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구름과 비 전9권 세트 - 이병주 역사대하소설
알라딘(디폴트) / 1983년 11월
평점 :


바람과 구름과

                                                                           이병주


[ 7 ]

碧水之辭(1)


 왕문이 벌써 20세가 되었고 최천중도 50세가 되었다.


 을축년 삼전도장 잔치에 참석하고 돌아간 왕덕수는 그해 원인 모를 병으로 졸지에 죽었고 일 년 상을 미원촌에서 지낸 후 왕문은 어머니를 따라 뚝섬 건너편으로 이사를 해서 지내고 있었는데 물론 그 과정의 뒤에는 최천중이 있었다.


 그리고 최천중의 극진한 관심 속에서 자란 왕문은 출중한 인재로 자라 있었는데 공부 친구인 민하라는 청년과 함께 김응서 밑에서 요즘은 대원군과 민비, 그리고 당시의 외세 등 역사를 배우고 있었다.


 바야흐로 안으로는 민씨 세력을 등에 업은 민비가 대원군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았고 밖으로는 일본과 러시아 및 서양 제국이 조선을 놓고 각축하는 가운데 최천중은 자신의 원대한 포부에 변화를 모색한다.


 민씨의 집권으로 나라의 기강이 극도로 문란해져 구식군인들이 13개월 동안이나 급료를 받지 못하여 불만이 쌓이고 있던 중 겨우 1개월분의 급료를 받은 것이 모래와 잔돌이 반 이상이나 섞이고도 그 양이 반에도 미치지 못하자 군졸들이 크게 노하여 임오군란을 일으켰다.


 노한 군졸들이 무기고를 습격하고 무기를 탈취하여 궁궐로 난입하자 민비는 줄행랑을 쳤고 대원군이 다시 등장하게 되는데......


 세월이 갑자기 20년을 훌쩍 뛰어넘어버리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그러면서 최천중이 야심차게 품었던 원대한 포부도 자식의 학업과 출가에 신경을 쓰는 필부의 걱정으로 쪼그라든 것 같다.


 20년이나 지나도록 최천중은 무얼 했으며 삼전도장은 어떤 역할을 하였고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설명도 없고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도 눈에 띈다.


 아직은 그래도 몇 권의 갈 길이 남았는데, 3년 가까이 연재된 소설이 작가의 상상력의 빈곤인지, 신문사의 방침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점점

용두사미가 되어가는 것 같은 사실이 안타깝기만 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역사라는 사실 속에 픽션을 끼워넣어서 작품을 완성한다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그래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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