 당한다. 마치 화자의 엄마처럼. 그 진실을 사랑하면서도 버릴 수 밖에 없는 아버지는 스스로에게 벌을 준다. 그리고 정작 진실을 찾는다는 화자는 진실의 실체인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버린다. 그러나 무의식, 꿈에서도 그 진실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인지되지 못하는 마음 깊은 곳에는 어머니가 알려준 자신을 찾는 깊은 갈망으로 가득하다. 그것이 분홍돌고래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죽음을 기리는 전시회. 그곳에는 생과 졸만 적힌 사진들로 하나씩 하나씩 채워져 간다. 화자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장 행복했을 순간의 사진을 놓고 온다. 그리고 자신의 실존의 근원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진 속에서 분홍돌고래와 헤엄치는 사진이 자신을 향해 웃는 것을 발견한다..


나의 깊은 갈망의 진실한 행복은 무엇인가? 나도 그런 행복을 담긴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분홍 돌고래를 아마존이 아닌 바다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작 나의 진실은 외면한 채 남의 진실을 쫓아 사는 것은 아닌가? 나의 분홍돌고래를 찾아야겠다.

내 부모의 자서전은 내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행복한 실물 사진을 갖고 있지 못하다. 다만 기억에 있을 뿐이다. 실물 사진이 있더라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으리라. 나의 부모가 나에게 의미가 되어 남아 있음에 감사하다. 그러기에 내 부모는 또한 나의 자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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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란 지음 / 산지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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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란의 소설집 사람들<소년은 알지 못 했다>
(이 책을 다 읽지 않고 단편들을 읽어가며 리뷰를 쓸 예정이다. 일종의 읽기 과정의 리뷰.)

첫 문장: 태풍의 이름은 날개였다.
마지막 문장: 나는 열여섯 살, 너는 열세 살.
              그때가 되면 내가 우리의 아버지를 없애줄게.



황경란의 소설집 사람들<소년은 알지 못 했다> 마지막 문장은 눈물을, 가슴이 찌르르함을, 그리고 울분을 남겼다. 눈물의 근거는 이 일이 현재형으로 남아있다는 것이고, 가슴이 찌르르함은 고통 중에 있는 아이들 때문이며, 울분은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함 때문이다. 앞선 단편들은 익히 알고 있었던 문제들에 대한 시선이었다면 이번 단편은 알고 있지만 파헤치고 싶지 않은 이 사회의 현실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애통하는 이유도 답이 없다는 좌절 때문일 것이다.

날개라는 이름과 의미만 남기고 간 엄마, 날아 보라며 놀리는 아이들, 문제의 근원으로 보고 차라리 학교에 나오지 않길 바라는 교사, 한번의 관심으로 날개에게 구원의 기대를 품게 한 했지만 더 이상 소망을 가지지 않게 한 선생, 짐승만도 못한 폭력을 가하는 아버지, 그리고 가장 약한 여동생.

날개를 존재하게 하는 정신, 엄마가 사라진 가운데 날개는 놀림과 비난 속에서 스스로 닭도, 펭귄도 아닌 날지 못하는 화려한 새 공작을 꿈꾼다. 이젠 비웃음도 놀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스로 세운 가치가 날개를 단단하게 하고 약자에서 강자로 변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버지의 폭력을 닮았다.

날개의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은 날개를 버리고 간 엄마 탓이 아니다. 철저히 자기중심의 육체적 이기주의자 아버지의 탓이다. 온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몸에 담아온 아버지의 냄새다. 폭력의 대물림. 폭력은 언제나 약자에게 행사된다. 가장 약한 약자 동생에게 아버지처럼 폭력을 가하는 날개. 그리고 아버지의 폭력 아래에서는 같은 약자로 동생과 같이 하는 날개.

날개는 처절히 사랑했다. 날개는 사랑받고 싶었다. 그러나 사랑을 받아 줄 사람도 사랑을 주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미운 얼굴이 된 소년, 날개. 손가락질은 날개가 받을 것이 아니다. 손가락질은 날개를 그렇게 만든 세상이 받아야 한다. 그들은 소년의 정신적 날개과 육체적 날개 모두를 잘라버렸다.

소년은 무엇을 알지 못했을까?
못 나는 날개가 아니라, 화려한 공작은 꿈도 꿀수 없는, 아에 날개 따위는 없다는 비참함일까?
열여섯이 되어도, 아니 평생토록, 우리의 아버지를 죽이지 못한다는 무능력일까?

소년의 이름의 탄생은 폭풍 날개가 상륙했던 날이다.

그해 7, 어느 밤에 힘차게 불던 바람의 이름이 날개였어. 그러니 너는 분명 그날의 바람을 닮았을 거야.

