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비용
유종일 외 지음,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엮음 / 알마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공교롭게도 <MB의 비용>을 읽기 시작한 2015년 3월 13일, 각종 부정부패에 대한 정부는 무관용 원칙에 입각한 선전포고를 했다. 중심에는 이 책에서도 다룬 바 있는 포스코건설 동남아사업단 100억대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이 포스코건설 본사 압수수색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MB정권 5년 동안의 실정에 대해 그동안 수많은 의혹과 무수한 고발들이 오래전부터 이어졌었는데, 왜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야 비로소 수사가 시작되었는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어쨌든 잊지 말아야 할 기억투쟁의 서막이라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MB의 비용>은 아무래도 최근에 나온 전직 대통령의 자화자찬과 왜곡된 수치로 점철된 <대통령의 시간>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앞으로도 후자를 읽어볼 생각이 없지만, 왜 똑같은 사안에 대해 이렇게 다른 시각이 존재할 수 있는지 나 같은 일반 독자로서는 도저히 가늠할 수조차 없을 것 같다. 전직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22조라는 엄청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4대강을 필두로 해서, 자원 확보와 자주개발률이라는 구호 아래 진행된 자원외교 42조라는 천문학적 비용, 원전마피아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진 원전비리, 한식의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영부인이 직접 나서서 주도했던 한식세계화 사업 등 우리가 과거에 치렀거나 앞으로 치러야할 MB의 비용은 들으면 들을수록 혈압이 치솟는다.

 

MB 대통령 당선 직후 세상에 떠들썩하게 선전했던 쿠르드 유전 개발로부터 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자원외교는 그 자체가 부실 덩어리였다.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자원 확보를 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자원외교는 전 정권의 실세 영일대군 이상득 의원과 온갖 비리에 연루되어 결국 실형을 살게 된 박영준 왕차관(미스터 아프리카)의 지휘 아래 진행되었다. 규정에 따른 절차와 원칙을 무시하고 오로지 정권의 홍보와 실적을 위해 속도전으로 전개된 자원외교 사업은 묻지마 투자의 전형이었고, 그에 따른 후폭풍은 엄청났다. 최근에 방송된 KBS 다큐멘터리를 통해 볼리비아 리튬 광산 국유화 선언으로 인해 우리가 수입할 수 있는 리튬 자원은 전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페루의 사비아페루 유전개발은 전직 페루 대통령이 나서서 말릴 정도였지만, 석유공사가 7,161억원이나 투자해서 성사시킨 계약은 개발허가와 판매권이 아닌 서비스계약으로 석유를 뽑아낼 수만 있지 정작 판매는 페루 정부로 귀속되는 엉터리계약이었다. 광물공사가 주축이 되어 진행된 멕시코 볼레오 광산 개발사업 역시 엄청난 손실을 보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손실이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3대 에너지 공기업인 석유공사, 가스공사 그리고 광물공사가 나선 MB 집권 5년 동안의 에너지 자원 외교의 실적은 초라하다 못해 처참할 지경이다.

 

MB 집권 시기 의욕적으로 진행한 4대강 역시 책의 1부에서 다루고 있는 국고의 <탕진>이라는 주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애당초 그의 대선 공약 중의 하나였던 대운하 건설이 국민적 저항으로 무산되자, 다른 이름으로 포장해서 내놓은 것이 바로 4대강의 시초였다. 자그마치 22조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이냐는 질문에 4대강에서 준설한 모래를 팔아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엉뚱한 대답이 들려오기도 했지만, 결국 이 사업 역시 국민의 혈세가 소용된 사업이었다. 홍수대비효과와 많은 수의 일자리 창출효과 등 온갖 장및빛 청사진으로 도배가 되었지만, 이 역시 감사원 감사 결과 실패한 사업이었고 4대강 곳곳에 설치된 수많은 보들은 수질오염과 녹조라떼 같은 환경재앙의 원인이 되었다.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만도 국민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판인데, 강이 다시 흐르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존의 12개 보 철거를 위해서는 2천억 정도의 비용이 그리고 현상유지만을 위해서도 지속적인 비용이 청구될 전망이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게다가 4대강 사업에 참가한 건설사들의 계획적인 담합으로 탕진된 비용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한다. 그들이 이미 받아 챙긴 1조 6천억 원에 비해 비용에 비해 재판과정에서 11개 업체들에게 물린 벌금은 고작 업체당 5,000만 원에서 7,5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그 외에도 최악의 국가적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던 원전 케이블 납품비리, 국가안보를 볼모로 잡아 대기업 롯데에 몰아준 특혜의혹, 낙하산 인사가 회장이 된 KT의 무궁화 위성 헐값매각, 현재 검찰의 수사망에 걸린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의 비자금 의혹 등 수많은 이슈들이 바로 탕진의 주범이라는 것이 <MB의 비용>에서 다루고 있는 주장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화가 나는 점 중의 하나는 성과도 보이지 않는 영부인 한식세계화 사업의 디너파티 예산은 아끼지 않으면서, 당시 영유아들에게 제공하는 백신 비용 등의 예산을 가차 없이 깎아낸 정부의 행태다.

 

한편 후반부를 장식하는 <실정>에서는 지난 정권에서 파탄난 대북한정책, 부적격인사, 내곡동 사저에 관한 비리문제, 부자감세 그리고 미디어법 등에 대해 전문가들과의 대담을 통해 접근하다. 북한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하면서 북한의 핵포기와 내부붕괴를 압박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그렇게 집권 5년기를 허송세월했다. 5·24선언으로 남북경협와 금강산 관광 등이 모두 중단되면서 남북관계는 경색되었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었다. 경협을 통한 지원이 북한에게 일방적인 퍼주기가 아니라 평화통일을 위한 선불이라는 개념에 공감할 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왜 검찰이 권력형 비리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분석과 감사원이 제 기능만 제대로 하더라도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형사처벌로 가기 전에 시정하고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MB의 비용>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대척점에 서 있는 <대통령의 시간>을 읽을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시간이 된다면 비교 대조를 위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비용이다. 문득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서 이 책의 정가가 자그마치 28,000원이라는 말을 듣고 한참을 웃은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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