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59. 아무 준비 없이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향했다. 일찍이 유홍준 선생이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렇게 목놓아 외쳤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게 빈을 찾았다.

 

그리고 15년이 지나, 유시민 작가의 책을 읽으며 후회를 한다.

왜 내가 거기에 가보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마리아 슈트라스가세? 너무 오래 전이라 거리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커피 한 잔은 마셨어야 했는데 말이지.

 

여하튼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라도, 유시민 작가 덕분에 빈에 대해 다시 알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련다.

 

지난주에 최경영 아자씨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유시민 작가가 출연하셔서 신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바로 보헤미아의 얀 후스였다. 한 며칠 푸욱 쉬면서 책이나 실컷 읽었으면 좋겠다. 뭐 그렇다.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반동(反動)의 시간도 예외가 아니다. 좌절감이 옅어지고,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가 쌓이고, 대중의 이성이 눈 뜨고, 보통 사람들의 마음에 용기가 번지면 어느 날 갑자기 역사의 물결이 밀려와 진보의 모든 배를 한꺼번에 띄워 올린다. 그런 때가 오기까지 작고 확실한 즐거움에 몸을 맡기고 삶을 이어가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비더마이어 시대 전시실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퇴행과 압제의 어둠 속에도 빛이 완전히 꺼지는 법은 없다. 그렇게 믿으며 삶을 이어가면 새로운 시대를 볼 수 있다. 내가 거기서 본 것은 좌절과 도피가 아니었다. 질긴 희망과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이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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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7-19 1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죠. 저도 10년도 훌쩍 전 독일에 갔었는데 공부한다고 하고 갔지만 놓친 것이 참 많더군요ㅠㅠ 지금은 그렇게 길게 여행가기도 어려운데 말입니다ㅋㅋㅋ 빈은 못가봤는데 간다면 가기 전 도움받고 가야겠군요.
이번 여름 휴가 때는 정말 책에 푹 묻혀서 살까 합니다^^*

레삭매냐 2022-07-19 17:53   좋아요 0 | URL
한 곳에서 오래 지내는 이들보다
어쩌면 단기 여행자들이 더 많은
것들을 보게 되지 않나 싶더라구요.

일상이 되면 단기 여행자들에게는
낯선 풍경들도 그냥 시큰둥해지지
않나 뭐 그렇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빈에 대한 추억을
되살려 보게 되네요.

무더운 여름에는 책이 쵝오지요.

바람돌이 2022-07-19 1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직전에 다음 여행은 동유럽이다 하면서 준비 시작하다가 좌절! 지금은 또 언제갈지 아직도 기약이 없는 곳이라 지금 이 책 읽으려고 줄세워놨어요. 유시민 작가의 유럽도시기행 1권은 사실 저는 좀 감흥이 없었던.... 제가 최근에 갔다온곳이라 그런지 특별한 임팩트를 잘 못느끼겠더라고요. 이번 책은 못가본 곳이니까 뭔가 좀 더 새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레삭매냐 2022-07-19 17:58   좋아요 1 | URL
전 1권은 아직 만나 보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1권도 호기심이 생기네요 ^^

어려서는 하나라도 더 보자라는 무모
한 발상으로 정말 발바닥에 땀이 나
게 뛰다니시피 다녔었는데 지금은 그
저 휴양을 하고 싶습니다.

지도를 보니 드레스덴하고 프라하가
정말 가깝더라구요. 베를린 올라가는
길에 드레스덴에 ICE가 잠시 섰었는데
그 때 무작정 기차에서 뛰어 내렸어야
했나 봅니다 :>

단발머리 2022-07-19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방송 봤는데 그래서 얼른 읽어보고 싶고요. 유럽 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오겠나, 싶었는데 오긴 오네요.
근데 저는 못 가는 ㅋㅋㅋㅋㅋㅋ 일단 읽어보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7-19 20:06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돈이 없어서
못 갔었구요... 지금은 시간과
돈 둘 다 없어서 못간다는 -

책은 재미집니다.

그레이스 2022-07-19 18: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럽여행 가고 싶어요.
피렌체, 베네치아, 바르셀로나, 북유럽....!

레삭매냐 2022-07-19 20:08   좋아요 2 | URL
악! 로마에서 표만 사놓고 결국
가지 못한 피렌체 생각이 납니다 !

부끄유럽과 바르셀로나에도 가보
고 싶구요.

가지 못하니 더 애절하네요.

젤소민아 2022-07-21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스페인을 다녀왔는데 같은 곳을 가도 생각의 끈이 짧으니 ‘보기‘가 달라지네요. ‘보기‘가 다르니 ‘사유‘도 다르고요. 저는 그만, 짧기만 합니다 그려 ㅎㅎ

레삭매냐 2022-07-21 09:37   좋아요 0 | URL
우와 다른 곳도 아니고 무려 스페인!
마냥 부럽습니다.

저도 수년 전에 스페인 가보려다가
비행기값이 너무 비싸서 패스했던
기억이 - 아마 그 때 무리를 해서라
도 갔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유럽도시기행 빈 편을 보면서 난
도대체 빈에 가서 뭘 했지 싶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