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트르담의 꼽추 ㅣ 홍신 엘리트 북스 31
빅토르 위고 / 홍신문화사 / 1992년 12월
평점 :
절판
노트르담의 꼽추(Notre-Dame de paris)
빅토르 위고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1885) 프랑스 브장송 출생. 낭만파 시인이며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인 작가임. 나폴레옹 3세의 제정 수립을 반대하다 추방당하여 19년간 망명생활을 하기도 하였음. 주요 작품으로 ‘노트르담의 꼽추’ ‘정관시집’ ‘레미제라블’ 등이 있다.
이 소설은 지나 롤로브리지다, 안소니 퀸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로 소개되어 우리에게 친숙하다. 얼마 전 화재로 노트르담 사원의 첨탑 등이 훼손되었다는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카지모도와 에스메랄다는 무사했는지? 소설의 프롤로그에서 밝힌 빅토르 위고의 생각 - ……언젠가는 이 성당 자체도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 이 실현 된 것인가?
[ 프롤로그 ]
몇 년 전 노트르담 성당을 찾았을 때 ‘ANATKH(숙명)’라는 낱말이 벽에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깊이 생각에 잠겼다. 그 것을 쓴 사람은 이미 수백 년 전에 한 세대에서 한 세대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성당 자체도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나는 그 낱말에 의거하여 이 소설을 썼다. 1831년 3월, 빅토르 위고.
--------------------------------------------------------
주현절(主顯節)이자 가장제(假裝祭)인 1월 6일 많은 사람들이 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리는 성사극(聖史劇)을 관람하기 위해 모였다. 흥미를 잃은 관객들은 양품점 주인 자크 코프놀의 제안에 따라 새로운 흥밋거리로 가장 교황을 뽑기로 한다.
여러 지원자가 나서 얼굴을 찡그려보지만 실제 모습을 작가조차도 독자들에게 전하기가 거의 불가능 하다는 노트르담의 종지기 꼽추 카지모도와 비교될 수 없었다. 이 사나이는 그야말로 몸 전체가 찡그린 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구마냥 두드러진 머리에는 붉은 털이 고슴도치처럼 뻗쳐있고 등에는 커다란 혹이 달려있었다. 묘하게 뒤틀려 무릎밖엔 서로 닿지 않고 정면에서 보면 자루에서 합쳐진 반원형 낫의 두 반달처럼 생긴 허벅지와 다리의 조직, 펑퍼짐하고 커다란 발, 괴물 같은 손 - 이렇듯 균형이 깨진 몸집이지만 몸놀림은 날쌔며 어디엔가 무서운 뚝심과 용맹성이 스며있었다. 군중들은 그를 들것 위에 앉히고 요란스럽게 행렬을 지어 소리를 지르며 거리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연극은 망쳐져 버리고 말았다. 1월의 추운 밤 첫 연극에서 실패한 그랭그아루는 6개월이나 방세가 밀린 하숙집으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아 불씨라도 쪼일 겸 시영식당에서 저녁끼니라도 얻어먹을 겸 축제의 중심 그레브 광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집시 에스메랄다가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여 빙글빙글 춤을 추며 박수를 받고 염소 잘리의 묘기로 군중들이 던져주는 비오듯 쏟아지는 동전을 탬버린으로 받아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처녀가 인간인지, 요정인지, 천사인지 그랭그아루로서는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녀는 살라망드르(불의 요정)로다. 님프로다. 데스(여신 또는 고귀한 여인)로다. 박칸트(박카스의 여사제)로다!’ 그랭그아루는 이렇게 생각하며 황홀해 했다.
잘 곳도 없고 배도 고픈 그랭그아루는 염소를 끌고 가는 집시 아가씨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길모퉁이에 이르러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카지모도와 한 남자에 의해 끌려가던 처녀가 소리쳐 구원을 요청했고 달려들었던 그랭그아루는 카지모도에게 맞아 쓰러진다. 그 순간 근위대의 대장 페뷔스 드 샤토페르 대위가 나타나 아가씨를 구하고 카지모도는 체포된다.
