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
윈스턴 그룸 지음, 정영목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그놈의 초콜릿 상자!

그래 포레스트 검프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소설책으로. 아주 오래 전에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봤다. 기대했던 것처럼 재밌었다. 포레스트 검프 역을 맡은 탐 행크스의 연기도 좋았고. 정말 오래전 일이로구나. 그런데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지는 어제 처음 알았다. 역시 갠춘한 영화에는 좋은 원작이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런데 소설로 만난 <포레스트 검프>는 영화와 아주 많이 달랐다. 영화에서 검프가 미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그런 인물로 그려졌었는데 소설에서는 그런 부분을 많이 덜어냈다. 물론 그래도 대통령 LBJ를 만나고, 핑퐁외교팀의 일원으로 중국에 건너가 마오 주석을 익사의 위기에서 건져내는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지만 말이다.

 

실제로 베트남 파병 근무를 했다는 저자의 경험치에 의거해서인지 검프의 에피소드는 베트남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모빌, 앨바매바 출신 백치 소년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는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풋볼 러닝백으로 일약 스타가 되면서 시작된다. , 그전에 검프의 평생 연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제니 커런을 만난 이야기도 빼먹으면 안되지. 한국 드라마에서 애정 라인이 빠질 수 없듯이 검프 스토리에서도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달리기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앨라배마 대학까지 진학하는데 성공한 검프는 대학에서 훗날 자신의 사업적 성공의 기반이 되는 새우 사업의 꿈을 자신에게 불어 넣어준 친구 버바를 만나게 된다. 영화에서 버바는 흑인이었던 것 같은데, 소설에서는 인종이 달라 보인다. 그리고 룸메이트로 포악한 커티스도 등장하고. 오렌지볼에서 우승에 실패한 검프는 대학에서 낙제하는 바람에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으로 징병되어 끌려 가게 된다. 그는 자신이 백치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데 그가 가는 곳은 죄다 백치들 투성이라 별 문제가 안된다고 한다. 대학 풋볼팀이 그랬고, 군대가 그랬다.

 

군대에 간 검프는 평생기지라고 할 수 있는 버바와 다시 만나고, 자신에게 삶에 대해 반추하게 해준 상이용사 댄 소위를 만난다. 잘못된 전쟁에 참가한 젊은이들의 국(gook)들과의 전쟁에서 손발을 잃고 심지어 죽기까지하는 장면은 정말 안타까웠다. 훗날 대통령이 되는 인사들은 징병기피를 해서 그런 똥더미 같은 전장을 피하지 않았던가. 어쨌든 영화에서처럼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동료 병사들을 구한 용감한 행위로 군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 명예인 의회 명예훈장까지 검프는 받는다. 그리고 자신 역시 엉덩이에 부상을 당한 상이용사가 되어 전국을 돌며 전쟁 본드 판매에도 나서게 된다. 이 장면에서는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가 연상되기도 했다. 군병원에서 탁구도 배우고.

 

영화에서는 그 유명한 딴따라 엘비스와 대통령 케네디와도 만나는 장면이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LBJ와 만나서 미스터 프레지던트에게 엉덩이를 들이미는 장면으로 등장한다. 미군 탁구 챔피언을 박살낸 검프는 당시 데탕트 분위기에 편승한 죽의 장막을 걷어내기 위한 핑퐁외교 사절로 중공을 방문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커트되었지만, 장강을 건너는 마오 주석을 익사의 위기에서 구해내는 쾌거(?)를 이루기도 한다. 물론 같이 갔던 인사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 다음에 제대한 검프는 첫사랑 제니를 찾아 하버드 대학이 있는 케임브리지로 가서 걸출한 하모니카 연주로 제니와 밴드 활동을 하기도 한다. 반전시위대로 몰렸다가 NASA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우주비행에 나선다. 이 부분이 소설에서 가장 황당해 보이는데(사실 스토리의 전개가 전반적으로 황당의 연속이긴 하지만), 다른 여성 우주인과 오랑우탄 수와 함께 뉴기니 정글에 추락해서 4년간 식인종의 포로가 되기도 한다. 물론 이 부분은 영화에서 전체적으로 걷어내졌다.

 

다시 사회에 복귀해서는 댄 소위와 만나 레슬러로 활약하기도 한다. 그렇게 쇼비즈니스 업계를 경험한 검프는 비로서 싸나이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한탕 거하게 땡겨서 전장에서 전사한 버바의 꿈대로 루이지애나로 가서 새우 사업 밑천을 벌겠다는 검프의 꿈은 제니가 그의 곁을 떠나면서 일장춘몽이 되어 버린다. 그제서야 검프는 홀로 남은 엄마를 찾으러 나섰던가. 암튼 이번에는 뉴기니 정글에서 배운 체스로 캘리포니아로 가서 체스 대회에 도전하기도 한다. 그 다음에는 버바의 아버지를 찾아가 드디어 새우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의 새우 사업이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그리고 나선 버스킹을 하기도 하고 블라 블라...

 

소설 <포레스트 검프>는 영화에 비해 여전히 황당한 전개이긴 해도 흥미로 가득하고, 무엇보다 재밌다. 신속한 전개에, 끝없이 변신하는 검프의 캐릭터를 어찌 미워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다만 반전 메시지 같이 좀 더 진중한 컨텐트에 대해 좀 더 다루지 않은 점이 아쉽긴 했다. 영화는 아마 속편 <검프 회사>의 내용까지 더해서 나온 것 같은데, 속편은 저작권료 분쟁으로 영화화되지 못했다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읽는 재미 하나만큼은 최고였노라고 말하고 싶다. 재밌으면 그만이지 뭘 그래.


[뱀다리] 아 그런데 표지하고 소설하고는 미스매칭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미합중국을 달리는 검프 이야기는 나오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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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4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03-14 09:17   좋아요 0 | URL
얼마 전에 영화를 빨리 보기로 해서 보았는데
참 재밌더라구요.

올디 벗 구디인가 봅니다. 90년대 갬성으로.

노래도 멋졌습니다.

목나무 2019-03-14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표지가 안타깝네요. ^^;;
영화는 몇 번을 봤는데..... 소설은 영화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고 하니 우선은 담아두지만
저 표지라면 선듯 데려오기가.....ㅎㅎㅎ;;;;

레삭매냐 2019-03-14 16:45   좋아요 1 | URL
소설이 영화보다 쫌 더 전개가 황당하고,
영화는 영화대로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책도 읽는 동안 매우 흥미진진했답니다.

다만 표지는 좀 아쉽네요...

moonnight 2019-03-14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볼 때마다 눈물이ㅠㅠ 레삭매냐님 평을 믿지만 소설을 읽게 되지는 않을 듯. 포레스트 검프는 그냥 영화로 간직하고 싶어요^^ 표지 문제가 크네용-_-

레삭매냐 2019-03-15 09:38   좋아요 0 | URL
느낌상, 아무래도 영화는 속편이라는 <검프 회사>
하고 짬뽕 콜라보로 만든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영화 좋지요 ~~~

cyrus 2019-03-15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구판은 김영사에서 나왔어요. 역자는 개정판과 비슷할 것입니다. ^^

레삭매냐 2019-03-15 18:13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소설이
있는지도 몰랐답니다.

판권이 아마 다른 출판사로
넘어간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