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필요 없다. 왕의 귀환이다.
아, 그리고 보니 내가 <언더 더 돔>을 다 읽었던가? 아마 1권과 2권만 읽고 세 번째 권은 읽지 못했지 싶다. 나와 미스터리의 제왕 스티븐 킹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리고 2013년 여름, 왕이 다시 돌아왔다(우리나라에는 겨울에 도착했다).
원서로는 283쪽, 전작에 비해 확실히 가볍다(번역판은 400쪽이 넘어가는구나, 얏호 뻥튀기). 제왕이 오랫동안 구상해왔다는 놀이동산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모태로 한 여름 소설 <조이랜드>가 그렇게 탄생했다.

 

80년대를 주름 잡았던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에서처럼 열기에 휩싸여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 발산을 하지 못해 방황하던 청소년들을 정체불명의 몬스터가 습격하는 슬래셔물의 패턴을 스티븐 킹은 그대로 차용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황금가지에서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믿고 읽는 월터 컨이 쓴 뉴욕타임즈 리뷰를 찾아봤다. 쇼킹까지는 아닐지라도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해야 할까. 대학 2학년 선배가 캠프 파이어에서 마쉬멜로우를 구워 먹으며 신입생에게 들려주는 그런 정체를 알 수 없는 야릇한 이야기들. 아마 우리네도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을까.

 

리뷰에 따르면, 소설 <조이랜드>에는 빼어난 플롯이나 가공할만한 악당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란다. 다만, 긴장감을 유발하는 ‘크리피네스(creepiness)’가 줄기차게 등장할 뿐.

 

주인공 데빈 존스는 소설가를 꿈꾸었지만, 잡지 기고가가 되어 순수했던 70년대(정화하게 말하면 1973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 해)를 회고한다. 당시 그는 예민한 성품의 숫총각으로 애인과 결별하고, 노스캐롤라이나의 호러 하우스 <조이랜드>에서 알바를 뛰게 된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조이랜드에서 수년 전, 린다 그레이라는 이름의 여자가 살해되었고, 그녀의 유령이 이 놀이동산에 출몰한다. 어때 흥미롭지 않은가? 그리고 실연의 상처를 지닌 데빈은 필연적으로 린다 그레이의 유령에 강박증을 느끼게 된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예전에 심리학 수업에서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포비아 중의 하나가 바로 clownphobia라는 말을 듣고 좀 놀란 적이 있다. 놀이동산에서 삐에로 분장이나 동물탈을 쓰고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캐릭터들을 오히려 아이들이 무서워 하다니. 스티븐 킹은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장소에서도 오싹한 스릴러가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선보인다. 하긴 옛날 초등학교 시절, 공동묘지 위에 학교에 세워졌다는 학교괴담 정도는 이제 가소롭기까지 하지만. 그 위에 이제 막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으로 접어드는 과도기에 선 청년을 얹은 성장소설, 뭐 이 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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