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힘 - 생각의 습관을 바꾸는 마인드 파워 트레이닝
제임스 보그 지음, 정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예순 두 번째 서평

마음의 힘-제임스 보그 지음 /정향 옮김


마음과 믿음의 대화 (상처 받지 않는 것처럼 살아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살라는 말이 있다. 살면서 한 번도,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았던 경험이 있었을까. 비장하면서도 은근 야속하게 들리는 말이다. 만일 우리가 뛰어난 연기력을 지난 배우였다면 혹시라도 얼굴빛에 드러나는 속내를 감출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도 아니면 우스갯소리지만 오페라의 유령처럼 얼굴에 반쯤 가리는 가면이라도 써야 될법하지 않은가 싶다.

상처받지 말라는 말은 내부나 외부에서부터 받는 모든 상처에 연약하게 떠는 자아를 과감하게 내치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것은 어쩌면 조금은 더 강하게, 가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심약한 것일랑 거센 풍랑 앞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게 단련시키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세상과 그 속의 한 개인의 삶은, 나를 또 개인을 모질게도 휘둘리게 한다. 그런 까닭에 어느 타령조에 나오는 가사처럼 세파에 시달린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하는가? 그것 또한 의문인 동시에 화두다.


심리관련 책을 꾸준하게 손에 들고 있다.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는다. 왜? 왜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주저한다. 그렇지만 꾸물거리며 대답할 거리를 찾는 나를 발견한다. 참 이상도 하다. 말을 안 하면 또 어때서 굳이 대답 할 거리를 찾는 있는지.

처음에는 위로받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단계를 지나서면 문득 알고 싶기 때문 이라는 말을 감히 중얼거리고 싶어진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위험하면서도 애처로운 일련의 과정이다.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살아라 한들, 받은 상처가 미세한 입자와 분자로 분해되어 물처럼 흘러 내려가는 일도 만무한 일. 그저 바위에 새길 것을 물에 새기며 살얼음 같은 가슴 한복판일랑 한번 쓸어내리라는 것일 게다.


최근에 읽었던 심리관련 책과는 달리 이번 ‘마음의 힘’은 약간의 차이점을 갖는 듯 했다. 유형별로 따지자면 일종의 자기계발서의 분위기라고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흔히들 이런 식의 책에서 읽을 수 있는 흐름을 보면 전체적인 뼈마디만 있을 뿐 감칠맛 나면서 맛깔스런 뒷맛이 느껴지는 살들이 부족해 보인다는 게 통념으로 자리잡은 듯했다. 물론 좋은 책들도 많음을 간과하지는 말아야겠지만 말이다. 마음의 힘은 완벽한 자기계발서와 딴은 일종의 전문적 심리치료 서적과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느낌을 받는다.


생각 속에 자리하고 있는 사고, 사고의 주체, 사고가 행동과 이어지는 과정 사이에서 생겨나는 사건들의 해석방법까지. 깊이 들어갈수록 책은 꽤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제공한다.

2장에서 스트레스, 불안, 분노 등 구체적인 인간의 심리와 육체의 교감과 반응정도를 설명하면서 독자와의 교감의 폭을 넓혀가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전반부에서 심리와 사고, 다시 그러한 요소들을 포함한 행동에 이르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반면, 3부로 이어지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인체의 ‘뇌’ 구조를 통한 해부학적 지식의 인용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알면 좋은 것들이긴 하지만, 사실 아픔을 호소하는 이에게 딱딱하게 이론을 장황하게 설명하기에는 좀 무리수가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책은 분명하게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이가 넘어져 다리에서 피가 난다고 하자. 책은 ‘얼마나 아프니?’ 식의 마음 읽기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다쳤으니 아이는 많이 아플 것이다. 이때 아이가 갖는 심리적 불안감은 어떤 것이며, 이 불안감이 형성되는 과정과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으로 표출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면 좋을 듯하다. 아이에게 불안해하지 말아라, 아프지 않다고 생각하면 무섭지 않은 것이다, 는 식으로 생각을 바꾸는 동시에 이어지는 행동의 변화를 주는 식의 총체적인 과정을 객관적으로 기술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기록으로 남기는 이 순간, 아이러니 하게도 나는 내가 이 책을 통해 받아들이고 이해했던 것들로 내린 결론이 일정부분 오류라고 믿고 싶어진다. 책을 들고 있을 때의 내 감정이 바로 밉상이었나보다. ‘마음의 힘’을 다시 읽을 때가 온다면, 나는 다른 생각과 다른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해부학적 지식까지 동원된 이 장황한 스토리의 주된 핵심은 <마음>에서 나오는 <믿음>으로 집약 가능하다.

