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고 미워했다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캐서린 패터슨 지음, 황윤영 옮김 / f(에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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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사랑했고 미워했다>의 원제목은 <야곱, 내가 사랑했던가> 정도가 될 것 같다. 1940년 초반, 미국 체사피크 만에 있는 라스섬이라는 가공의 무대를 배경으로 미국 출신 작가 캐서린 패터슨이 1980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화자는 십대 소녀 사라 루이스 브래드쇼다. 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자신보다 훨씬 나약하고 잘난 쌍둥이 여동생 캐롤라인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녀 유년의 기억들을 죄다 동생에 대한 트라우마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족들과 모든 사람들이 큰 병을 앓은 캐롤라인을 우대했고, 성장해서는 뛰어난 목소리로 아버지의 굴 채취선 포셔수호를 타고 나가 집게로 굴을 채취하고, 탈피 과정에 있는 게를 잡는 루이스(휘즈)와는 다른 삶을 살았으니까. 어째 우리나라 콩쥐팥쥐 설화가 생각나는구만 그래. 물론 상황은 좀 다르지만.

 

그리고 일본 해군기가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전쟁의 막이 올랐다. 반공 구호가 난무하던 우리나라의 예전이 그랬던 것처럼, 전시에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사람이 나타나면 의심을 사기 마련이다. 꼬마 루이스는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월리스 선장 할아버지가 잠수함을 타고 온 나치 스파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그건 아마 라스섬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어려운 가정형편의 콜과 우정을 쌓고, 월리스 선장을 도와 즐거운 시간이 시작되려는 순간, 라스섬을 덮친 엄청난 폭풍으로 월리스 선장은 자신의 집을 잃게 된다. 그리고 발작으로 쓰러진 트루디 할머니와 결혼하는 장면을 보고 월리스 선장에게 마음을 두고 있던 십대 소녀 휘즈의 마음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사춘기 증상이라고 해야 할까. 집에서는 자신의 동생 캐롤라인에게 가족의 관심이 온통 가 있질 않나. 굴과 게를 잡아 판 돈으로 언젠가 라스섬을 떠날 계획을 세우는 휘즈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월리스 선장이 트루디 할머니가 남긴 유산으로 캐롤라인을 볼티모어로 유학 보내겠다는 말에 휘즈는 충격을 먹는다. 믿었던 월리스 할아버지마저 자신을 배신한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휘즈가 그런 자신의 문제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족의 지나친 편애에 대해서도 속 시원하게 터놓고 이야기했다면 문제가 그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텐데. 엄격한 감리교도 가정에서 성장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쌍둥이 형제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에서 마침내 제목에 대한 실마리가 풀렸다. 도대체 원제에 나오는 제이컵(야곱)이 누군가 싶었다. 소설에는 제이컵이란 이름은 보이지 않으니까 말이다.

 

한편, 캐롤라인이 성악가로서 꿈을 이루기 위해 볼티모어로 떠나고 콜마저 해군에 입대하면서 휘즈의 외로움은 깊이를 더해간다. 전시경제 속에서 학교마저 때려치우고 아버지의 일을 돕는 휘즈의 모습은 야곱이 아니라 에서에 가까웠던 게 아닐까. 전쟁이 계속되면서 휘발유 배급이 엄격하게 통제되었기 때문에, 휘즈와 아빠는 체서피크 만 멀리 나가 어로행위를 할 수도 없었다. 가계를 돕기 위해, 포셔수호를 타고 망망대해에 나가 굴과 게 그리고 게의 미끼로 사용할 청어를 잡는 휘즈의 모습이 왜 그렇게 안타까웠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더 이상 교회는 물론이고 학교 나가기까지 거부한 휘즈는 어머니와 집에서 홈스쿨링을 시작한다. 이런 점에서 교사였던 어머니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고 해야 할까.

 

, 그렇다면 과연 사라 루이스 브래드쇼의 미래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라스섬을 떠나 메릴랜드 대학에 진학한 사라는 의사가 되고 싶지만, 당시 분위기에서 여자 의사의 탄생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결국 간호사가 되어 산골 마을로 가 돈을 모아 의사의 꿈을 이어가겠다고 결정한 사라는 평소에 가고 싶던 산에서 지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엄마 수잔이 걸었던 길과 비슷한 인생의 행로를 걷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사라는 에서였을까? 저자가 선교사였고, 남편이 목사라는 사실에서 보듯 <사랑했고 미워했다>에는 성경에 나오는 코드들이 다수 등장한다. 가장 밉상 캐릭터인 사라의 할머니는 모두를 증오하면서 곧잘 성경을 인용하지 않던가. 어쩌면 그녀는 다른 라스섬의 소녀들처럼 하이럼 월리스 할아버지를 사랑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가 50년 만에 돌아와, 트루디 할머니와 결혼했을 그렇게 저주를 퍼부었을 지도. 사랑에서 증오로 바뀐 뒤틀린 감정은 반세기라는 세월도 무디게 할 수 없었던가.

 

예상대로 사라 루이스 브래드쇼의 삶은 결국 라스섬과 가족을 떠나서야 비로소 완성된다. 독자들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다만 어떤 수순을 거쳐 그것이 이루어지는지가 궁금했을 뿐.

 

탈피하는 게 잡이와 굴 채취가 사라 루이스에게는 고역이자 노동이었겠지만, 문득 나도 그녀처럼 그런 단순한 노동에 몸을 맡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주의, 가족에 대한 의무 그리고 나만의 삶을 살아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발견 등 캐서린 패터슨의 사랑과 미움의 파노라마 <사랑했고 미워했다>를 읽으면서 내 마음을 스쳐간 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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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8-24 0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레삭매냐님처럼 ˝저도 OOO을 읽었는데....˝랄지 ˝XXX은 사 놓고 아직이네요˝랄지 그런 댓글을 달아보고 싶은데, 레삭매냐님이 소개하시는 책은 작가조차 초면일 때가 많아서 맨날 망해요...... 이것이 바로 클라스의 차이인가.

레삭매냐 2019-08-26 09:46   좋아요 0 | URL
책의 세계는 참말로 넓고
깊은 것 같습니다.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네요.
새로운 작가들과 그들이 펴내는
책들의 행렬은 끝이 없구요.

기존 작가들은 물론이고 새로운
작가들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많아서인지 계속 도전해 보게
되네요.

물론 망할 때도 많지만요 ㅋㅋㅋ
클라쓰는 무신... 무식하게 책읽는
인간의 모습이지요.

2019-08-24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이 댓글에 심하게 공감합니다. ㅋㅋㅋ

레삭매냐 2019-08-26 09:47   좋아요 1 | URL
아니 이게 무신...

허접 클라쓰랍니다.

psyche 2019-08-25 0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메냐님의 클라스가 다르다는 syo 님과 설해목님의 말씀에 공감!
근데 두 분 역시 클라스가 다르신 분들!! 이 책의 작가 캐서린 패터슨을 모르시는 이유는 아동 청소년 책 작가이기 때문일 거에요. 이 책 Jacob Have I Loved를 비롯하여 뉴베리 상을 세번이나 받은 유명작가이지만 아동문학에 관심이 없으시면 당연히 모를 수 밖에요.

레삭매냐 2019-08-26 09:49   좋아요 0 | URL
아하 그랬었군요...
한 수 배웠습니다.

책 읽으면서 흠 어른이를 위한 책
은 아닌 것 같더라니, 그랬었군요.

야곱과 에서 변주곡, 나름 즐겁게
읽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