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들 -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황경란 지음 / 산지니 / 2020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황경란의 소설집 『사람들』 중 <선샤인 뉴스>
(이 책을 다 읽지 않고 단편들을 읽어가며 리뷰를 쓸 예정이다. 일종의 읽기 과정의 리뷰.)
첫 문장: 치윤이 김 선생으로 불리는 것은 오후 두 시와 일곱 시 사이이다.
마지막 문장: 관측 사상 가장 긴 월식이 있던 지난밤, 치윤이 본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밤, 높이 60미터의 달에서 살아서 돌아가고 싶은 사람” 이었다.
앞의 단편<얼후>도 그렇지만 <선샤인 뉴스>도 첫 편의 <사람들>에 나왔다.
륜의 기획안에 있었던 분류된 사람들 중에 시각 장애인의 하루. 그리고,
륜이 썼던 두 번째 연재 기사. “부장님, 이번 기사는 살려주세요.” 했던 그 기사. “마지막 문장은 진실이에요” 라 했던 타워크레인 위에서 농성 중인 인권단체 기사. 바로 그 기사다.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밤, 높이 60미터의 달에서 살아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었다.
앞선 단편 <사람들>에서 륜의 두 번째 기사 마지막 문장과 <선샤인 뉴스>의 마지막 문장은 같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그들을 그렇게 기사가 아닌 소설로 만나게 한다.
(아뿔사, 바로 앞의 <얼후>도 같은 맥락이다. 그 기사에서 륜의 마지막 문장은“이제 그만하면 됐다” 지난 <얼후>를 읽었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지점이다.)
띄어쓰기도 틀리고, 철자도 틀리며. 아는 것만 쓴다, 자기식의 정리와 해석을 하는 치윤. 이런 미숙해 보이는 치윤이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타워크레인의 그녀를 떠올리며 자신의 하루를 보낸다. 그 삶에서 치윤을 이해하게 되고 타워크레인 위의 그녀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엔 그 둘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사람들>에서 륜은
p18 “ 아! 진실이요? 그건 역사처럼 시간이 필요한 거에요. 그러니까 최소한 하루라도 독자들에게 시간을 주는 거죠. 이게 제가 꿈꾸는 신문이에요.”
이런 말을 했다. <선샤인뉴스>는 륜의 그런 생각을 치윤을 통해 보여 주는 소설 같다. 그래서 제목이 <선샤인뉴스> 인가? 작가를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
작가는 치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읽는 이로 하여금 차츰 차츰 뭔가를 알게 하는데 나중에서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단편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볼 때 알게 되는 것들도 있다. 신기한 것은 내가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내가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지난밤 라디오방송을 점자로 기록하고 하루종일 그것들을 생각하고 다시 듣게 되고, 다시 생각하고 읽고 쓰기를 반복하며 기억하는 치윤. 스토리는 단순하게 느껴진다. 흥미가 되지 못할 뻔한 소재로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는 전개 과정속에서 구성, 인물, 장소, 시간, 사건, 문장과 단어들을 의미를 가지고 올올이 엮어있다. 곳곳에 숨겨진 의미의 장치들이 있다. 그리고 독자에게 그 의미를 파헤쳐 다시 풀게 한다. 그러곤 독자만의 것으로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하는 듯 하다. 전문 문학평론가들은 이 책을 어떻게 평론할까? 듣고 싶다. 나의 언어로 이 단편을 리뷰하는 것은 <선샤인 뉴스>를 ‘선샤인’ 답지 못하게 하는 듯 하다.
리뷰를 준비하고 쓰는 동안 ‘<선샤인 뉴스>를 잘 보셨나요? 자, 이제 당신이 채워보세요’ 라고 륜이 말하는 것 같았다. 리뷰, 치윤이 느림을 훈련해야 한다고 했듯이 나에게도 느림의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밤, 높이 60미터의 달에서 살아서 돌아가고 싶은 사람” 이었다.
타워 크레인의 그녀가 그렇고, 치윤이 그렇고, <사람들>의 륜이 그런 거 아닐까? 그리고 나도.
각자의 시간과 공간은 다를지라도 살아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이다.
“살려주세요”
우리는 이 소리를 잘 듣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