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바케 4 - 더부살이 아이 샤바케 4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규은 옮김 / 손안의책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하타케나타 메구미의 작가의 요괴물에 흠뻑 빠져 버렸다. 그리고 보니 내가 한 때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들을 모으던 시절이 있었지. 문제는 모으기만 하고 읽지는 않았다는 게 문제다. 집 한 구석의 상자에 고이 모셔 두었던 것 같은데, 이 참에 다시 도전해 봐?

 

에도 도리초의 잘 나가는 상가 나가사키야의 부잣집 도련님 이치타로는 18세 당시로는 어엿한 성인의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골골하다. 그리고 보니 하타케나카 작가는 일부러 이치타로를 강건한 남성이 아닌 여린 캐릭터로 만든 게 아닐까. 그래야 주변에서 보좌하는 사스케와 니키치 그리고 야나리들 같은 요괴들이 돋보일 테니 말이다. 이제 이 시리즈를 즐겨 보는 이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이치타로는 3천살 정도 먹은 대요괴 오긴의 손자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요괴의 피가 흐른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튼튼한 사스케와는 정말 대비가 된다. 약해야 세상사는 맛이 난다고 했던 닌자 단조가 연상된다.

 


2권과 3권은 아직 수배가 되지 다른 스토리는 잘 모르겠지만, 서사의 출발점이었던 1권과 4권은 사뭇 다르다. 4권은 모두 다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맨 마지막의 <더부살이 아이>는 오래된 집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는 요괴 야나리라는 녀석이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다른 이들과 달리 요괴들과 거리낌 없이 대화를 즐기는 이치타로는 야나리들에게 자신에게 끝없이 주어지는 만주 같은 간식들을 제공하면서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그 결과, 고객에게 의뢰받은 달구슬 같은 귀한 진주 11알이 사라졌지만 야나리 녀석의 대활약과 충성도(?)로 되찾는데 성공한다. 물론 도련님 이치타로의 추리가 한몫한 건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

 


<샤바케> 시리즈는 소년 탐정을 방불케하는 예리한 도련님의 추리와 잇달아 공급되는 기이한 미스터리 그리고 요괴라는 3박자가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씨 여린 도련님은 방화를 비롯해서 갖은 사단을 일으키는 고와이라는 요괴에 대해서도, 동정심을 내보인다. 주변의 형님들 격인 사스케와 니키치는 절대 고와이랑 어울려서는 안된다고 해도 오갈 데 없는 외로운 요괴인 고와이를 거두려는 마음씨가 참... 순간, 심지어 요괴조차도 영혼의 구원을 바라고 있구나 싶기도 했다.

 

가게온나를 추적하는 5살 시절, 이치타로가 나오는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우리나라에서 귀신은 왠지 오싹한 느낌이지만 이웃 일본에서 귀신에 해당하는 요괴는 자못 다르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자신의 실수나 불길한 일이 벌어지면 그게 다 요괴의 허튼 짓으로 치부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요괴를 추적하겠다고 철부지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장면과 운외경이라는 요괴를 비추는 거울 이야기도 다 재밌다.

 

이번 4권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에피소드는 4번째에 배치된 <아린스코쿠>. 얼마 전, 너튜브로 요시와라와 오이란에 대한 콘텐츠를 읽어서인지 저자가 구사하는 일본 유곽에 대한 이야기가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여전히 니혼바시니 하는 에도(지금의 도쿄)에 대한 지명은 낯설긴 하지만 말이다.

 

어느 날 도련님이 가무로(게이샤 견습생) 가에데를 요시와라에서 빼내서 같이 도망치기로 했다는 말에 두 형님들은 그야말로 까무러칠 듯이 놀란다. , 그리고 보니 도련님은 따로 공부는 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독학으로 글도 깨치고 그러신 건가? 하긴 부잣집 도련님이니 독선생을 두고 공부했을 지도 모르겠다.

 