믿음을 가지고 마음을 움직이면 행동의 변화가 오기 마련이라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마치 중요 핵심 영어 단어를 꼭집어 암기해야 하는 분위기가 배경에 깔린 까닭에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봐야 할 듯한 책이지만, 기실 글이란 읽는 이의 느낌과 감성에 따라 다양한 반응정도를 내기 마련 아니겠는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또한 그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라인홀드 니버-p187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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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목소리
대니얼 고틀립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예순 한번째 서평

가족의 목소리-대니얼 고틀립 지음-정신아 옮김




사랑하고 사랑받고 다시 나누고.




엄밀히 말하면 나는 지금 충실히 공부하지 못한 수험생이다. 그것은 내 철칙과도 같은 일에서 살짝 비켜 벗어난 일 같기도 하다. 열심히 공부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한권의 책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은 말한다. 그 일이 네게 무엇을 주는가?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내게 어떤 물질적인 선물을 주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만 나는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몰입하는 데서 느끼는 즐거움을 만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휴가를 가기 위한 첫 번째 준비는 서둘러 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내 책읽기 속도는 하염없이 느리지 않은가 말이다. 마음속으로는 늘 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이번 책은 정독하기 좋은 책이군.




가족 심리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책 ‘가족의 목소리’는 사뭇 진중함을 잃지 않는 분위기를 이어간다. 때문에 나는 깊은 신뢰감을 갖고 끈질기게 책과의 씨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우연도 아니고 필연도 아니겠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책을 통해 위로 받고 싶다는 얄팍한 심리적 요인을 품었던 것도 인정해야할 부분이다.

아이 때문에 첫 문을 열었던 클리닉 상담은 부모 그리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내 앞에까지 나무문의 둥근 손잡이를 돌리게 했다. 나는 정신과 전문의와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를 두어 번 했었다. 그 과정에서 나누었던 주된 이야기들이 바로 책속에 고스란히 들어있음은 물론이다.

그는 말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그것이 정말이지 불만으로 가득 찬 결과로 다가올지라도 인정하라는 말에 짧은 불쾌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히려 전문가와 상담을 하는 것보다도 많은 것을 공감하며 새로 인지하고 깨달아 가는 시간을 기꺼이 맞이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한번 갈 때마다 내는 3만원의 가치보다 책 한권의 가치가 더 낫다는 생각도 역시 가족의 목소리라는 책 한권에게 갖는 믿음을 드러내는 부분일 것이다.

심리관련 책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보아왔던 책들은 일정부분 구분을 짓고 획을 그은 어떤 구역 내에서 들여다보는 심리서적들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가족의 목소리는 그 모든 것들을 한 아름에 품어내고 있다. 책은 크게 4부로 구분된다. 부모의 목소리, 배우자의 목소리, 아이의 목소리, 나 자신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글쓰기의 배경을 가족이라는 구체적인 상황에 담아놓고 있기 때문에 가족과 연계된 다양한 모습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을 거론하고 있지만, 사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회와 대중이라는 집단과 집단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갈등 역시 따지고 보면 가족이라는 틀에서 부터 그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아간다. 때문에 심리적 갈등의 동기와 풀이를 위한 여정을 가족에서부터 출발시키는 이번 ‘가족의 목소리’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은 어떤 전문성에서 묻어나는 형식적인 겉치레나, 직업적 우월성에 절어버려 찐득거리는 매너리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몇몇 정신과 의사들의 태도와는 달리 진솔하고 겸손하며 다정다감하게 다가온다. 여기서 굳이 그의 이력을 들춰낼 필요는 없겠지만 어쩌면 그 역시 상처받고 그 상처로부터 주저하면서 다시 일어난 한 개인이라는 특이한 상황이 적용됐기 때문은 아닐까. 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그는 내담자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문득문득 자신의 자아와 마주하며 그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과 함께 만난다.

그것은 어쩌면 그가 단순한 정신과 의사가 아닌 심리치료사이기 때문이기에 접할 수 있는 부분일 수도 있다.