태풍은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지구에 꼭 필요한 바람이다. 바다, 대기를 뒤흔들어 온갖 더러운 환경을 해결한다. 바다를 뒤집어 적조문제를, 저위도 고위도의 열적 불균형을 잡아준다. 태풍이 오지 않는다면 세상은 피해가 아닌 멸망이 오는 것이다.
사회의 문제에 태풍의 불어야 한다. 이 작품은 이 정화의 태풍을 바라는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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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맘 2021-04-2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손가락질은 날개가 아닌 날개를 그렇게 만든 세상이 받아야 한다는 말씀이 깊은 공감을 일으키네요.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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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란 지음 / 산지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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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란의 소설집 사람들<그날 이후로>
(이 책을 다 읽지 않고 단편들을 읽어가며 리뷰를 쓸 예정이다. 일종의 읽기 과정의 리뷰.)


<우리는 금령의 얼굴을 다시 봐야 한다.>

첫 문장: 금령은 예나 지금이나 봄이 되면 차밭에 올라 찻잎을 딴다.
마지막 문장: 금령은 글이 소리를 달았다며 리엔의 손을 잡아주었다.


앞선 단편 <사람들> 륜의 파일에서 시련을 당한 사람들에 분류되었을 금령. 침묵하는 사람 중에 하나였을 금령.


다 아는 이야기라고, 뻔한 이야기라며 우리는 더 이상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람들> 부장이 륜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듯 어쩜 우리는 그 아는 이야기 속의 금령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첫 문단의 녹차 밭의 풍경은 금령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러나 나는 읽고 있는 중에는 알지 못했다. 다 읽은 후 다시 보고서야 알았다. 우리는 금령을 다시 봐야 한다.

 

금령은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TV에서 듣고 알 수 있었다.

위안부

침묵하고 싶었던 일을 들추는 것은 너무나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같은 일을 겪은 누군가가 침묵을 깨고 말한 것은 금령에게 충격이었다. 금령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야 했다. 그래서 글을 배운다.

글을 배워야 하는 또 하나의 인물 리엔이 나온다. 리엔과 금령의 공통점과 다른점은 무엇인가? 금령에게 리엔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는 왜 리엔을 금령의 옆에 등장시켰을까?
금령은 리엔을 생각하며 대문을 활짝 열었다
우리는 금령에게 대문을 활짝 열어 주었던가

우리는 다문화가정을 이룬 리엔에게 대문을 활짝 열어 주었던가?
금령은 침묵을 깨기 위해서, 리엔은 침묵하지 않기 위해서 글을 배운다.

 

60년 넘는 세월을 조용히 숨 죽이고 살던 금령이 서울 나들이에서 본 일본 대사관 앞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그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금령은 그것이 궁금했다. 침묵을 깬 그들의 말을 알고 싶었다.

우리는 쉽게 죽지 않는다.

작가는 금령이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비를 맞게 함으로 금령의 몸을 드러나게 만든다. 숨기려 했던 금령의 기억이 드러나는 것이다.

금령은 엄마와 자식이라는 자음과 모음을 떠올렸다. 자음과 모음이 만나 글이 되고, 글이 소리가 되고, 소리가 생명이 되어 오래도록 살아가는 그런 글을 써야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녹차밭을 밝게 비추는, 그래서 있는 그대로 초록빛을 내는 글자들이었다. 금령은 자신이 써 내려간 글자를 소리 내어 읽었다.

이제 눈이 와도 너는 자유란다.

리엔의 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당신도 나를 사랑하지요.

묻지 않아도 리엔이 누구를 생각하며 지었는지 금령은 알 수 있었다. 금령은 글이 소리를 달았다며 리엔의 손을 잡아주었다.

리엔의 손을 잡아 준 금령을 나는 사랑한다. 그는 나의 어머니도 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너무 늦게 이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당신이 나를 사랑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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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맘 2021-04-19 0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금령에게 리엔에게 문을 열었는가...그들은 침묵하지않기 위해 글을 배웠는데 정작 말과 글을 알고 있는 우리는 침묵했구나 싶어서 부끄럽네요.......

효미 2021-04-21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은 사유가 느껴집니다.

꿈맘 2021-04-23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령 할머니께 고백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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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란 지음 / 산지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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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삶의 반대


 황경란의 소설집 사람들<킹덤

(이 책을 다 읽지 않고 단편들을 읽어가며 리뷰를 쓸 예정이다. 일종의 읽기 과정의 리뷰.)

 

첫문장: 타마타브 항구의 밤이 어둠의 빛을 잃었다.