쓰러져 있다가 정신을 차린 그랭그아루는 한참을 가다가 어느 낯선 곳에서 앉은뱅이와 절름발이, 장님에게 쫓겨 기적궁(奇蹟宮)에 도착하게 되고 그 곳에서 클로팽을 만난다. 기적궁의 왕 클로팽은 그를 교수형에 처하려 하지만 에스메랄다가 그와 결혼하겠다고 하여 겨우 목숨을 구한다. 결혼은 단지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것으로 그녀는 그와의 동침을 거부한다.
1466년 부활제 첫째 일요일 아침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짐승 같은 생물체를 클로드 프롤로 신부가 데려가 키우기로 한다. 어린애의 끔찍스런 외모가 클로드의 동정심을 불러일으켜 그를 양아들로 삼게 되었었다.
1482년 카지모도는 완전한 성년이 되어 있었고 클로드의 주선으로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로 일했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종지기와 성당 사이에 기묘한 유대가 생겨났다. 성당에서 살고 자라면서 그 신비로운 영향을 받았고 점차 성당 분위기에 젖어들어 마침내 그것의 일부를 이루게 되었다. 또한 출생에 대해서도 모르는데다 배냇병신이라는 숙명으로 말미암아 영원히 이 세상과 격리된 카지모도는 성당의 종소리에 고막마저 터져 귀머거리가 되었으며 고립된 생활과 불행한 육체는 결국 그를 남보다 월등하게 힘은 세지만 마음은 뒤틀린 심술궂은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카지모도는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악의와 증오를 품고 있었는데 그 오직 한 사람은 노트르담 성당과 마찬가지로 클로드 프롤로였다. 클로드가 그를 맞아들여 양자로 삼고 교육을 시켜주었기 때문인데 부주교는 카지모도라는 가장 유순한 노예를, 가장 순종적인 하인을, 가장 조심성 깊은 개를 가지고 있는 셈이었다. 부주교가 종지기에게 가지고 있는 권력, 종지기가 부주교에게 품고 있는 정의, 이 권력과 정의에 비길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클로드는 위압적이고 음울한 인물이었다. 경축일 다음날 초급재판소에 끌려나온 카지모도는 역시 귀머거리인 판사 플로리앙 영감의 물음에 한마디 답도 하지 않고 있다가 시장의 질문에 동문서답함으로써 그의 화를 돋우어 그레브 광장 형틀에 묶여 매질을 당하는 형을 선고 받는다.
그레브 광장 구석에 있는 롤랑탑에는 세상을 등진 귀뒬 수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에스메랄다의 어머니였는데 집시들이 어린 에스메랄다를 납치하고 대신에 카지모도를 놓고 가자 그 이튿날 머리가 백발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었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군중이 운집한 광장에서 카지모도는 회전판에 사지가 묶여 채찍질을 당하고 피를 흘리며 기진맥진하여 죽은 듯이 쓰러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럴 즈음 군중들을 헤치며 말을 탄 클로드가 그에게 다가왔으나 얼굴만 확인하고는 갑자기 시선을 떨구고는 그대로 방향을 돌려 급히 떠나 버렸다. 카지모도의 이마에는 아까보다 한결 깊은 비애와 절망의 빛이 깃들었다. 목마른 카지모도의 물을 찾는 절망적인 부르짖음도 동정심을 자아내기는커녕 오히려 군중들을 흥분시키는 결과가 되어 그들은 더욱 요란스럽게 소리 지르며 이 괴상한 몰골의 카지모도를 비웃기만 할뿐 누구하나 물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바로 이때, 군중들 속에서 에스메랄다가 나타나 허리띠에서 물통을 풀어 카지모도에게 물을 먹인다. 불처럼 이글거리며 타오르던 카지모도의 하나밖에 없는 눈에 커다란 눈물방울이 맺혀 흘러내렸다. 이 가슴 뭉클한 광경에 매정한 군중들도 감동하여 일제히 박수를 치면서 만세소리를 드높게 외쳤다.
페뷔스가 에스메랄다를 만나러 가는 길에 나타난 허깨비 수도사로 변장한 클로드는 그에게 돈을 주고 데이트 장면을 숨어서 훔쳐볼 수 있도록 허락을 받는다. 페뷔스가 두 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은 에스메랄다와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는 순간 에스메랄다는 페뷔스의 얼굴 위로 단도를 쥔 또 하나의, 부주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피투성이가 된 페뷔스는 어딘가로 옮겨졌고 에스메랄다는 마녀의 누명을 덮어 쓰고 있었다......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