각설하고 책의 핵심은 단 한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그것은 '나를 인정하기', ‘내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정도로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나를 찾아오는 유쾌하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을 거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깨달음이 생긴다는 생각과 많은 의미들. 어찌보면 이 책이 갖는 전체적인 의미와 분위기는 동양사상과도 관계가 있어보인다.




외과의사는 메스를 들고 상처를 열어 종괴를 제거하고 봉합하며 치료를 한다. 그러나 마음에 감기가 찾아와 잠시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는, 좋은 말을 해주면서 내담자를 안정시켜주는 일이 아니라 지금 경험하고 있는 또 겪어내야 할 앞으로의 감정과 일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내가 ‘가족의 목소리’ 라는 책을 통해 얻어낸 가치 있는 결과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본의 느낌과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고 끝까지 잘 이끌어낸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번역가 정신아 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본다.

단순한 번역의 느낌이 아닌 사려깊은 번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내게 있어 이번 책의 번역은 참 고마웠던 부분이다.

 

나는 인정한다. 언제 문득 심적인 갈등이나 우울감이라는 감정이 다시 찾아오리라는 것을 말이다. 설사 그렇다 한들 아니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도 없지만 책이 있기에 언제든지 다시금 본연의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여름 해가 지기 전에... 나도 휴가라는 걸 다녀와야 할까보다. 사랑하는 내 가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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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 위기의 순간, 나라를 살린
신동준 지음 / 북클래스(아시아경제지식센터)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예순번째 서평

臣의 한수-신동준 지음




간신(諫臣)들의 풀 스토리

 간신-임금에게 옳은 말로 간하는 신하




그들의 매력은 무엇인가. 아니 그들이 지닌 심오한 마력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참 잘났다. 똑똑하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다.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저 가열찬 카리스마 앞에서 의연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은 외적인 풍미에 한하지는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섣불리 돌아서지 못하게 하는 고혹감이 서린 이지적인 이미지 뒤에 숨겨져 있는 것은 분명 진정성이 묻어나는 인간애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겉치레가 심한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은 유명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교과서보다는 오래전 어느 라디오 연속극 중에서 주워들은 글귀였다.

“에. 그러니껭. 나라가 잘 살라믄 사람이 바로 서야 되는 것이고, 사람이 잘 되려면 집안이 바로 서야 하는 법이여... 수신제가를 잘 해야 치국 평천이라 그 말이여!”




이쯤에서 책의 가치를 뜯어볼까 한다. 수신을 위해서 또는 정치와 경제의 한 중심이 아니더라도 내 선 자리에서 나름대로의 가치를 찾아 치국을 위한 행보를 위해서 한번쯤 (아니다. 한번은 너무 조금이다 싶다. 여러번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다독도 좋겠다)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북 클래스에서 출간된 신동준 저 ‘신의 한수’는 시원시원한 글쓰기의 연속이다. 주저함이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봇물 터지듯 풀어내는 해박한 중국사의 이야기가 무엇보다도 강한 흡입력을 발휘하는 듯했다. 역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조선사 그것도 일정부분에 한정된 책읽기에 사로잡혀 있는 현실 앞에서, 내가 접한 신동준 식의 중국사 이야기는 새로운 고전여행의 한 루트를 만났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책은 제, 초, 정, 오, 월, 진, 조에 이르기까지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하는 많은 나라와 그 나라의 국권의 기틀을 잡고 흥망을 좌지우지 해왔던 지략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 나라를 대표할만한 지략가 즉 뛰어난 신(臣)의 선택과 그 인물들의 활약상을 소개함에 있어 고전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했으나, 쉽게 풀어 해석하고 다양한 예화와 함께 소개하고 있어 흔히 고전에서 갖는 선입견에 대한 고민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을 듯하다. 특히나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책의 중간 중간 저자의 역사적 관점과 더불어 현대 사회와의 시대적 특징과 잘 접목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보자면 책은 역사서의 형식을 빌려왔으나 엄밀하게 봤을 때 정통의 역사서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삼성이라는 대기업 이야기와 더불어 천민자본주의라는 어휘 선택의 표현등. 저자의 역사관과 개인적 사고의 피력이 같은 공간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러나 아무려면 어떤가. 관중과 손숙오 그리고 자산, 안영, 오자서, 범리, 상앙, 인상여까지 우리는 한권의 책 안에서 춘추전국을 호령하던 이름하여 엘리트들이 펼치는 두뇌싸움의 전장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행복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행운을 얻는 것이다.

