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제 (전3권)
예음 / 1995년 1월
평점 :


진시황제

                                                                                                        홍경호

  홍경호(1938 ) 충북제천 출생. 서울대학교 및 동대학원 졸업. 한양대 교수 역. 저서로 녹색꿈을 찾아서』 『독신시대』 『우암 송시열등이 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황제, 분서갱유로 대표되는 살육과 탄압, 절대권력의 폭군, 지구 최대의 건축물인 만리장성과 아방궁을 구축한 마성의 황제, 그 진시황제의 이야기다.

 

  춘추전국시대 진()이 가장 크고 강한 나라였고 일곱 나라 가운데 조()의 도읍지는 한단이었다. 여불위의 아버지는 한단에서 큰 부호가 되었다. 그는 농사는 두배의 이익을, 장사는 열배의 이익을, 사람에게 투자하면 나라를 얻는 큰 이문을 취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여불위는 우연히 조나라에 볼모로 와 있는 진의 왕손 이인(異人)을 보게 되고 그가 진의 소양왕의 세자 안국군의 둘째 아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의 실행을 도모한다.

 

  진나라에 간 여불위는 재물을 이용하여 안국군과 화양부인을 만나 이인을 세손으로 책봉케하고 돌아와서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그의 첩실 조희를 이인과 결혼시킨. 조희는 이인을 감쪽같이 속이고 여불위의 자식을 낳고 그 아이를 조정(趙政)라고 이름지었다. 그리고 조나라에서의 탈출을 계획하던 중 조나라와 진나라의 전쟁이 시작되고 이인의 신변이 위태로워지자 드디어 여불위는 이인의 가족들과 함께 탈출을 감행하고 무사히 진나라에 도착한다. 진나라로 돌아와서 조정은 영정으로 본래의 성으로 바꾸고 이인은 이름을 자초(子楚)로 바꾼다.

 

  상대적으로 세력이 가장 강한 진나라는 계속하여 남의 나라에 대한 침략전쟁을 감행하던 중 56년이나 왕위에 있던 소양왕이 눈을 감고 그 뒤를 이은 안국군 효문왕도 왕위에 오른지 겨우 1년을 넘기고 승하하고 만다. 드디어 자초가 진의 장양왕이 되고 떠돌이 광대의 딸 조희는 왕후가 되어 내궁의 여주인이 되었다. 그리고 여불위는 승상의 자리에 올라 장사꾼의 가문을 일으켜 세운다. 그런데 장양왕이 병이 들자 조희는 여불위와 다시 만나 진한 정사를 이어간다. 왕위에 오른지 3년 째 되던 해에 병석에 누워 투병하던 장양왕이 죽자 겨우 13살 된 세자 정이 왕위를 이었으나 태후 조희가 수렴청정을 하게 되고 승상 여불위는 상부(尙父)불리며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게 된다. 물론 그 동안에도 침략전쟁 계속되고 그러던 중 정의 아우인 장안군 성교가 번어기 꾐에 빠져 정이 여불위의 자식이라 정통성이 없다고 격문을 뿌리고 반란을 일으켰으나 처형된다.

 

  진왕 정은 순경의 제자 이사를 만나 그를 장사 계급에 임명하고 그의 헌책에 따6국을 병합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면서 점점 국정에 관심을 갖자 태후 조희는 왕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하여 어릴 때 정과 같이 놀던 패녀를 찾아 정과 혼인을 시킨다.

 

  국사에 바쁜 가운데서도 공자의 춘추경을 본따 여씨춘추도 집필하던 여불위는 점점 태후의 색정에 부담을 느끼고 물건이 어마어마하고 힘이 좋아 시중의 여편네들에게 인기 있는 노애를 그녀에게 추천한다. 노애를 만난 태후는 물 만난 고기같이 그에게 빠져들어 임신을 하게 되자 병을 핑계로 도읍지 함양을 떠나 옹주으로 옮기고 노애는 장신후에 봉해 진다. 그곳에서 태후는 노애의 아들 둘을 낳는다.