마지막 문장: 리켈은 양손을 모아 입에 대고 할아버지를 향해, 아버지를 향해, 자신의 소원을 외쳤다.

 

황경란의 소설집 사람들의 작품들을 읽으려면 맨 앞에 있는 <사람들>을 자꾸 봐야 한다. <사람들>에서 잘나가는 작가가 썼다는 삶의 반대, 가난보다 추할까를 보여 주는 작품이 <킹덤>이다. 그게요 선배하며 부장에게 가난은 추하지 않아요. 가난보다 추한 건요, 세상에서 가장 추한 건, 그건.” 하며 륜이 말 줄임표를 남겼다. 난 그 지점에 물음표를 넣어었다. 륜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나의 답은?' 없었기 때문이다. <킹덤>이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황경란 작가 특유의 절제된 묘사와 은유, 글의 구조, 문장과 단어에 소름이 돋았다.


 <킹덤>의 장소적 배경은 타마타브, 말라가시어로 토아마시나 "소금기 있는" "소금 같은"뜻을 가진 도시이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 마다가스카르의 두 번째 큰 도시로 동부에 위치한 항구도시이다. 바오밥나무가 상징인 마라가스카르는 프랑스에서 1960년 독립하였고, 군권력의 통치가 있었다. 1970년대 민주화 투쟁들이 있었고, 1990년대 민주화를 받아들여 2000년대 이후 정치적 안정을 이루었다. 1990년대 IMF 관리를 받은 적이 있다. 한국은 2007년 광업진흥공사가 암바토비에 니켈광 합작 투자에 진출했다. 마다가스카르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 지원 사업등을 했다. <킹덤>은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이런 배경설명 없이 시작한다. 이런 점은 독자로 하여금 <사람들>을 이해하게 하는 작가의 의도로 보인다.


<킹덤>은 열다섯 리켈이라는 소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덟 살 아이 때 만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한국인 쌩파(-synpa 호감을 주는 상냥한)와 그들이 7년 동안 지어가는 킹덤이 마을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기억하는 리켈의 선택을 보여준다.


아버지는 흑인의 얼굴이 너무 까매서 그들이 감정을 읽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그들에게 시위로 자신들의 뜻을 전달한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시대의 문제를 가지고 정부와 싸웠다. 그들은 단지 어부로 살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정부도, 기업도, 마을 사람들도.


킹덤은 제련소의 머리이며 팔, 다리 같은 철골 구조물을 가지고 있다. 마을의 전기를 몽땅 끌어다 쓰며, 220킬로미터의 관이 암바토비 광산과 연결되어 있다. 컨테이너박스는 리켈이 보기에 킹덤의 먹이다. 쌩파의 말대로 광산의 니켈이 컨테이너에 실리는 순간 타마타브는 이곳의 킹덤이 아닌 저들의 킹덤이 되었다. 숲은 사라지고, 낮에는 고기 잡고 밤에는 깊은 잠에 빠져는 삶을 더 이상 살지 못하며, 누구의 엄마, 누구의 언니는 매음굴로 간다. 그리고 새로 산 아버지의 배는 정박시킬 부두가 없다.


리켈은 할아버지가 왜 민주화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있었는지, 아버지는 왜 컨테이너 부두에 가서 시체로 돌아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어부의 삶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어부의 삶과 상관없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여덟 살이 아닌 열다섯의 리켈은 알 것 같았다. 매음굴 앞에 정차된 화물차에서 경유를 빼내고 이제는 제 키 높이가 된 컨테이너 위로 올라간다.


사회서적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단편으로 만나니 완전 다른 느낌이었다. 사회 서적에서는 머리로만 만났다면 황경란의 <킹덤>에서는 가슴으로 만난다. 그리고 머리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마다가스카르를 찾아보고 우리나라 광물공사가 한 일도 살피게 된다. 그리고 리켈을, 생파를 기억한다.


쌩파가 리켈에게 준 책 삶의 반대, 정말 삶의 반대는 무엇인가? 시인 유계영은 삶의 반대는 죽음이 아니라 살 수 없음입니다이라고 말한다. 리켈은 삶의 반대가 죽음인가?를 스스로 물으며 죽은 아버지를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아버지가 침묵하지 않았듯이 리켈도 자신의 소리를 내기로 결정한다.


가난이 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가난의 풍요를 모른 체 풍요의 가난을 짓밟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추한 가난으로 바꾸어 버렸다. 그들의 상냥한 권력으로. 삶의 반대를 깨달은 리켈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처럼 이런 권력을 향해 행동하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향해 자신의 소원을 외친다. 지금 작가는 그 소원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3대에 이어져 내려오는 그 소원을 나는 이제야 제대로 듣는다. 나비의 날개짓 같은 이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지길 나도 소원한다.

