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황경란 지음 / 산지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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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란의 소설집 사람들<그날 이후로>
(이 책을 다 읽지 않고 단편들을 읽어가며 리뷰를 쓸 예정이다. 일종의 읽기 과정의 리뷰.)


<우리는 금령의 얼굴을 다시 봐야 한다.>

첫 문장: 금령은 예나 지금이나 봄이 되면 차밭에 올라 찻잎을 딴다.
마지막 문장: 금령은 글이 소리를 달았다며 리엔의 손을 잡아주었다.


앞선 단편 <사람들> 륜의 파일에서 시련을 당한 사람들에 분류되었을 금령. 침묵하는 사람 중에 하나였을 금령.


다 아는 이야기라고, 뻔한 이야기라며 우리는 더 이상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람들> 부장이 륜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듯 어쩜 우리는 그 아는 이야기 속의 금령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첫 문단의 녹차 밭의 풍경은 금령의 삶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러나 나는 읽고 있는 중에는 알지 못했다. 다 읽은 후 다시 보고서야 알았다. 우리는 금령을 다시 봐야 한다.

 

금령은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TV에서 듣고 알 수 있었다.

위안부

침묵하고 싶었던 일을 들추는 것은 너무나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같은 일을 겪은 누군가가 침묵을 깨고 말한 것은 금령에게 충격이었다. 금령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야 했다. 그래서 글을 배운다.

글을 배워야 하는 또 하나의 인물 리엔이 나온다. 리엔과 금령의 공통점과 다른점은 무엇인가? 금령에게 리엔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는 왜 리엔을 금령의 옆에 등장시켰을까?
금령은 리엔을 생각하며 대문을 활짝 열었다
우리는 금령에게 대문을 활짝 열어 주었던가

우리는 다문화가정을 이룬 리엔에게 대문을 활짝 열어 주었던가?
금령은 침묵을 깨기 위해서, 리엔은 침묵하지 않기 위해서 글을 배운다.

 

60년 넘는 세월을 조용히 숨 죽이고 살던 금령이 서울 나들이에서 본 일본 대사관 앞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그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금령은 그것이 궁금했다. 침묵을 깬 그들의 말을 알고 싶었다.

우리는 쉽게 죽지 않는다.

작가는 금령이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비를 맞게 함으로 금령의 몸을 드러나게 만든다. 숨기려 했던 금령의 기억이 드러나는 것이다.

금령은 엄마와 자식이라는 자음과 모음을 떠올렸다. 자음과 모음이 만나 글이 되고, 글이 소리가 되고, 소리가 생명이 되어 오래도록 살아가는 그런 글을 써야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녹차밭을 밝게 비추는, 그래서 있는 그대로 초록빛을 내는 글자들이었다. 금령은 자신이 써 내려간 글자를 소리 내어 읽었다.

이제 눈이 와도 너는 자유란다.

리엔의 시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당신도 나를 사랑하지요.

묻지 않아도 리엔이 누구를 생각하며 지었는지 금령은 알 수 있었다. 금령은 글이 소리를 달았다며 리엔의 손을 잡아주었다.

리엔의 손을 잡아 준 금령을 나는 사랑한다. 그는 나의 어머니도 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너무 늦게 이 말을 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당신이 나를 사랑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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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맘 2021-04-19 0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금령에게 리엔에게 문을 열었는가...그들은 침묵하지않기 위해 글을 배웠는데 정작 말과 글을 알고 있는 우리는 침묵했구나 싶어서 부끄럽네요.......

효미 2021-04-21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은 사유가 느껴집니다.

꿈맘 2021-04-23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령 할머니께 고백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