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군도 5 열린책들 세계문학 262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용소 군도

(Архипелаг ГУЛАГ)


                                                            알렉산드르 솔제니찐

[ 5 ]


 2월 혁명이 도형(徒刑 : 중노동형)을 폐지한 26년 후인 19434월에 스탈린은 그것을 교수형과 같이 다시 도입했다.


 하지만 도형이 교수형과 같은 것은, 도형이 수용소 군도의 전통에 따라 죽는 과정을 시간적으로 길게 연장하는 것일 뿐, 죽을 운명인 사람들이 더욱 고통스럽게죽기 전에 더욱 일하도록 하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독소전쟁이 발발하자 북카프카스의 주민들이 대거 도망쳤다가 패주하는 독일군을 따라갔다. 몇 십만이나 되는 러시아인이 히틀러의 추악함에도 불구하고 스탈린의 압제가 싫어서 스스로 지원하여 적군의 군복을 입었던 것이다.


 공산주의의 행복한 24년간을 몸소 느끼며 체험한 러시아인들은 유사 이래 이 지구상에서 자칭 소비에트라는 볼셰비키보다 더 흉측하고 피투성이의, 게다가 간교하고 유연한 체제는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학살된 사람의 수에 있어서, 장기간에 걸친 이데올로기를 깊이 심는데 있어서, 그 구상의 깊이에 있어서, 철저한 획일화와 전체주의화에 있어서 지구상의 어느 체제도 그것과 비견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당시 이미 서구 제국을 떨게 했던 미숙한 히틀러 체제도 여기에 미치지 못했

을 것이라 여겼다.


 한 보병연대 소령은 자기가 스탈린을 타도하기 위하여 해방군에 참여하려고 독일군에 가려는데 희망자는 따르라고 연대 앞에서 공공연히 선언했으나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전 연대가 그의 뒤를 따랐다.


 그의 연대가 희망자를 모집하기 위하여 포로수용소에 갔을 때에는 5천 명의 포로 4천 명이 그의 연대에 입대하기를 희망하는 일도 있었다.


 작가는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쓰고 있는데, 당국은 확성기로 한국전쟁이 발발했음을 알리면서, 전쟁 첫날 오전 중에 남한 측의 강력한 방위선을 돌파하고 10킬로미터나 적진 깊숙이 침입하면서도 북한 측이 남한으로부터 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물리를 모르고 전투 경험이 없는 군인이라 할지라도 첫날에 진격한 쪽이 먼저 습격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고 했다.


 1950년이 되면서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듯했지만 괄목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한국전쟁에 유엔이 참전한 것을 보고 그 유엔이 러시아에도 구원의 손길을 뻗쳐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고무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헛된 기대로 끝났고, 사람들이 체포되어 벌을 받는 경우들을 예를 들어 제정 러시아 시대와 비교하면서 스탈린 시대에 더 비참해진 죄수들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죄수들은 왜 저항하지 않았는

? 작가는 그 이유를 바깥세상의 여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제5권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과 더불어 스탈린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세계정세의 변화에 따른 수용소의 변화의 징후, 그리고 사람들이 체포되어 벌을 받는 경우들을 예를 들어 제정 러시아 시대와 비교하면서 스탈린 시대에 더 비참해진 죄수들의 실상 등을 알리고 있다.


 작가와 같이 수감되었던 종교시인 아나톨리 바실리예비치 실린은 왜 이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가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간명하게 표현했다.


완벽한 사랑 그 자체인 신이

우리의 삶을 불완전하게 만든 것은

고뇌가 없이는

행복의 가치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계율은 엄하지만 그것을 따름으로써

죽어야 하는 연약한 인간이

영생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작가는 수용소 사람들의 특징을 이렇게도 표현했다.

 「수용소는 일반 사회와는 다르다. 사회에서는 각자가 거리낌 없이 자기를 강조하여 밖으로 그것을 표현하려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이 무엇을 주장하려고 하는지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런데 형무소에서는 반대로, 모두가 획일화되어 있다. 모두 똑같은 머리를 깎고, 똑같이 수염을 깎지 않고, 같은 모자를 쓰고, 같은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의 표정도 바람 맞고, 햇볕에 그을리고, 때 묻고, 중노동에 일그러져 있었다. 그 개성을 잃고. 지친 외모를 통해 영혼의 빛을 식별하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

 그러나 마음의 등불은 무의식중에 서로를 찾으며, 가까워진다. 같은 사람끼리 자연스럽게 알고 모이게 된다.


 수많은 죽음을 보아온 작가가, 죽음을 기다리는 시인으로부터 죽을 때에는 죽음 그 자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 전의 마음의 준비가 무서운 것.’이라고 들었다는 대목에서는 처연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으며,


 특히 흥미를 끈 것은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수용소 탈출과 반란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는데 특수 수용소를 중심으로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수용소에서의 탈출의 시대가 끝나고 폭동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