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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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 연장 마지막 날이어서 그날 반납하지 않으면 연체 페널티를 물게 돼서 부랴 부랴 달려갔다. 아이 귀찮아. 그냥 올 수가 없어서 희망도서로 빌려서 결국 못 다 읽은 <제인스빌>(우리의 군산과 스토리가 비슷하다, 망할 놈의 지엠)과 신간 도서 그리고 마스다 미리 책 두 권을 빌렸다.

 

원래 같은 스피드였다면 그날 바로 읽었어야 했는데 맨날 자기 전에 읽다 보니 그리고 화장실에서 읽다 보니 무려 4일이나 걸렸다. 만화라고 쉽게 읽을 줄 알았는데, 수마의 유혹을 이길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울림도 좀 컸다.

 

<오늘의 인생>은 아마 비혼주의자로 보이는 저자가 노년의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세대 간의 갈등은 이제 우리 삶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마스다 미리 작가는 일상의 무지 소소해 보이는 장면들을 간략한 몇 컷 짜리 만화로 형상화해내는 선수다.

 

초밥집에 가서 본 접시에 쓰여 있는 글을 보고 감동하고, 택시 기사 아저씨가 무지개가 떴네요라는 장면에 감동을 한사발 먹기도 한다. 사실 그런 게 삶이지. 사는 게 별 거 있간디. 하지만 고런 뻔한 삶의 클리셰이를 우리는 잘 알면서도 무언가 아싸라한 그런 걸 기대하는 게 또 삶이 아니던가. 감동 한 사발은 지구별에서 82년을 사시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흠모하는 장면들이다. 장례를 치르고 나서야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걸까. 아버지의 부재 가운데 아버지가 생전에 좋아하시던 고구마를 보며 울컥하는 장면은 참 그랬다. 나는 나중에 아버지가 떠나시게 되면, 어떤 것으로 아버지를 기억하게 될까. 초등학교 때 편도선이 부어서 꼼짝 못하는 맨발의 아들을 업던 아버지를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가장의 그런 물리적 무게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모양이다. 아버지의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은 그런 거지.

 

작가의 소심한 성격이 그대로 들어나는 장면들이 마음에 들더라. 관계는 처음부터 안 맞는 사람하고는 이어지지 않는 법이라던가, 언제부터 그랬을까를 반추해 보는 장면도 그렇다. 뭐 그래도 시간이 들고 나이가 먹으면서 누구러지면, 말도 섞고 싶지 않았던 이들과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게 되는 게 또 우리네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때로는 스킬도 필요할 테고. 어려서는 관계에 참 많이 투자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여유도 시간도 없더라. 그냥 하루하루 아무 일 없이, 아무도 아프지 않게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는 만족한다.

 

스마트폰이 일상을 지배하게 된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폐부를 찔러댄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다가, 카트를 모아두는 칸에 들어가게 된 어느 남자를 작가는 아마 스케치했었지. 편집자와 만난 시간에도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는 게 상대방의 소중한 시간에 대한 예의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나도 가만 보면 마땅히 할 게 없거나 그럴 적에 수시로 스마트폰을 꺼내 게임도 하고, 메이저리그 정보도 검색하고, 새로 나온 책이 뭐 없나 하고 모바일 스타일의 랜선 라이프를 즐기니 말이다. 카페에 가서 수다를 즐기면서도 뭐야 다들 스마트폰질을 하잖아 그러면서도 나도 예외는 아니었지. 앞으로는 마스다 미리 저자의 조언을 받아 들여 타인과 함께 할 적에는 가능한한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 것으로. 과연 얼마나 지켜질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의 인생>을 보면 자신 말고 타인은 모두 선으로 간략하게 그려져 있더라. 이유가 있나. 암튼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참맛으로 구성된 한 그릇의 비빔밥을 포식한 느낌이었다. 도서관에서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을 하나 더 빌려왔는데, 주말에는 그 책도 읽어야겠다. 그리고 늦지 말고 바로 반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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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목 2019-06-07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음 마스다 미리의 책들을 읽었을 때는 그 신선함에 반해 주욱주욱 읽었는데...
어느 때부터 너무 많은 책들이 출간되다보니 좀 멀리하고 싶더라구요.
요 책은 사두고 읽지는 않았는데.... 주말에는 찬찬히 부모님 생각하며 읽어봐야겠어요.
그나저나 미리의 어떤 책을 또 데려오셨으려나요? ^^

뒷북소녀 2019-06-07 12:59   좋아요 2 | URL
저도 설해목님이랑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읽고 싶었어요. 뭔가 따뜻한 느낌이.

레삭매냐 2019-06-07 20:57   좋아요 2 | URL
도서관에서 빌린 다른 책은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랍니다.

바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자들은...>의 원제가
직역하면 <여사무원들은 대단해>네요.

마스다 미리 씨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
려다 보는 것으로 핫하 -

붕붕툐툐 2019-06-07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제가 애정하는 북플 친구님들이 마스다 미리의 책을 많이 읽으시니 저도 관심이 생기네요~

레삭매냐 2019-06-07 20:58   좋아요 0 | URL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은 만화로
만나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에세이
같은 책들은 손이 가지 않더라구요.

독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읽으면
제격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