 

  그러나 세상의 비밀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들의 부정한 관계는 옹주에 온 진왕에 발각되어 숨겨 기르던 두 아이는 죽임을 당하고 노애를 따르던 일당들은 모조리 효수를 당한다. 그리고 노애는 능지처참 당하고 태후는 후에 함양으로 돌아 올 때까지 거처를 초라한 역양궁으로 옮겨 감금되다시피 한다. 이에 놀란 여불위는 칭병하고 물러나 집에 숨어 지내다 결국 초나라로 쫓겨가는 신세가 되자 홀로 자진한다. 이 즈음부터 진왕의 잔학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진왕은 이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6국의 합병을 착착 진행한다. 먼저 화평의 사절로 찾아 온 한나라의 한비자를 감금하여 죽게하고 한을 속국으로 만든다. 이어 6국 중 가장 세력이 큰 조나라는 역적 곽개를 매수하여 점령하고 태자 단을 중심으로 저항하던 연나라마저 굴복시킨다. 침략전쟁은 무자비하여 그에게 대항한 자는 무참하게 제거하였다. 제나라를 끝으로 5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천하를 통일한 진왕은 35제를 한군데 묶어 새롭게 황제(皇帝)라 칭하게 하고 초대 즉 진의 시황제(秦始皇帝)가 되었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제는 강력한 중앙집권을 위해 군현제를 실시하였다. 그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내신들은 죽이거나 잡아 가두거나 내쫓았다. 전쟁이 끝나 나라가 안정되자 인구가 늘어나고 엄청난 재화가 쌓였으며 상공업을 장려하고 그 진흥을 위해 도로를 닦았다. 함양에는 함양궁을 중심으로 각국의 궁을 본 딴 6개의 궁을 짓고 그 나라의 미녀들을 불러모아 향락을 일삼는 한편, 비들의 입을 봉하기 위해 의서(醫書), 복서(卜書), 농서(農書)를 제외한 모든 서책을 불사르게 하고 서책을 숨긴 선비들을 생매장하는 분서갱유(焚書坑儒)를 일으킨.

 

  조고의 건의로 아방궁을 짓고 만리장성을 조성하고 황제의 능을 파는 일을 계속한다. 또한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서불을 3천명의 동남 동녀를 함께 삼신산으로 보냈으나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 즈음 패황후는 황제의 사후세계를 준비한다며 사망한 것으로 가장하고 지하로 들어가 토용(土俑)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다가 2년쯤 뒤에 세상을 떠난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황제는 지방을 순행(巡行)하던 중 사망한다. 재위 37년 그의 나이 52세 때였다.

 

  진시황제가 사망하자 간신 조고는 그 사실을 당분간 숨기고 둘째 황자 호해를 황제로 추대할 음모를 꾸민다. 거짓 조칙을 내려서 황자 부소를 자결케 하고 장군  몽염을 제거하는 한편 황제의 서거를 공포한 후 호해를 황제로 추대하여 정권유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황자들을 죽이고 옛신하들을 모두 갈아 치운다.

  2세 황제에 등극한 호해 또한 폭정을 일삼는다. 아방궁 공사를 계속하면서 과도하게 세금을 징수하여 백성을 괴롭히고 불만이 있는 백성들을 모조리 죽이는가 하면고 조고 또한 황제를 등에 업고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 무능한 황제는 국사에는 관심이 없어 간신 조고가 황제를 뜻임을 빙자하여 정사를 독단한다. 백성들의 원성이 높고 불만이 쌓여 각지에서 군웅들이 난을 일으킨. 보다 못한 승상 이사가 황제에게 조고의 만행을 상소하나 오히려 우승상 풍거질과 함께 감금되어 풍거질은 자결하고 이사는 끌려온 둘째 아들과 함께 얼굴에 먹물을 들이고, 코를 베고, 다리를 자르고, 귀를 베고, 혀를 자른 다음 마지막으로 허리를 잘라 죽이는 5형에 처해진다. 그의 큰 아들은 반란군에 의해 이미 죽임을 당한 뒤였다. 조고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이사의 친족과 문객들을 모조리 죽였다.

 이사가 죽고 조고는 승상의 자리에 오른다. 욕심이 배 밖에 나온 조고는 이번에는 황제의 자리를 노린다. 그 유명한 지록위(指鹿爲馬)로 자신의 권력을 시험하더니 드디어 2세 황제 호해를 자결시키고 시황제의 손자 자영을 옹립하나 반란군의 세력이 거세어지자 조고는 반란군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황제의 칭호를 버리고 왕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자영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자영은 왕위에 올라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결국 그는 유방에게 옥새를 바치고 항복한다. 시황제가 죽고 3년도 지나기 전에 제국은 허망하게 멸망한다.

 

  작가의 해박한 역사 지식과 많은 고사들을 접할 수 있어 교훈적이고 또 재미가 있다. 역사는 역사일 따름일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의 지도자의 욕심과 독단이 그 시대 백성들을 얼마나 비참하게 하였던가를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지식에 기반을 둔 신념이나 철학이 아닌 영화를 봤다거나 하는 등 어떤 사건을 접하고 느낀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지도자를 만나는 백성들은 참으로 불행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무능한 지도자는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교훈 또한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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