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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입니다 - 2024 여름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추천도서 ㅣ 반올림 52
김해원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족입니다 라는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가족이라는 테마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가 궁금해서였다. 일단 첫 페이지를 열면 ‘한국항공의 창사 30주년 기념 가족사랑 여행기 공모’라는 광고가 나온다. 마치 공모수기인 듯한 네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첫 번째 가족은 시래기 식당을 경영하는 할머니, 그의 딸이자 주인공의 엄마, 그녀와 재혼한 현병철씨, 그의 딸 현정아, 화자인 우진,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할머니는 처음으로 가게 문을 닫고 가족이 함께 제주로 여행을 떠난다. 여기에서 주인공은 엄마와 할머니가 피를 나눈 엄마와 딸의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할머니는 마흔 살에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를 혼자 키우시느라 단 한 번도 가게 문을 닫은 적이 없었고 우진은 할머니가 엄마랑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유전의 힘이 아닌 40년이라는 세월의 힘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족이란 이렇게 실은 핏줄을 나눈 사람들의 관계만은 아닌 것이다. 우진과 현병철씨도 어쩌면 나중에 이렇게 닮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핏줄로 얽히지 않아도 함께 살면서 닮아가고 있는 모습, 그것이 가족이지 않을까? 아직도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 현정아를 보면서 우진은 빗방울이 스며들 듯 서서히 그렇게 닮아갈 것으로 생각하면서 이야기는 마친다.
두 번째 가족은 우리네 주변의 일상적인 모습을 가진 네명의 가족이다. 엄마 아빠는 열심히 큰 딸을 대학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큰 딸 다영은 대학을 갈 생각이 없다. 도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줄 알고 있던 딸이 카페 알바에서 손님에게 갑질을 당하는 모습을 보게된 부모는 아연실색을 한다. 그러나 큰 딸 다영은 자신의 미래를 이미 설계해 놓았고 여행전문 서점을 차리거나 북카페를 차리겠다고 한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의 갈등이다. 정말 모두 대학을 갈 필요가 없는데도 우리 사회는 대학을 나와야 인정을 받는다는 분위기이고 그 때문에 공부에 관심이 없어도 모두 대학에 간다. 다영은 자신의 앞날을 고민해서 잘 설계하고 있으나 부모님들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하다. 내자식이라도 이런 고민을 할 것 같다. 이런 갈등을 겪고 엄마와 아빠 나는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
세 번째 가족은 오빠가 기숙형 대안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한학기도 지나지않아 보통학교에 가고 싶다해서 엄마와 충돌하여 나까지 세명이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떠났다.
네 번째 여행기는 퇴직을 몇해 앞둔 아버지와 고등학생 아들이 고3인 누나의 코칭을 받으며 스페인 여행을 하는 것이다. 가족들은 어리둥절한다. 갑자기 아버지가 스페인 여행이라니. 고3인 딸은 고3이라 엄마는 제과점을 닫을 수 없어서 부자만이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여행속에서 아들은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렇다. 가족이란 공동체에서 우리는 많은 갈등을 겪는다. 특히 부모님들의 생각과 자식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인생을 더 많이 살아본 부모님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도움을 주려 하는 것일 테지만 자식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뜻과 생각도 존중받고 싶다. 부모인 나도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려 생각하고 있지만 때로는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되고 그래도 존중해주어야 하나 갈등한다. 때로는 부모님이 병에 걸리시기도 하고 그래서 집안의 기둥이 흔들리기도 한다. 네 편의 단편들이 청소년들에게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할 것 같다. 이야기를 통해서 다양한 가족의 고민을 들어본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의 형편이 되는 가족이 배경이다보니 이 사회의 아픈 가족의 사연은 담아내지 못한 것 같다. 그러면서 한 편 정도는 또 다른 가족의 갈등을 보여 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