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초 : 한 남자 사랑의 기초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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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은 적이 있던가. 보통이 17년 만에 사랑과 결혼이라는 주제로 쓴 <사랑의 기초>를 읽었다. 버거운 직장생활과 결혼에 이어지는 전투육아로 고단한 와중에도 꾸역꾸역 책을 읽었다. 보통의 따르면 우리는 서구에서 18세기에 도입된 부르주아 계급의 고안해낸 결혼 시스템에 대한 관념과 제도의 충실한 후계자라고 한다. 삶이 고달파서인지 작가가 창조해낸 그리고 상당히 자신의 삶을 닮은 벤과 엘로이즈의 결혼행진곡이 남의 이야기처럼만 들리진 않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보통 작가가 벤이라는 남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서술해서 그런진 몰라도 정말 공감대가 팍팍 형성되는 그런 느낌이다. 어떤 경우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가 닿을 수 없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사랑이라는 기초로 결혼에 골인했지만, 주지하다시피 결혼생활이 사랑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랑은 결혼생활을 위한 최소한 필요조건이라고 해야 할까. 결혼이라는 시스템에 일단 들어오면, 부르주아들의 욕망을 억압하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일단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족의 구성원이 늘어갈수록 일이 고단해지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엄마 아버지였던 사람이 누가 있을까.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다. 도전은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기느냐는 어려운 과업이 기다리고 있다. 보통 작가가 거의 도발에 가까울 정도로 섹스 라이프에 대해 대담하게 다룬 점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어찌하오리까.

 

모두가 알고 있듯이 사랑 역시 느릿한 속도로 녹슬고 닳아간다. 믿을 수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게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놀이공원을 찾아가는 길에 벤과 엘로이즈가 벌이는 혈투 장면에서는 정말 크게 웃었다. 어쩌면 그렇게 현실을 닮았을까. 최고의 완벽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항상 좋은 결말은 아니었다. 차라리 부부생활 중에 벌어지는 상처와 두려움의 근원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우리는 더불어 살기라는 과업에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알 수 없다. 아니 솔직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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