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우주 반올림 51
오시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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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기 전
안녕, 나의 우주는 만남의 인사인 줄 알았다.

책을 읽은 후
안녕, 나의 우주는 헤어짐의 인사임을 알았다.

 

잘 헤어지기.


난 이 책의 주제를 이렇게 잡고 싶다.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아빠의 죽음은 평소의 생활을 그대로 살게 한다. 그런 삶은 오히려 죽음을 애도해야 할 사람에겐 마치 외계의 세계와 같이 느껴질 것이다. 통곡을 하며 울어야 하는데 평소의 생활을 그대로 살고 있다니, 당사자는 웃을 일이다.

그런데 진짜 외계인이 찾아온다. 주인공 우주인에게 아빠의 장례를 치르고. 몇 번 그의 얼굴을 보았지만 그 푸른빛 몸을 발견한 것은 기철이와 한판 붙었을 때이다. 맘에도 없는 소리를 기철이에게 퍼붓고 미안한데 싸운다. 어떨결에 그를 삼촌이라고 해외에서 살다 와서 한국말을 잘 못 한다고 거짓말을 하며 그와 함께 산다. 그리고 그와 헤어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아빠에 대한 마음의 투사이다.

p151 “나는 아빠에게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다

영원한 헤어짐을 앞두고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것은 한이 된다.

기철이도 아빠와 작별 인사를 못했다. 기철이 아빠도 은하호를 타고 나가 풍랑으로 돌아가셨다. 아니 아버지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기철이는 단단하다. 오히려 아버지로 인해 꿈을 가지고 있다. 엄마는 기철이까지 잃을까 배를 탈 생각을 못하게 한다. 그저 뭍으로 나가서 뭍에서 살기 바란다. 주인이는 이런 기철이를 부러워한다. 꿈이 있고 몸도 마음도 단단한 기철이와 나약한 자신을 비교한다. 기철이는 단번에 단단해졌을까?

p19 “내도 겪어 봐서 안다. 그래도 쪼매만 지나면 괘않다. 처음엔 따라 죽을 것처럼 힘들지만 밥도 묵고, 잠도자고 그렇더라. 그라닌깐…….”
p161 “억수로 힘들었다. 그란데 한 해 두 해 시간이 가고, 할배랑 할매 차례상에 하듯이 아빠 차례상에 절하다 보이 괜찮아지더라.”



삼촌을 통해 주인이는 아빠의 생각들을 정리해 간다. 아빠를 다시 기억해 낸다. 아빠와 있던 추억을 다시 불러 들인다. 그러면서 삼촌을 보내고 싶지 않아 되돌아갈 수 있는 장치 하나를 숨긴다. 마치 선녀와 나뭇꾼처럼. 그러나 세상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결국은 보내야만 하는 순간. 주인이는 기철이와 함께 지혜와 용기로 삼촌을 구한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여기고 기철이를 육지로 돌려 보내고 혼자 삼촌을 데리고 어두운 바다로 배를 몬다. 그의 이름은 스론아빠의 입술에서 들었던 마지막 소리, ....

잘 가요, 아빠
잘 가요, 스론


그제서야 주인이는 제대로 헤어진다.


기철이의 위로에 오히려 주먹을 날리고
p19 “그딴 거 필요 없어, 아빠도 없는 거지새끼 주제에.”
다시 주어 담지 못할 말, 자신에게도 던져지는 말을 하였다. 그 이후로 미안함을 가지고 같이 먹기도 하고 자기도 하고 일도 같이 하지만 정식적인 사과를 하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p159 “미안했다.”
     “내가 잘못했어

     너한테 화가 났던게 아니라 나한테 화가 난 거야. 너한테 했던 그 말도 실은 나한테 한 말이고.”


주인이는 미안하다는 말, ‘잘 가요라는 말을 몸으로 알아간다.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거다.

나를 뒤돌아봐도 그렇다. 머쓱한 마음에 미안하다 말하지 못하고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다. 슬픔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한참 후에서야 상처가 터져 나와 근원을 알지 못한 체 방황한다. 돌이켜 보면, 제대로 미안하다 하지 못하고, 제대로 사과 받지 못하고. 제대로 헤어지지 못한 일들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오롯이 내가 해 내야 하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오롯이 해 내야 하는 일을 어쩜 어른들이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슬프다고 힘들다고. 그런데 결국 어른이 되려면 몸을 알아야 하는 것들이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 할 것이다. 인류의 역사 DNA는 그 아이에게도 있을 것이다.
기철이가 이겼듯이, 주인이가 이겨가듯이, 우리 아이들도 이겨갈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럴 수 있음을, 자신을 믿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

리뷰를 쓰기 전



안녕, 나의 우주는 헤어짐의 인사임을 알았다.
리뷰를 쓰고 난 후
안녕, 나의 우주는 다시 하는 인사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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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맘 2021-04-06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헤어지기...고마움이든 미안함이든 영영 헤어짐이든 잘 할 수 있도록...잘 해낼 수 있도록 마음 챙겨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