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노벨문학상의 위력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작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루마니아계 독일작가 헤르타 뮐러의 경우에는 그동안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단독 작품이 없어서, 그녀의 작품을 읽기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야만 했다.

하지만,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페루계 스페인 작가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원래 페루 아레키파 태생이지만, 후지모리와의 대선에서 패배한 후 스페인 국적을 취득했다고 한다)의 경우에는 기존에 소개된 책들이 있어서 헤르타 뮐러 같은 갈증은 겪지 않아도 됐다. 물론 전작은 아니지만 <세상 종말 전쟁> 같은 그의 대표작이 이미 출간돼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함께 그의 저작에 대한 판권을 가지고 있는 출판사에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미출간 작품의 소개를 서두르고 있다. 가장 먼저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 곳은 바로 새물결 출판사로 이미 그의 대표작인 <세계 종말 전쟁>을 비롯해서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와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 국내 출판사 가운데서는 가장 빠르게 그의 2003년 작품인 <천국은 다른 곳에>를 이번 주에 출간한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작가의 팬으로 아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천국은 다른 곳에>는 실존 인물은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과 그의 할머니 플로라 트리스탕에 대한 이야기로 모두 1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태평양의 타히티에서 작품활동을 한 것으로 유명한 폴 고갱이야 다들 아는 작가이지만, 페미니즘 운동 창시자 중의 한 명으로 추앙받는 플로라 트리스탕의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확실히 일반 독자가 잘 알지 못하는 소재로 삼아 ‘구라’를 풀어내는 탁월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글솜씨에 다시 한번 경탄할 뿐이다. 다음달에 출간될 최신작 <켈트의 꿈>에서도 아일랜드 독립운동가 로저 케이스먼트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벨기에령 콩고와 페루 아마존 정글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로저 케이스먼트의 일대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 작품 역시 국내에서 출간될 것으로 믿는다.

다음은 뉴욕타임즈에서 <세상 종말 전쟁>과 더불어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대표작으로 소개한 <염소의 축제>다. 이 책을 발간한 문학동네는 작년에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페루 아마존 정글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특별 작전을 그린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와 올해 그전에 <궁둥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새엄마 찬양>을 소개하면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붐을 조성했다.
 

 

 

 

 

 

 

 

 

'엘 헤페’라는 별칭으로 31년간 카리브해의 섬나라 도미니카 공화국을 철권통치한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 몰리나의 암살 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특유의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특유의 작법 스타일이 그 빛을 발한다. 아직도 ‘푸쿠’라는 이름으로 도미니카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독재의 공모자로서의 죄책감과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인간의 맹목적인 충성이 어떤 결과를 불러 왔는지에 대한 작가의 냉철한 시선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소설이다.

특히 이 소설의 번역은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스페인 문학 번역에 있어 최고라고 생각하는 송병선 교수님이 맡아 주셔서 더 반가웠다. 책이 출간되기 전에 송병선 교수님의 개인 블로그를 찾아 <염소의 축제>에 대한 사전 정보는 물론이고, 번역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도 알아보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희대의 독재자 ‘엘 헤페’ 트루히요를 퓰리처상에 빛나는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에서 만났던 독자라면, <염소의 축제>에 다시 등장하는 이 웃기는 짬뽕 같은 엉터리 독재자와의 해후가 반가울 것이다. 노벨문학상의 열기를 타고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다른 작품들도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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