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선거날이다. 그런데 비가 온다. 날씨 때문에 투표율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의 주제는 로베르토 볼라뇨의 <야만적인 탐정들>이다. 개인적으로 볼라뇨의 열혈팬으로 그의 전작을 읽고 있다. 다만 책들은 나오는 대로 족족 사들였지만 독서는 못했다. 메타픽션 <2666>은 그래도 2권은 읽었지만 나머지 3권은 못 읽었다. <2666>만큼은 아니지만 못지 않은 <야만적인 탐정들>도 결국 읽기 시작은 했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가끔 중고서점에 갈 때마다 보고서는 소장하고 있지만 다시 사면 읽게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미 산 책입니다라는 스탭 분의 말이 두려워 미처 사지 못했다. 하고 보니 다 구구절절한 변명이다. 예전에 마술사들이 등장하는 <나우 유 씨 미>에서 우디 해럴슨이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다시 도전할 생각만 하고, 미처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올해에는 시간을 두고 아르킴볼디가 등장하는 <2666>과 <야만적인 탐정들>을 읽어야겠다. 책은 고만 사고, 집에 있는 책부터 읽자고 다짐하건만 항상 헛된 구호가 된다는 게 맹점.

 

 

자꾸만 이야기가 곁다리로 새는 데, 며칠 전 동네 카페에 갔는데 전혀 색다른 버전의 <야만적인 탐정들>을 만났다. 우리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열린책들 버전은 칼라의 1권과 2권의 책인데, 내가 사는 동네 책읽는 군포 카페의 작은도서관에서 흰 표지의 단권으로 되어 있는 책을 발견했다. 그 날은 하필이면 핸드폰이 미처 가져 가지 않아서 그냥 왔는데 오늘 아침에는 마침 핸드폰을 가지고 있어서 바로 세 컷을 찍었다.

 

영문판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플롯을 통해 소설을 디비 보자. 소설은 1인칭 시점에서 내레이팅이 되는데, 몇몇의 내레이터들이 등장하고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멕시코에서 실종된 멕시코인들”로 1975년 후반, 미래의 시인을 꿈꾸는 17세 소년 후안 가르시아 마데로가 화자로 등장한다. 그놈의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내장사실주의에 대한 무의미해 보이는 토론이 아마 지긋지긋하게 나를 괴롭혔던 기억이 난다. 법대생 마데로는 대학을 중퇴하고 멕시코시티 주변을 여행한다. 실체가 불분명한 내장사실주의에 회의하면서도 점저 깊숙하게 빠져 드는 그런 상황이 계속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소설의 제목은 <야만적인 탐정들>도 대략 전체 소설의 2/3 가량을 차지한다고 한다. 단권으로 된 소설의 총 페이지 수는 982쪽인데, 그렇다면 최소한 600쪽 이상이 할애된 모양이다. 이 부분은 1976년부터 1996년까지 20년 이상의 시간을 다루면서 자그마치 40명 이상의 내레이터가 등장한다. 내장사실주의 설립자들과 울리세스 리마, 아르투로 벨라뇨를 비롯한 북미, 유럽,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을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들과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뜨내기들처럼 유럽에서 수년 동안, 술집과 야영장을 누비며 보헤미안 스타일의 삶을 살았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 알게 된다. 벨라뇨가 스페인 바닷가에서 결투를 마다하지 않는 문학비평가에 도전하는 동안, 리마는 이스라엘에서 짧은 형을 살기도 한다.

 

세 번째 이야기는 “소노라 사막”에서는 다시 마데로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시간의 연대기에 따른다면, 첫 번째 이야기에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이다. 1976년 1월, 마데로와 리마 그리고 창녀 루페가 등장한다. 멕시코에서 루페의 포주 알베르트와 부패한 멕시코 경찰에게 쫓기면서, 내장사실주의의 창시자인 세사레아 티나헤로를 찾아 나선다.

 

 

다른 리뷰와 대충 알아 먹은 위키피디아 플롯만으로는 도저히 이 소설이 어떤 종류의 소설인지, 볼라뇨가 소설에서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무엇인지 가늠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결론은 내가 읽어야 한다는 거겠지. 그런데 자그마치 천쪽에 육박하는 소설을 내가 과연 싫증을 내지 않고 읽을 수 있을까? 게다가 지금 서평 도서들이 자그마치 5권이나 배송 중이지 않은가. 그래 그렇게 가는 거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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