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도착한 졸라의 신간 <집구석들>.
루공마카르 총서 열 번째 책이라고 한다. 어디선가 보고는 <살림>이라고 적어 두었는데 이제 새로운 제목으로 나왔으니 나의 루공마카르 정리의 제목을 정리해야지.
두말할 것 없이 졸라샘의 책이라서 사들였다.
두께가 제법 된다. 그리고 보니 지난 여름에 나와서 신나게 읽기 시작한 <패주>는 마무리를 못했네 그래. 나폴레옹 3세가 꼴사납게 스당에 포위되는 것까지 읽었던 것 같은데.
1870년 보불전쟁의 전모를 그린 작품이라 고대해 마지않았던 작품이었는데 왜 못다 읽었는지. 어디 그것 뿐이라. 졸라샘의 책들과 나의 인연은 다 그런 모양이다.

이틀 전에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침대 담배>를 다 읽고 나서, 아니 그전부터 읽기 시작한 안드레 애시먼의 <아웃 오브 이집트>다.
아무래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가의 그런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모두 6개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파르디 유대인 출신으로 조상님들이 이탈리아에 살다가 콘스탄티노플로 그리고 다시 이집트로 이어지는 디아스포라적인 삶의 여정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난 안드레 애시먼 작가도 이탈리아 로마를 거쳐 미국 사람이 되지 않았던가. 3개국을 거치는 저자의 기구한 삶부터 비범한 스토리가 아닌가.
아직까지는 애시먼 작가의 소설보다 자기 삶의 궤적을 그린 에세이들이 나는 더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알리바이>가 그랬다. 그리고 <하바드 스퀘어>는 아직 번역이 되지 않아 모르겠지만, 왠지 좋아질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이건 안비밀인데 이 책은 원서로 수배해서 소장만 하고 있다. 물론 읽지는 못하고.
1942년 말, 롬멜의 아프리카 기갑군단이 파죽지세로 애시먼 패밀리가 살고 있던 카이로로 진격해 온다는 소식에 할머니 집에 모인 이들이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하는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유럽 대륙에 남은 그들의 친족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몰랐던 시절의 이야기들. 그들은 심지어 인도와 남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까지 갈 생각도 하지 않았던가. 언제라도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 위험으로부터 도주해야 하는 유대인 삶의 초상이라고나 할까.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스파이, 난봉꾼, 약장사 수준의 세일즈맨 빌리 할아버지의 입을 빌어 뿜어져 나오는 서사는 픽션을 능가하는 재미가 있다. 이런 맛에 우리가 책을 읽는 게 아닌가 말이다. <아웃 오브 이집트>의 고작 1장을 읽었지만, 내가 올해 만난 최고의 책으로 꼽기에 1도 부족함이 없어라.
아름답고 멋진 글들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독자 제군들이여, 부디 책을 사서 읽어 보시라.
황홀하실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