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과 욕망의 화신인 듯한 사카르와
금고지기처럼 보이는 군데르만의 대비
(돈은 모은 만큼이 재산일까, 쓴 만큼이 재산일까.)
둘 사이에서 들끓는 사람들의 역동이 사실적이어서 감탄하며 읽게된다.
![](https://image.aladin.co.kr/product/12381/49/cover150/8954648967_1.jpg)
"아버지가 도처에서 돈이 쏟아지기를 바란다면, 어떤 샘에서도 돈을 퍼올린다면, 그것은 돈이 자기 집에서 격류처럼 흘러다니는 것을 보기 위해서이고, 돈이 가져다주는 사치, 쾌락, 권력을 즐기기 위해서죠...정말 그렇다니까, 아버지는 핏속에 그런 게 있어요. 아버지는 우리를, 당신과 나를, 그 누구라도 팔아치울겁니다. 만일 우리가 시장에서 거래된다면...아마 몰염치하고 우월한 자로서 그렇게 할 텐데, 왜냐하면 아버지는 정녕 돈의 시인이니까요." - P307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의식을 펼치며 육만 명의 박람회 출품자들에게 보상을 나눠주고, 파리에게 불타는 영광을 안겨주고, 동화 같은 허구 속에서 휴전과 평화를 약속하며 유럽의 군주로 등극함으로써 찬란한 치세를 보여주고자 한 것은 다름 아닌 나폴레옹 3세였다. 바로 그날, 튈르리궁에서는 멕시코에서 벌어진 끔찍한 재앙, 즉 프랑스의 피와 황금이 헛되게 사용되었음을 뜻하는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을 알게 되었다. 축제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그 소식은 숨겨졌다. 그것은 눈부신 태양이 저무는 황혼녘에 울리는 최초의 조종이었다. - P357
따라서 수백만 프랑의 돈더미 위에서 여자 생각이 떠올랐을 때, 마치 눈부신 보석을 넥타이에 꽂아두듯 그는 아주 값비싼 여자를 사서 만천하에 그녀를 보여주고 싶은 허영에 사로잡혔다. - P358
왜냐하면 그 아름다운 여자와의 거래를 통해, 행복한 구매자는 단 한 번 의도적으로 그것을 만천하에 과시할 권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정 무렵 사카르는 드 죄몽 부인과 함께 팔짱을 낀 채, 뜨거운 샹들리에 불빛 아래 여자들의 벌거벗은 어깨가 남자들의 검은 정장들 틈에서 서로 부딪치는 살롱으로 입장했다. 그녀의 남편이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이 나타나자, 사람들이 비켜서며 이 20만 프랑짜리 하룻밤 사랑, 격렬한 탐욕과 광적인 낭비벽이 만든 이 스캔들에 길을 터주었다.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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