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글감으로 다양한 주제와 시각을 끌어내는 과정이 읽기를 즐겁게 한다.

한국 사회는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동시에 그 규범을충실히 이행하는 여성들을 비난해 왔다. 여성들은 돌연히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셀카에 혼자 중독된 미성숙한 존재로 그려진다. - P30

영국의 작가 요한 하리는
"중독의 반대는 깨어 있는 맑은 정신 상태가 아니라 연결"이라고 말했다. - P69

중독 없는 세계가 있을까? 나를 유지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우리는 종종 반복의 안락함에 기댄다. - P83

수전 손택의 전기 작가이자 <어느 애주가의 고백>저자인 다니엘 슈라이버는 자신의 음주와 금주의 이력을 고백하며 이렇게 말한다. "역사 속에는 멋진 음주의 롤모델이 가득하다. 내 경우에는 술 마시는 중독된 작가라는 판타지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확실히 새겨져 있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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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부유함, 돈이 주는 질서와 희망, 적나라한 욕망, 돈을 둘러싼 다종다양한 태도들이 수많은 인물들로 살아있는, 생생한 책.

불안한 발걸음으로 채소 쓰레기나 고기 뼈를 피하며 그녀는 누추한 소굴, 반쯤 무너진 일층, 잡다한 자재로 받쳐놓은 황폐한 누목에 눈길을 던졌다. 여러 집이 단순히 방수포로 덮여있을 뿐이었다.
많은 집이 문이 없어서 지하실 같은 검은 구멍을 내보였는데, 거기서 역겨운 가난의 숨결이 새어나왔다. - P207

잠시 그녀는 대기실에서 숨이 막혔다. 그것은 사치와 안락이 밴 절정의 세련미로 지은 작은 저택이었다. 벽지와 카펫에 엄청난 돈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고급스러운 용연향이 고요하고 아늑한방 여기저기서 풍겨나왔다. - P213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운명의 사생아는 저기 나폴리 주택단지의 시궁창에서 그토록 혹독한 삶을 살고 있는데, 적자는 여기 세련된 부의 한복판에서 이토록 우아한 삶을 사는 것이 정녕 가능한일인가? 한쪽에는 더러운 오물, 굶주림, 역겨운 삶, 다른 한쪽에는 세련미, 풍요, 아름다운 삶이라니! - P215

파리 전역에 붙인 노란색 대형 포스터가 카르멜 은광 채굴이 임박했음을 알림으로써 사람들을 자극하고 열광시켰는데, 이 열광은 가라앉을 줄 모른 채 뭇사람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이를테면기름진 부엽토가 마련된 셈이었다. 발효중인 거름으로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욕망으로 뜨거워진 이 부엽토는 광적인 투기를 이끌어내는 데 더없이 유리했다. 증권거래소를 경색시키고 부패시키는 투기의 광적충동은 십 년 내지 십오 년 주기로 일었으며, 그것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피와 폐허만이 남곤 했다.
벌써 수상쩍은 회사들이 독버섯처럼 생겨났고, 대형 회사들이 모험적 금융 사업을 자양으로 해서 자라났으며, 투기의 뜨거운 열기가 쾌락과 사치-머찮아 개최될 만국박람회가 동화처럼 허구적인 절정의 영광 속에서 그 쾌락과 사치의 극점을 보여주리라-로 빛나는 제정의 떠들썩한 번영 속에서 피어올랐다. - P238

그들의 낭비에서, 그들이 떠들썩한 소란을 일으키기 위해 쏟아붓는엄청난 돈에서 독자에 대한 그들의 한없는 경멸,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업사로서 대중의 무지에 대한 그들의 멸시가 엿보였다. 독자 대중은 동화 같은 이야기를 쉽게 믿었고, 증권계의 복잡한 조작에 너무나 무지해서 터무니없는 호객 행위에도 금세 관심을 보이며 수백만 프랑을 날렸던 것이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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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중독자의 행복한 삶, 김민주


그래서 강의실에서는 수업을 무시하고 휴대폰만 들여다봤고, 밤마다 고민이 가득할 때면 분풀이하듯 무언가를 적어 블로그에 올리고 나서야 잠들 수 있었다.
현실에서는 하지 못하는 말을 원 없이 적은 글에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는 게 짜릿했다.

물론 그 대가로 깨져버린 생활 패턴과 낮은 학점, 좁은 시야가 남았지만, 그때는 그 무엇이라도 나를 살게 해준다면 상관없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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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총서!!
돈과 자본가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오늘날과 같다.19세기에서 21세기로 시간이 흐른 것이..맞나?



돈이라는 것을 그는 아무렇게나 처분할 수 있는 노예가 아니라, 열쇠로 잠금 채 보관하되살아 있는 생물처럼 다루었었다. 언제나 거짓말, 허구가 그의 금고에 상주했었고 미지의 구멍들이 거기서 황금을 비워내는 듯했었다. - P15

금새 종업원이 물 한 컵을 들고 나타났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손님들이 저자세를 취했다. 지칠 대로 지친 표정의 모제가 천둥 번개를 만드는 신처럼 주가를 자기 마음대로 조율하는 이남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피유로도 억만장자의 저항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열두시 반이었다. 마초가 부리나케 아마디외를 버리고 은행가 앞으로 와서 머리를 조아렸는데, 가끔 그는 이 은행가의 주문을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 터였다. 레스토랑을 떠나려 했던 많은 주식거래인이 선채로 신을 둘러쌌고, 흐트러진 더러운 식탁보 사이에서 존경의 표시로 허리를 굽혔다. 떨리는 손으로 컵을 들어 핏기 없는 입술에 갖다 대는 그의 모습을 그들은 경배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 P24

아직도 파리를 정복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다시 길바닥에 나앉아 욕구불만에 가득찬 채 행운의 기회만 노리고 있다는 생각에 그는 울화가 치밀어올랐고, 향락에 대한 갈증이 너무도 커서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그 미치광이 시지스몽의 말이 옳았다. 노동이 밥을 보장하지 않아, 빈자들과 바보들만이 다른 사람들을 살찌우기 위해 일하고 있잖아. 투기, 오직 투기만이 하룻밤사이 단숨에 행복, 사치,
여유로운 삶, 완전한 삶을 허락하는 거야.
만약 이 낡은 세계가 언젠가 붕괴되어야 한다면, 나 같은 사람이 붕괴 이전에 욕망을 채울 시간과 장소를 찾아내야 할 것 아닌가? - P61

그녀는 대공을 둘러싼 기이한 이야기, 3억 프랑으로 추산되는 엄청난 재산의 원천, 가공할 도둑질의 일생을 모르고 있었다. 이 도둑질은 예전의 고상한 도적처럼 손에 무기를 든 채 숲속에서 행한 것이 아니라, 현대의 정중한 강도로서 증권거래소의 양지바른 곳에서, 순진한 가난뱅이들의 호주머니 속에서 그들을 파산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며 행한 것이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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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속에서 간절한 것은 봄
마음이 얼어갈 때 소중한 것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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