샌님 같이 약골의 도련님이 잘 나가는 오이란을 보유한 기루에 출입을 하다니.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버지 도베에 씨와 함께 말이지. 역시 에도시대 풍습은 우리네 그것과는 많이 달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도련님이 가무로와 바람이 나서 그런 건 아니고 아버지의 친구이자 기루의 주인장이 심장병에 시달리는 가에데를 구하기 위해 그런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이라고 한다. 기루의 주인장들은 하나같이 오이란들을 착취하는 사람들인가 싶었는데 또 다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도련님이 출연하는 모든 에피소드가 그렇듯 이번에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요괴 네코마타까지 동원해서 받은 통행증으로 일이 쉽게 풀리나 싶었지만 한바탕 소동 끝에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샤바케> 1권이 도련님 이치타로의 출생의 비밀까지 까발리는 매운맛의 시리즈 신호탄이었다면, 4권은 1권에 비해 순한맛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긴 걸핏하면 몸져눕는 약골 도련님을 상대로 해서 막강한 요괴가 등장해서 마구 몰아붙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몸 쓰는 두 형님들인 사스케와 니키치에게 맡기고, 사건의 핵심을 콕 찌르는 브레인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치타로 캐릭터는 성공적이라는 걸까.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의 표지를 보니, 한 장에 그림에 5개의 단편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모두 담겨 있구나 싶었다. 야나리가 건넨 만주를 먹는 수로의 주인 잉어(세이군)부터 시작해서, 주발을 타고 달구슬을 지닌 채 모험에 나선 야나리, 가게온나 이야기의 운외경 그리고 벽토요괴 혹은 회반죽을 연상시킬 정도로 두꺼운 화장의 오히나 등등...

 

아 빨리 2권과 3권도 만나보고 싶다. 도서관에도 없으니 천상 사냥으로 구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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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1-14 11:2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 이런 요괴 별로 관심없는데 레삭매냐님이 너무 재밌게 읽으셔서 주말에 도서관 가서 구경이라도 좀 해볼까 합니다 . ㅋ

레삭매냐 2022-01-14 13:08   좋아요 6 | URL
그짝 동네 도서관에는 책이
있나 봅니다 :> 저희 동네에는
없다고 하더라구요 ㅠ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냥을...

대신 같은 작가의 다른 요괴
작품을 빌려 볼까 생각 중이랍
니다. 책은 아주 재미집니다.

북깨비 2022-01-14 16: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샥메냐님 리뷰 바로바로 올려주시니 요즘 북플 들어오는 제 발걸음에 콧노래가 절로~ ㅎㅎ 저는 샤바케 시리즈를 먼저 만나고 더이상 출간이 안될꺼라는 출판사의 답변에 눈물을 머금고 😭 그저 같은 에도시대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미여사님 시리즈를 파기 시작했거든요. 글은 솔직히 미미여사님이 훨씬 더 잘 쓰시는데 아무래도 저는 요괴 이야기에 흥미가 있다보니 귀여운 도련님 요괴들이 잔뜩 나오는 (미미여사님 글에는 요괴가 안 나오잖아요 ㅠㅠ) 샤바케 시리즈에 더 애정이 가요. 백귀야행 만화책도 요즘은 일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ㅠㅠ 저는 겁이 많아서 딱 요정도로 귀여운 요괴물이 딱 좋은데 국내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었나 봐요.

레삭매냐 2022-01-14 16:39   좋아요 4 | URL
우리네 같이 마이너한 취향의
독자들에게는 인기지만, 왠지
대중적이진 않은 것 같습니다 ㅠㅠ
그 결과가 절판으로... 참말로
아숩네요. 20권은 무리겠지요.

저도 미미여사의 책보다는 요런
라이트한 분위기가 좋더라구요.

<샤바케>의 캐릭터들이 등장하
는 20주년 3분 짜리 애니도 있
다고 해서 찾아 보았는데 아직
이미지를 못 뜨고 있네요. 집에
가서 떠서 올릴라구요.

저도 못지 않게 겁시 많아서
이 정도가 딱인 듯 합니다.

mini74 2022-01-14 16: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글 보면 너무 재미있겠어요 ㅠㅠ 저는 나츠메우인장 좋아해요. 거기도 요괴가 ㅎㅎ

레삭매냐 2022-01-14 16:41   좋아요 2 | URL
나츠메 우인장은 첨 들어
보는 지라 찾아 보니 왠지
소녀소녀한 느낌의 망가
가 아닌지요 ^^

애니로 만들면 히트할
것 같은데 말이죠.

mini74 2022-01-14 16:54   좋아요 4 | URL
만화에서 애니로 ㅎㅎ 요괴잡는 이야기예요. 매냐님 글 볼때마다 읽고싶어집니다 ㅎㅎ 샤바케 ~

라로 2022-01-17 2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어요~! 그런데 절판이라니!! 다행인가 싶기도 하구요.^^;;(아시죠 이유는??ㅎㅎㅎ)

레삭매냐 2022-01-17 21:26   좋아요 1 | URL
듣자 하니 1편만 장편이고
나머지는 모두 짧은 에피
들로 이루어졌다고 하네요.

2권과 3권은 못 구했지만
언젠간 만나겠지 하는 마음
으로 기둘려 볼랍니다.

하모요, 그라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