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의 힘 - 생각의 습관을 바꾸는 마인드 파워 트레이닝
제임스 보그 지음, 정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예순 두 번째 서평
마음의 힘-제임스 보그 지음 /정향 옮김
마음과 믿음의 대화 (상처 받지 않는 것처럼 살아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살라는 말이 있다. 살면서 한 번도,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을까. 비장하면서도 은근 야속하게 들리는 말이다. 만일 우리가 뛰어난 연기력을 지난 배우였다면 혹시라도 얼굴빛에 드러나는 속내를 감출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도 아니면 우스갯소리지만 오페라의 유령처럼 얼굴에 반쯤 가리는 가면이라도 써야 될법하지 않은가 싶다.
상처받지 말라는 말은 내부나 외부에서부터 받는 모든 상처에 연약하게 떠는 자아를 과감하게 내치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것은 어쩌면 조금은 더 강하게, 가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심약한 것일랑 거센 풍랑 앞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게 단련시키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세상과 그 속의 한 개인의 삶은, 나를 또 개인을 모질게도 휘둘리게 한다. 그런 까닭에 어느 타령조에 나오는 가사처럼 세파에 시달린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하는가? 그것 또한 의문인 동시에 화두다.
심리관련 책을 꾸준하게 손에 들고 있다.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는다. 왜? 왜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주저한다. 그렇지만 꾸물거리며 대답할 거리를 찾는 나를 발견한다. 참 이상도 하다. 말을 안 하면 또 어때서 굳이 대답 할 거리를 찾는 있는지.
처음에는 위로받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단계를 지나서면 문득 알고 싶기 때문 이라는 말을 감히 중얼거리고 싶어진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위험하면서도 애처로운 일련의 과정이다.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살아라 한들, 받은 상처가 미세한 입자와 분자로 분해되어 물처럼 흘러 내려가는 일도 만무한 일. 그저 바위에 새길 것을 물에 새기며 살얼음 같은 가슴 한복판일랑 한번 쓸어내리라는 것일 게다.
최근에 읽었던 심리관련 책과는 달리 이번 ‘마음의 힘’은 약간의 차이점을 갖는 듯 했다. 유형별로 따지자면 일종의 자기계발서의 분위기라고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흔히들 이런 식의 책에서 읽을 수 있는 흐름을 보면 전체적인 뼈마디만 있을 뿐 감칠맛 나면서 맛깔스런 뒷맛이 느껴지는 살들이 부족해 보인다는 게 통념으로 자리잡은 듯했다. 물론 좋은 책들도 많음을 간과하지는 말아야겠지만 말이다. 마음의 힘은 완벽한 자기계발서와 딴은 일종의 전문적 심리치료 서적과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느낌을 받는다.
생각 속에 자리하고 있는 사고, 사고의 주체, 사고가 행동과 이어지는 과정 사이에서 생겨나는 사건들의 해석방법까지. 깊이 들어갈수록 책은 꽤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제공한다.
2장에서 스트레스, 불안, 분노 등 구체적인 인간의 심리와 육체의 교감과 반응정도를 설명하면서 독자와의 교감의 폭을 넓혀가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전반부에서 심리와 사고, 다시 그러한 요소들을 포함한 행동에 이르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 3부로 이어지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인체의 ‘뇌’ 구조를 통한 해부학적 지식의 인용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알면 좋은 것들이긴 하지만, 사실 아픔을 호소하는 이에게 딱딱하게 이론을 장황하게 설명하기에는 좀 무리수가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책은 분명하게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이가 넘어져 다리에서 피가 난다고 하자. 책은 ‘얼마나 아프니?’ 식의 마음 읽기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다쳤으니 아이는 많이 아플 것이다. 이때 아이가 갖는 심리적 불안감은 어떤 것이며, 이 불안감이 형성되는 과정과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으로 표출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면 좋을 듯하다. 아이에게 불안해하지 말아라, 아프지 않다고 생각하면 무섭지 않은 것이다, 는 식으로 생각을 바꾸는 동시에 이어지는 행동의 변화를 주는 식의 총체적인 과정을 객관적으로 기술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기록으로 남기는 이 순간, 아이러니 하게도 나는 내가 이 책을 통해 받아들이고 이해했던 것들로 내린 결론이 일정부분 오류라고 믿고 싶어진다. 책을 들고 있을 때의 내 감정이 바로 밉상이었나보다. ‘마음의 힘’을 다시 읽을 때가 온다면, 나는 다른 생각과 다른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해부학적 지식까지 동원된 이 장황한 스토리의 주된 핵심은 <마음>에서 나오는 <믿음>으로 집약 가능하다.
믿음을 가지고 마음을 움직이면 행동의 변화가 오기 마련이라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마치 중요 핵심 영어 단어를 꼭집어 암기해야 하는 분위기가 배경에 깔린 까닭에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봐야 할 듯한 책이지만, 기실 글이란 읽는 이의 느낌과 감성에 따라 다양한 반응정도를 내기 마련 아니겠는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또한 그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라인홀드 니버-p187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