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세트 - 전7권 이병주 전집
이병주 지음 / 한길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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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智異山

                                                                           이병주


[ 7 ]

秋風, 山河에 불다


 연합군에 의해 전세가 역전되면서 미처 월북하지 못한 사람들과 지리산에 들어와 남부군의 승리사단에 편입된 박태영은 이산저산을 옮겨 다니며 빨치산 활동을 계속한다.


 그곳에서 남부군의 작가 이태를 만나 훗날 이태가 생포될 때까지 함께 활동했.


 토벌대에 쫓기고 추위와 굶주림에 내몰리면서도 누구 하나,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의 가치 판단이나 이념에 대한 성찰도 없이 맹목적으로 공산당이 내린다는 상부의 지시를 목숨을 걸고 따르는 집단사고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박태영이 그런 생각에 반감을 가지고 불투명한 앞날을 예견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워낙 골수에 박힌 순종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하다 보니 이도 저도 못하면서 오로지 빨치산 활동에만 열심이었으니 누가 스스로 대오를 이탈하여 자기 의사로 투항하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겠는가?


 대오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토벌대를 공격하고 보급투쟁을 펼치며 지리산의 봉우리와 골짜기 곳곳을 섭렵한다.


 휴전회담이 열렸다는 소식은 있었지만 회담의 의제 중에 빨치산의 처리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보아 자신들이 버려졌다는 사실이 알았지만 그들은 오직 공산당을 위하여 동요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북의 김일성이 남로당의 박헌영과 이승엽을 종파주의자로 몰아 숙청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일제 말부터 광복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1950년대 중반까지의 우리나라 현대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하여 지리산을 중심으로 활동한 파르티잔들의 생성과 부침을 다룬 대하소설이었는데 작가는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실존했던 인물들이었다면서 이 소설이 실록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것이 실록이든 픽션이든은 중요하지 않았고, 이야기의 마지막 지리산의 빨치산 활동의 내용들이 이태가 쓴 남부군을 너무 닮아 있어서 그게 더 유감인 것 같았다.


 아무튼, 이념이 개입된 작가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확실히 좌파 작가들은 그 색깔을 더 투쟁적이고 선명하게 나타내는데 비해 우파적인 작가들은 회색 비슷한 어중간한 색깔로 얼버무리는 경향을 나타내는데 이 작품 역시 그렇다고 봐야 할 것 같.


 자신감의 결여 때문이었을까? 보신주의적인 생각 때문이었을까? 읽고 난 뒤에도 뭔가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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