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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9일. 아무 준비 없이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향했다. 일찍이 유홍준 선생이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렇게 목놓아 외쳤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렇게 빈을 찾았다.
그리고 15년이 지나, 유시민 작가의 책을 읽으며 후회를 한다.
왜 내가 거기에 가보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마리아 슈트라스가세? 너무 오래 전이라 거리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커피 한 잔은 마셨어야 했는데 말이지.
여하튼 이렇게 시간이 지나서라도, 유시민 작가 덕분에 빈에 대해 다시 알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련다.
지난주에 최경영 아자씨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유시민 작가가 출연하셔서 신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바로 보헤미아의 얀 후스였다. 한 며칠 푸욱 쉬면서 책이나 실컷 읽었으면 좋겠다. 뭐 그렇다.
영원한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반동(反動)의 시간도 예외가 아니다. 좌절감이 옅어지고,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가 쌓이고, 대중의 이성이 눈 뜨고, 보통 사람들의 마음에 용기가 번지면 어느 날 갑자기 역사의 물결이 밀려와 진보의 모든 배를 한꺼번에 띄워 올린다. 그런 때가 오기까지 작고 확실한 즐거움에 몸을 맡기고 삶을 이어가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비더마이어 시대 전시실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퇴행과 압제의 어둠 속에도 빛이 완전히 꺼지는 법은 없다. 그렇게 믿으며 삶을 이어가면 새로운 시대를 볼 수 있다. 내가 거기서 본 것은 좌절과 도피가 아니었다. 질긴 희망과 포기하지 않는 기다림이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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