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쇄를 찍자 10
마츠다 나오코 지음, 주원일 옮김 / 애니북스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출판계에 조금 다가갔던 적이 있었다.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만드는 곳의 이야기인지라 아주 흥미진진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분야에 투신할 생각은 1도 없었다. 어느 곳이나 돈벌이의 지겨움은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그냥 내가 하는 일이나 잘하자 뭐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말았다.

 

우리의 고쿠마(새끼곰)가 코토칸 <바이브스>에서 분투하는 시리즈는 어느덧 10권에 도달했다. 장하다 쿠로사와 군! 이번에는 까다로운 소설을 펴내는 작가의 입맛을 맞추는 이야기다. , 비슷한 케이스가 그전에 미의 거장 편에서도 등장했었나. 미의 거장들이 최고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이번 서사와 일맥상통하지 않나 싶다.

 

창작하는 이들이 괴팍한 성격으로 무장하고 자신의 작품에 까다롭다는 건 하나의 공식이 되지 않았나 싶다. 문득 작가들의 그런 성향은 오롯하게 나와의 싸움에서 창작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그런 과정에서 빚어진 건지 아니면 원래 그냥 그런 사람들인 건지 그 점이 좀 궁금했다.

 

코토칸의 다른 부서에서 편집을 맡은 유명 소설가가 이번에는 자신이 원하는 폰트를 제공하란다. 히라가나와 가타가나 그리고 상용한자까지 하면 이천자 정도나 되는 글자들을 단기간에 만들어내야 한다. 게다가 자신의 소설에 사용될 폰트를 만들 사람까지 지정했다. 다른 조건들은 보지도 않고 무조건 자신의 조건만 내세우다니. 이거 동업자 정신이 없는 건 아니고. 그렇게 소설 혹은 만화에서 2차 저작물인 영화나 애니 그리고 연극에까지 다방면으로 원소스 멀티유즈를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여건의 일본이 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근래에 그런 움직임들이 많아지고 있다. 웹툰에서 영화화나 혹은 드라마 제작이 아주 드문 일이 아니게 되지 않았던가. 어쨌든 재밌는 이야기는 어떤 형태로든 팔리게 되어 있다는 점을 마츠다 나오코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해봤다.

 

어쨌든 소설가가 직접 쓴 글씨체와 대면(쉽게 응하지 않을 태세였으나 고쿠마의 활약으로 성사됐다)을 통해 작가도 수긍할 만한 그런 작업물을 단시간 내에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왠지 만화 <중쇄출래>의 저변에는 노력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깔려 있지 않나 싶다. 그것도 일본식 트러블 슈팅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야 할까나. 그런 점에서 일단 부딪히고, 좌충우돌하는 방식의 쿠로사와 코코로 활약이 쫌 그랬다.

 

다음 스토리는 <민들레 철도>의 영화 제작에 얽힌 이야기다. 가장 기본은 이거다. 최대한 원작의 아우라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원작자는 계속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식 같은 작품이 내것이 아닌 게 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 말이다. 그런 점에서 각본을 맡은 이들과 연출가들은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원작을 수호하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캐릭터가 서사를 이끌어 가는 만화와 달리 실사 영화에서는 흥행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주요한 배역에 반드시 필요한 배우 캐스팅에서 제작사는 난항을 겪는다. 출연 배우의 이미지를 고려해서 <민들레 철도>에 나오는 술고래 역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배우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사장은 그래서 각본의 수정을 요구한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수정의 파장은 각본을 맡은 담당자에게도 여파를 미친다. 그리고 과연 원작자는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이런 수정을 허용할 것인가? 결국 제작자 아저씨가 삭발까지 하는 투혼을 발휘하면서 배우 캐스팅에 성공한다. 쉽지 않은 일의 성취라는 건 이런 것인가? <중쇄출래>의 작가가 강조하는 프로 의식은 아무래도 나같은 보통 사람들은 따라가기 쉽지 않을 듯 싶다.

 


결국 드라마로 만들어진 <중판출래>도 구해서 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드라마에서 귀여우면서도 동시에 다부진 역할을 맡은 쿠로사와 코코로의 그것을 실사 드라마의 주인공이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설정도 참, 그랬다. 아야세 하루카가 연기한 건어물녀 이래, 정말 오랜 만에 찾아보는 일드가 아닐 수 없었다.

 

11권과 12권까지 다 읽고 난 다음에 드라마 정주행에 들어가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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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04 21: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만화도 마니아 이시군요 ^^ 역시 좋아하는 건 직업으로 하는게 아니라는 ㅎㅎ그런데 출판계 가셨으면 잘하셨을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2-01-05 09:18   좋아요 1 | URL
그럴 리가요...

제가 또 야구를 좋아하는데
야구 좋아한다고 해서 진짜
선수가 되거나 그런 건 아니
니깐요 ㅋㅋㅋ

만화는 참 재밌습니다.

유부만두 2022-01-04 2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는 책 5-6권 정도 까지 줄거리였던 걸로 기억해요. 전 줄무늬 티 입는 편집자와 (이누야샤 닮은) 만화 그리는 작가의 드라마 배우 싱크로률이 좋았다고 생각했어요. 책의 내용 중 빠진 것도 많있지만 꽤 재미있었어요. ^^

레삭매냐 2022-01-05 09:19   좋아요 0 | URL
보니깐 10권 정도에 도라마가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 그전 에피로 아마 도라
마를 꾸미지 않았나 싶네요.

빨랑 도마라 봐야 하는데, 집중력
이 심하게 떨어지네요.

얄라알라 2022-01-04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저는 출판업 문외한이라 ABC 수준 궁금증인데요. 중쇄는 2번째부터를 말하는 걸 테죠?^^;;;

레삭매냐 2022-01-05 11:26   좋아요 0 | URL
˝중판출래 : 책의 초판을 다 팔고 나서
추가로 인쇄하는 것을 ‘중판‘ 혹은 ‘중
쇄‘라고 하고 중판에 들어가는 행위를
‘중판출래‘라고 한다.˝

이 용어는 일본에서만 사용된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