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군도 1 열린책들 세계문학 258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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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 군도

(Архипелаг ГУЛАГ)

                                                            알렉산드르 솔제니찐

[ 1 ]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이 직접 등장하는 실명의 기록문학인 동시에 고발문학으로 200명이 넘는 다른 죄수들의 이야기와 기억과 편지들의 기록으로 전체 7부로 구성되어있는 장편 논픽션인데, 엄혹한 스탈린 시절의 소련의 굴라크(정치범수용소)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1958년부터 10년에 걸쳐 썼다고 알려졌는데, 1부와 제2부는 1967년에 이미 완성되었으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신변보호를 위하여 출판을 미루어 오다 원고 일부가 KGB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작가는 원고를 서방으로 밀반출하여 1973년 파리 YMCA 출판사에서 출간

에 성공하였고 나머지 부분들은 1976년에 완간되었다.


 이야기는, 사람들이, 정치범수용소인, 전국 방방곡곡에 점점이 얼룩져 산재해 있는 이 신비로운 군도에 어떻게 오게 되는가라는 의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소련의 국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첩보 및 감시활동을 하던 조직인 기관은 주로 한 밤중 또는 예기치 못한 시간에 불쑥 나타나 사람들을 체포해 가는데, 체포는 그 특징에 따라 여러 방법으로 구분되며 시도 때도 없이 자행되어 심지어 수술을 받던 중 끌려간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정치범들은 아무 죄도 없이 체포되었는데, 죄를 지어서 잡힌 것이 아니고 상부의 지시에 따라 할당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체포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무엇 때문에 도망갈 필요가 있으며 또 저항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지만

저항은 체포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했다.


 이 무시무시한 체포는 형법 제58조에 의한 것인데 웬만한 사람은 모두 이 조항에 해당되었으며 법 조항에 정치라는 단어는 한 자도 없지만 이 조항에 의해 체포된 사람들은 모두 정치범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범죄자들보다 더 가혹하게 취급되었다.


 1937년과 1938년에 대숙청이 있었지만 그 이전의 큰 흐름은 1929년과 1930년에 있었고 그 이후의 큰 흐름은 1944년에서 1946년에 이르는 시기에도 있었다. 하지1948년부터 1949년까지의 일이나 다른 시기의 일들도 허다했다.


 191710월 혁명 이후 레닌의 지시에 의해 일소의 대상이 된 러시아 땅에 있는 해충은 지식인, 부자, 관료, 교육자, 성직자 등등 노동계급이 아닌 모든 사람을 망라했으며, 이후 내전 기간을 포함한 수년 동안 극단적인 사회주의자가 아닌 지식인들은 총살되거나 형무소로 끌려갔는데 그들이 지식계급의 80퍼센트 가량을 차지했다.


 1918년 여름부터 농민들은 능력의 한계를 넘는 양의 수확물을 강제로, 그것도 무상으로 징발 당했다. 그것은 마침내 농민의 반란을 초래했고 그 탄압을 위해 새로운 검거 선풍이 일어나 인민 가운데 가장 근면한 농민들을 뿌리째 뽑아버렸다.


 1921년에는 다른 정당원에 대한 체포, 투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어 볼셰비키 당이외의 모든 정당은 사실상 러시아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1922년부터는 기관이 교회문제에 개입하여 각 지방마다 대주교와 주교가 구속되었고 뒤이어 사제들, 수도자들, 심지어 보제들까지 투옥되는 종교 말살이 진행되었다.


 숙청 대상도 점차 확대되어 가장이 투옥된 뒤 그의 가족들도 잡아들였으며 전 산업 분야에까지 제독(除毒) 작업이 전개되었고 공장의 기사들까지 잡아넣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이런 숙청 작업에 전체 인민을 참가시켜 책임을 다 함께

나눠서 지자는 것이었다.


 공장마다 직장마다 노동자와 직원들이 재판관보다 한술 더 떠서 핏대를 올리며 악질분자들을 사형에 처하라고 외쳐댔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의 집회, 어린 학생까지 동원된 데모 행진, 수백만의 정연한 발걸음 소리, 노호의 함성이 재판소

창문을 뒤흔들었다.


 이런 흐름 속에 비록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세력이라 할지라도 박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었으며 이제는 당 지도부에 대한 숙청의 차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는데......


 전67부작으로 출간된 이 작품은 러시아 혁명에서부터 스탈린 시대 동안의 러시아에서 일어났던 인민에 대한 탄압을 고발하고 있는데, 1권에서는 체포, 숙청의 흐름, 신문(訊問) 등으로부터 시작하여 형량이 결정되는 재판의 사례들을 기록하고 있다.


 책의 시작처럼 체포는 오직 시작일 뿐, 체포에 이어 진행되는 과정인 신문(訊問)은 고문이었는데, 18세기에 없어졌던 52가지 악명 높은 고문들이 20세기 사회주의 사회에서 수백만 명의 무력한 희생자들에게 자행되었다.


 왜 이런 천인공노할 일들이 자행되었느냐? 작가는 그 이유를 이데올로기에서 구하고 있다.


 이데올로기 그것은 사악한 일에 그럴듯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악인에게 필요한 장기간에 걸친 강인함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그 사회적인 이론은 자기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악행을 은폐하게끔 도와주고, 비난과 저주를 듣는 대신 칭찬과 존경을 듣도록 도와준다.


 바로 이 이데올로기 때문에 20세기는, 이제 와서는 그 악행을 뒤집을 수도, 피할 수도, 입을 다물게 할 수도 없는 수백만 가지의 악행을 겪어야 했다.


 지난 역사를 현재의 잣대로 재단한다는 것이 합리적인 생각이 아니라 할지라도 기존 체제에 대한 반동으로 발생한 러시아 혁명을 뿌리로 세워진 노동자 계급의 천국인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에서 스탈린은 도대체 인민들에게 무슨 만행을 저지른 것인지......


 그가 꿈꾸던 사회 변화가 무엇이든 기존의 사회를 지탱하던 모든 질서를 뿌리에서부터 파헤쳐서 붕괴시켜버리는 변혁은 역사에서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인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러시아 혁명은 시작부터가 분명 잘못된 선택인 것 같았다.


 서문에서, 수용소 군도에 대해 한결같이 침묵을 지켜왔지만 과거를 잊고 양 눈을 다 잃지 않기 위해서글을 쓴다는 작가의 처절한 심경을 일견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러시아인들은 러시아를 사랑했지만 소련의 스탈린은 러시아를 사랑한 것이 아닌 것 같았으며, 철권통치로 그가 사랑한 것은 오직 권력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NYT의 서평 같이 이 책은 독자의 영혼에 영원히 흔적을 남기는 바로 그런 책이라는데 공감하면서, 고래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socialist ideology)에 매몰되어 역사를 퇴행시킨 사람들이 과연 스탈린 한 사람

뿐이었을까 생각해 보게 했다.


 (본문에서도 언급된 러시아의 2, 10월 혁명 이후 발생하는 러시아 내전에 관한 이야기는 196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하일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을 통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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