땅 속의 물과 뿌리가 영원하기를그들의 킹덤이 이루어지기를.원한다.

땅 속의 물과 뿌리가 영원하기를 그들의 킹덤이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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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twop 2021-04-16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국주의의 침탈에 자신들의 생존을 박탈당한 아프리타의 많은 리켈의 할아버지, 아버지들의 소원이 이루어 지기를 , 땅속의 물과 뿌리가 영원하기를 , 그들의 킹덤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자세한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사람들 -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황경란 지음 / 산지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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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란의 소설집 사람들』 중 <선샤인 뉴스>
(이 책을 다 읽지 않고 단편들을 읽어가며 리뷰를 쓸 예정이다일종의 읽기 과정의 리뷰.)

첫 문장치윤이 김 선생으로 불리는 것은 오후 두 시와 일곱 시 사이이다.
마지막 문장관측 사상 가장 긴 월식이 있던 지난밤치윤이 본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밤높이 60미터의 달에서 살아서 돌아가고 싶은 사람” 이었다.

앞의 단편<얼후>도 그렇지만 <선샤인 뉴스>도 첫 편의 <사람들>에 나왔다.
륜의 기획안에 있었던 분류된 사람들 중에 시각 장애인의 하루그리고,
륜이 썼던 두 번째 연재 기사. “부장님이번 기사는 살려주세요.” 했던 그 기사. “마지막 문장은 진실이에요” 라 했던 타워크레인 위에서 농성 중인 인권단체 기사바로 그 기사다.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밤높이 60미터의 달에서 살아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었다.
앞선 단편 <사람들>에서 륜의 두 번째 기사 마지막 문장과 <선샤인 뉴스>의 마지막 문장은 같다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그들을 그렇게 기사가 아닌 소설로 만나게 한다.
(아뿔사바로 앞의 <얼후>도 같은 맥락이다그 기사에서 륜의 마지막 문장은이제 그만하면 됐다” 지난 <얼후>를 읽었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지점이다.)

 띄어쓰기도 틀리고, 철자도 틀리며. 아는 것만 쓴다자기식의 정리와 해석을 하는 치윤. 이런 미숙해 보이는 치윤이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타워크레인의 그녀를 떠올리며 자신의 하루를 보낸다. 그 삶에서 치윤을 이해하게 되고 타워크레인 위의 그녀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엔 그 둘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사람들>에서 륜은

p18 “ 진실이요그건 역사처럼 시간이 필요한 거에요그러니까 최소한 하루라도 독자들에게 시간을 주는 거죠이게 제가 꿈꾸는 신문이에요.”

이런 말을 했다. <선샤인뉴스>는 륜의 그런 생각을 치윤을 통해 보여 주는 소설 같다그래서 제목이 <선샤인뉴스인가작가를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

작가는 치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읽는 이로 하여금 차츰 차츰 뭔가를 알게 하는데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단편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볼 때 알게 되는 것들도 있다신기한 것은 내가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내가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지난밤 라디오방송을 점자로 기록하고 하루종일 그것들을 생각하고 다시 듣게 되고다시 생각하고 읽고 쓰기를 반복하며 기억하는 치윤스토리는 단순하게 느껴진다흥미가 되지 못할 뻔한 소재로 보인다그러나 이야기는 전개 과정속에서 구성, 인물, 장소, 시간, 사건, 문장과 단어들을 의미를 가지고 올올이 엮어있다곳곳에 숨겨진 의미의 장치들이 있다. 그리고 독자에게 그 의미를 파헤쳐 다시 풀게 한다그러곤 독자만의 것으로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하는 듯 하다전문 문학평론가들은 이 책을 어떻게 평론할까? 듣고 싶다나의 언어로 이 단편을 리뷰하는 것은 <선샤인 뉴스>를 선샤인’ 답지 못하게 하는 듯 하다.

리뷰를 준비하고 쓰는 동안 ‘<선샤인 뉴스>를 잘 보셨나요이제 당신이 채워보세요’ 라고 륜이 말하는 것 같았다리뷰치윤이 느림을 훈련해야 한다고 했듯이 나에게도 느림의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밤높이 60미터의 달에서 살아서 돌아가고 싶은 사람” 이었다.
타워 크레인의 그녀가 그렇고치윤이 그렇고, <사람들>의 륜이 그런 거 아닐까? 그리고 나도.
각자의 시간과 공간은 다를지라도 살아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이다.

살려주세요

우리는 이 소리를 잘 듣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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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맘 2021-04-14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소리를 잘 듣고 싶다...잘 들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주시는 리뷰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