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과 비 전9권 세트 - 이병주 역사대하소설
알라딘(디폴트) / 198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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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과

                                                                           이병주


[ 9 ]

碧水之辭(3)


 외세의 입김이 점점 강해졌고 이태리, 아라사, 독일 등의 사신들이 차례대로 들

어와 기왕 일본과 맺은 불평등조약을 본보기로 수교조약 맺기를 희망했다.


 청국의 미천한 상인들이 조선 조정의 고관들을 마구 구타하고 일개 상무관이 재판을 해도 조정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조선의 백성들에 대해서는 법을 집행한답시고 광화문 네거리엔 효수된 인두가 보이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한성순보가 창간되었고 최천중은 이를 통해 개화사상에 눈 뜨게 되는데, 그 무렵 좌변포도청의 포졸 네 명이 순찰 중 광통교에서 적도 수십 명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범인들은 최천중의 우려대로 왕문과 민하, 소민 등이 낀 무리들이었는데 사건을 일으키고 나서 청진(淸陣)으로 가서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원세개가 그들을 조선의 포도청으로 인계하려 들지만 소민의 활약으로 무사히 목숨을 구한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죄 없는 많은 목숨들이 죽어나가자 연루자들은 물론 최천중까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데......


 조선의 영토가 일본과 서양 열강의 각축장이 되었지만 조정은 친일, 친중파 등으로 나뉘어 쉽사리 국론 통일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권력을 두고 왕과 왕비가 서로 의견을 달리했으니 국론을 하나로 합친다는 것은 당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일일 것 같았다.


 그런 가운데 성급한 김옥균이 갑신정변을 일으켰지만 3일 천하로 실패를 하였는데, 그런 과정 일체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생각만 할 뿐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최천중.


 그의 원대한 포부와 그것을 위해 전개될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기대하며 장장 9권의 대하소설을 읽어왔는데 종국엔 영세중립국 운운하는, 최후까지 김빠지는 최천중의 넋두리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원대한 포부로 시작했지만 너무도 허무한 용두사미. 하긴, 점술가이며 관상가이자 천하의 난봉꾼인 최천중을 너무 믿은 내 잘못도 있지만 그건 전적으로 작가 탓이다.


 그것은 역사 속에 픽션을 접목하여 한 탕 크게 지르지 못하고 흐지부지 꼬리를 내려 당초의 기획 의도를 크게 벗어난 것 같이 작품을 전개시킨 것이 비로 작가의 의도이었기 때문이다.

 많이 실망스럽고 허탈한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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