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에서 아침을 : 일반판
닐 조단 감독, 킬리언 머피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감상일자 : 2017년 12월 1일 ~ 2일

 

패트릭 맥케이브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킬리언 머피의 주연의 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을 봤다. 소설도 출간이 되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책은 출간되지 않았다. 그래도 전작 <푸줏간 소년>은 나와 있어서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면서 영화도 보고 있는 중이다. 책이나 영화 모두 시작했지만 미처 끝내지는 못했다. 영화와 소설의 전개가 상당히 비슷해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더라.

 

아일랜드 출신 퍼트리샤 “키튼” 브래던이 소설/영화의 주인공이다. 그의 생부는 교구를 책임진 리암 신부(리암 니슨 분)로 사제 관저에서 일하던 아일리 버긴과 사이에서 키튼을 낳게 된다. 거 참 출발부터 거창하기 짝이 없구만. 우리의 관찰자 귀여운 울새 녀석들이 전달해 주는 정보만으로도 충분하다고나 할까. 출생의 비밀을 한가득 안고 태어난 키튼은 위탁가정에 보내져, 어려서부터 트랜스젠더의 끼를 활짝 펼쳐 보이기 시작한다. 의붓 누나의 옷을 입고 다니는 것으로 바를 운영하는 양모를 놀래키는 건 기본이었지 아마. 작문 수업 시간에는 자신의 출생에 대한 원색적인 글로 선생님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호모라는 이유 때문에 그리고 같이 어울려 다니던 그다지 세련되지 못한 찰리, 어윈 그리고 로렌스 패거리는 댄스 클럽에서 퇴짜를 맞고 오토바이 폭주족들과 함께 어울리며 플루토에서 아침식사를 꿈꾸기도 한다. 태생적으로 사랑이 부족했던 키튼 양은 그놈의 진실한 사랑(true love)을 찾아서 그리고 유령 아가씨(phantom lady)인 어머니 아일리를 찾아 잠들지 않는 도시 런던으로 떠난다. 그 때 글램 록 밴드의 리더 빌리 햇처 야릇한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데, 문제는 그가 아일랜드 공화군(IRA)의 일원이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거처가 IRA 전사들의 무기 은닉고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키튼은 절벽 밑으로 숨겨둔 총들을 모두 던져 버린다. 그 때 등장해서 키튼을 총으로 쏘고 파묻겠다고 협박한 IRA 전사 중의 한 명이 <푸줏간 소년>이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했다. 수백년된 그놈의 지긋지긋한 종교분쟁 이슈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친구 로렌스가 IRA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 테러로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어찌어찌해서 런던까지 흘러 들어간 키튼은 팬텀 레이디를 찾는데 여념이 없다. 키튼이 비가 내리는 잉글랜드 아니 대영제국을 대표하는 도시 런던을 누비는 장면은 처량하기만 하다. 탈바가지를 쓴 알바를 뛰기도 하고, 거리의 여인이 되어 변태(브라이언 페리 분)를 만나 교살당할 뻔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샤넬 넘버 5로 위기를 모면한 키튼은 그럭저럭 도시에 적응한 삶을 살게 된다. 마술사 버티 본(스테판 리 분)을 만나 그의 조수로 두 번째로 연예계에 종사하기도 하면서, 그놈의 진실한 타령이 이어지기도 한다. 버티가 키튼에게 사랑을 고백하자, 안타깝게도 자신은 여자가 아니라고 키튼은 버티에게 고백한다. 버티는 그것도 이미 알고 있다고 했던가. 마릴린 먼로가 등장하는 그 유명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Nobody's perfect."라는 대사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아무도 완벽하진 않지.

 


그렇게 달달하게 진행될 것 같았던 이야기는 느닷없이 고향 찰리가 등장하고, 점점 IRA 활동에 개입하게 되는 어윈이 결국 총에 맞아 죽는 비극이 벌어진다. 기억을 더듬다 보니 시간의 흐름에 따른 전개의 순서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어윈의 아이를 지우기 위해 낙태시술소에 갔던 찰리는 결국 발걸음을 돌린다. 영국 병사들이 자주 들르는 댄스홀에 들렀다가 폭탄 테러라는 날벼락을 맞고 영국 경찰들에게 체포되어 두들겨 맞으면서도 헛소리를 늘어 놓는 장면은 정말 최고였다. 경찰들을 가지고 놀다시피 하던 키튼의 구금 기간이 끝나고 결국 그가 무고하다는 걸 알게 된 경찰들은, 갈 곳 없는 키튼이 계속해서 유치장 신세를 지겠다고 하자, 끌어내서 거리에 내동댕이 친다. 그래도 아주 인정머리가 없는 경찰은 아니었는지 대머리 경찰 아저씨는 키튼에게 갱생한 거리의 여인들과 함께 일할 새로운 일자리(핍쇼걸)를 소개해 준다. 아 정겨워라.

 


비교적 조용한 나날들을 보내던 키튼에게 리암 신부가 찾아와, 마침내 팬텀 레이디의 소재를 알려 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파드레 리암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이 영화에서 손을 꼽고 싶은 장면 중의 하나였다. 소설에서는 모두 56개의 챕터로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아마 36개로 축약되어 있었지 싶다. 소설의 구성을 충실히 따르는 면면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텔레폰 레이디를 변장해서 자신이 그렇게 애타게 찾던 어머니 아일리는 만난 키튼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조용히 떠난다. 어윈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사제 관저에 머물고 있던 찰리를 찾은 키튼은 누군가 던진 화염병에 사제 관저가 전소되면서 죽을 뻔한 위기를 맞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우연히 팬텀 레이디와 조우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북디파지토리에 주문했다가는 해를 넘겨서 책을 받을 것 같았다. 지난 달에 주문한 앨런 홀링허스트의 <라인 오브 뷰티>가 마침내 오늘 도착했다. 아주 두툼했다. 그래서 국내에서 애정하는 하드커버 버전으로 중고책을 주문했고 어제 받았다. 빠르기도 하여라. 언제 다 읽게 될 진 모르겠지만, 거북이 속도로 읽어볼 계획이다. 아무래도 책하고 소설은 또 다른 느낌이겠지.

 

출생의 비밀로부터 시작해서 트랜스젠더로서의 삶, 영국인이 아닌 아일랜드 인으로 뿌리도 없는 본토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키튼의 처지가 왜 그리도 안쓰러워 보이던지. 하도 들어서 이제는 진부해져 버린 ‘트루 러브’(아, 마돈나의 그 시절 노래가 생각나는구나, 쏘리 트루 러브가 아니라 트루 블루였다!) 타령까지 이어지는 엄마 찾아 삼만리 스토리라는 신파에 쓸려 다니다가, 느닷없이 해묵은 갈등인 IRA라는 정치적 이슈까지 넘실대는 <플루토에서 아침을>은 정말 매력적인 영화였다.

 

이제 슬슬 원작 소설을 아주 조금씩 야금야금 그렇게 읽어 보자. 완독이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