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부유함, 돈이 주는 질서와 희망, 적나라한 욕망, 돈을 둘러싼 다종다양한 태도들이 수많은 인물들로 살아있는, 생생한 책.

불안한 발걸음으로 채소 쓰레기나 고기 뼈를 피하며 그녀는 누추한 소굴, 반쯤 무너진 일층, 잡다한 자재로 받쳐놓은 황폐한 누목에 눈길을 던졌다. 여러 집이 단순히 방수포로 덮여있을 뿐이었다.
많은 집이 문이 없어서 지하실 같은 검은 구멍을 내보였는데, 거기서 역겨운 가난의 숨결이 새어나왔다. - P207

잠시 그녀는 대기실에서 숨이 막혔다. 그것은 사치와 안락이 밴 절정의 세련미로 지은 작은 저택이었다. 벽지와 카펫에 엄청난 돈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고급스러운 용연향이 고요하고 아늑한방 여기저기서 풍겨나왔다. - P213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운명의 사생아는 저기 나폴리 주택단지의 시궁창에서 그토록 혹독한 삶을 살고 있는데, 적자는 여기 세련된 부의 한복판에서 이토록 우아한 삶을 사는 것이 정녕 가능한일인가? 한쪽에는 더러운 오물, 굶주림, 역겨운 삶, 다른 한쪽에는 세련미, 풍요, 아름다운 삶이라니! - P215

파리 전역에 붙인 노란색 대형 포스터가 카르멜 은광 채굴이 임박했음을 알림으로써 사람들을 자극하고 열광시켰는데, 이 열광은 가라앉을 줄 모른 채 뭇사람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이를테면기름진 부엽토가 마련된 셈이었다. 발효중인 거름으로 만들어지고 사람들의 욕망으로 뜨거워진 이 부엽토는 광적인 투기를 이끌어내는 데 더없이 유리했다. 증권거래소를 경색시키고 부패시키는 투기의 광적충동은 십 년 내지 십오 년 주기로 일었으며, 그것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피와 폐허만이 남곤 했다.
벌써 수상쩍은 회사들이 독버섯처럼 생겨났고, 대형 회사들이 모험적 금융 사업을 자양으로 해서 자라났으며, 투기의 뜨거운 열기가 쾌락과 사치-머찮아 개최될 만국박람회가 동화처럼 허구적인 절정의 영광 속에서 그 쾌락과 사치의 극점을 보여주리라-로 빛나는 제정의 떠들썩한 번영 속에서 피어올랐다. - P238

그들의 낭비에서, 그들이 떠들썩한 소란을 일으키기 위해 쏟아붓는엄청난 돈에서 독자에 대한 그들의 한없는 경멸,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업사로서 대중의 무지에 대한 그들의 멸시가 엿보였다. 독자 대중은 동화 같은 이야기를 쉽게 믿었고, 증권계의 복잡한 조작에 너무나 무지해서 터무니없는 호객 행위에도 금세 관심을 보이며 수백만 프랑을 날렸던 것이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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