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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 - 방구석 프리랜서 작가의 일과 꿈 이야기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억울함에 대한 호소, 집에서 노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프리랜서 작가라는 사실만으로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한 현실 속 출판계를 유쾌, 통쾌, 상쾌하게 설명해 주려는 친절한 작품이다. 직장인들이 자영업을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고통처럼 프리랜서 작가, 감독, 사회자들의 일상은 자기정보 PR의 전쟁터와도 같은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깊은 지식, 정보 전달-생생정보에서 찾으시고-보다 프리 작가로서 경험할 수밖에 없는 웃고 슬픈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이 작품이 심각함을 담보로 얻어 가는 것보다 이지니 작가의 이야기처럼 가을날 정취를 느끼기 가능한 '공원 의자'에서 편히 쉬다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평생 글을 쓰겠다' 라고 다짐한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쓰기'에 미쳐 있다.
작가는 학창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 덕질에 미쳐 있던 경험을 소개하며 그 시절을 절대 잊지 못하는 것처럼 현재 진행형 중인 글쓰기의 힘, 그 미침에 대해 언급한다. 맞는 말이다. 무언가 자신이 진심인 것에 미친다면 그것은 행복한 일이 될 수 있고, 평생 자신이 할 수 있는 업(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약 10년간 메모장에서 손을 떼지 않고 5년간 하루도 한글 문서를 열지 않은 적이 없던 이지니 작가의 열정, 그것이 현재의 그녀, 작가와 강사라는 타이틀을 선물한 것 아닌지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다. 절대 놀지 않고 손을 움직이며 생각하는 글을 쓰는 저자 이지니 작가 이 작품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에서 경험할 수 있다.
작가는 메모의 습관을 강조한다. 하나의 사례로 김애리 작가의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를 인용하며 중요한 스케줄에 따른 순차적 메모 습관도 소개한다. 그뿐만 아니라 앱 메모장이 요즘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마치 지우면 잊히는 기억처럼,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이어리에 직접 손으로 적는 습관을 길렀다고 한다. 역시 손맛까지 느낄 줄 아는 작가임에 그녀의 글에서도 생 날 것의 통통 튐, 맛깔스러운 글들이 창작되는 건 아닌지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한 손으로 써서 지운 글이라 해도 줄을 긋고 마무리 된 부분에 미세하게 보이는 옛 기억들이 어쩌면 또 다른 글쓰기의 재료가 될지 모를 일이다. 이처럼 이지니 작가, 더 나아가 정혜윤 PD의 《아무튼 메모》에서도 알 수 있지만 직접 손으로 써 놓고 기록하는 쓰기의 힘은 우리에게 더 큰 여운과 영감을 선물한다.
글을 쓰기도 하지만 가끔, 아니 자주 강의를 다니는 작가의 에피소드는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대면 수업이 어려웠던 최근까지 비대면 영상 강의가 다수를 차지했다. 독자인 나 또한 줌 회의 혹은 수업 중 여러 번 들은 이야기이다. 줌 수업이라지만 상호 소통은 필요하다. 학우들이 답을 할 경우도 생기고, 강사가 학우들에게 질문을 유도할 수도 있다. 이때 이런 요청 행위를 마치 가면 쓴 사람처럼 거부하거나 민원으로 제기하는 상황까지 있었다는 에피소드는 사실 강사 입장인 이지니 작가, 게다가 필자인 나까지 어이없는 한숨을 불러일으키게끔 한다. 강의란 특히 글을 통한 교육은 피드백이 생명인 것처럼 벽을 보고 강의하는 것이 아닌, 직접 만나기는 어렵지만 글을 익히려는 사람이라면 서로의 기본 매너는 필요치 않을까? 물론 특정 사항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은 예외로 여겨질 것이다. 이처럼 작가로서의 다양한 경험,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작품에 담겨 있는 것이 이지니 작가 작품 특유의 매력이다. 작품 또한 직접 독자와 대화, 소통하는 듯한 문장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이다. 책도, 강의도 화자와 청자, 독자가 서로 느끼고 교감해야만이 생동감이 넘친다. 이 책은 이런 면에서 또 하나의 배움, 삶의 지혜를 제공한다.
'꾸준히 글을 쓴다. 책을 쓰며 내 경험과 지식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일 또한 무엇보다 행복하다.'
이런 모습, 마음이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더 만족스러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5~6년 전까지 루저라 생각했던 작가 이지니는 글쓰기라는 희망으로 현재 순탄한 계단을 밟아가고 있다. 독자인 나 또한 기존 작품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에서 이지니 작가를 처음으로 마주했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자연스러운 미소, 불굴의 의지랄까? 이 신작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에서도 묻어 나와 더 흥미롭고 값진 독서가 되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삶이 힘겨운 이들에겐 강인한 에너지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진솔하며,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글이다. 이처럼 재미나면서 떳떳하고, 자신감 넘치는 작가 한 분! 솔직, 순수 담백함이 묻어나는 작가의 글이라 더 유쾌하고 통쾌하고 상쾌하다.
*출판사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