각각의 인물마다 저자 신동준식의 명쾌하고 분석적인 평가를 접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더불어 일일이 신경써서 달아놓은 부제목의 선택 또한 개인적으로 일정부분 저자에 대한 신임을 굳혀가게 했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맹자의 ‘천인합일설’과 순자의 ‘천인각분설’ 에 대한 저자 신동준의 풀이가 기억에 남는다.

때로는 토사구팽이라 버리고 버려지며, 주군과 신하 사이에 있어 배신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그들의 인생역경 또한 결국에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갖는 연민으로 보듬어주고 싶은 측은함이 감아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 속에서 제나라 정신으로 소개되는 ‘안영’의 글과 진나라 능신으로 소개되고 있는 ‘상앙’이 대부 감룡과 논박했던 대목은 잊으면 아쉬울 듯한 글귀가 아닌가 싶다.




이제 혹시라도 혼란스러운 중국사 한 중심에 서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거침없이 옛 이야기 풀어가는 신동준의 책 한권 발밑으로 살짝 건네주어도 좋을 듯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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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여행 - 나를 찾아 떠난 영혼의 기록
폴라 다시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쉰 아홉 번째 서평.

마음 여행 -폴라 다시 지음




소유와 자유 그리고 치유(마음의 소리를 듣다)




자유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포기하지 못할 것이 없는 상태라고 대답했다

                                                    -94p




 정신의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 한다면 조금은 막막하다. 육체적 자유는 그 어떤 속박에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일상을 영위하며 느긋한 시간의 여유를 느끼는 것일 쯤으로 어느정도 정리가 가능한데 비해 정신의 자유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관념적일 수도 있고, 또는 어설픈 형이상학이론을 가져와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빠져들기도 한다.




 폴라 다시의 마음 여행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두 가지 의미는 때로는 비슷해서 많은 부분을 공통분모로 사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골목길 어느 끝자락에서 갈림길로 갈라져가는 미세한 차이를 갖는다. 두 가지를 동시에 수용하거나, 어느 한가지만을 수용하는 문제는 오로지 독자의 몫인 듯하다.

 책은 저자 폴라 다시의 개인사적 스토리에 초점을 두고 시작되고 있다. 책을 소개하는 소개문 역시 작가 그녀만의 힘들고 고된 인생여정과 극복에 핵심을 두고 있어 보인다.

 자동차 사고로 남편과 어린 딸을 잃고 뱃속에 잉태된 생명과 홀로 남겨진 여인의 이야기가 바로 폴라 다시 자신의 이야기이다. 책 속에서는 저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역경을 허물고 다시 일어서는가에 대해 비교적 섬세하게 기술되어 있는데, 다른 일반적인 생활보다는 어떤 정신적 에너지와 종교에의 의지와 의탁과 관련된 내용을 주로 싣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이번 책은 개인적으로는 저자 폴라 다시의 일상과 상념을 기록한 일기와 같은 성격인 동시에 종교적으로 접근 했을 때는 신앙간증 내지는 신앙고백과 같은 성격을 지닌 두가지 색채와 의미를 갖는 글인 셈이다.




 책은 읽는 이의 경험에 의해 다양한 느낌과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그것은 읽는 이의 문화적 사회적 배경 역시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말로도 바꾸어 말 할 수 있는 대목이지 싶다. 앞에서도 언급된 바 있지만, 이번 ‘마음 여행’ 이란 책은 읽는 이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접근해가는 가에 따라 비슷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만들어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지배적이다. 쉽게 말해서 마음여행의 전반적인 내용은 한 개인이 자신의 역경을 극복하고 평안과 안정을 되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심리적 변화를 드러내는 책이다. 그러나 이 단아한 한권의 책 속에서 우리는 그녀가 갖는 종교적 심취도와 그 안에서의 선택적 의지에 따른 결과물들을 접할 수 있다.

 그녀만이 갖는 고유한 종교적 색채를 두고 딴지를 걸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인가 하는 것은 지금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문제이다. 어차피 이번 책은 사회와 인간 이라는 인간 사회학 관점에서 운운할 것이 아니라, 다만 개인의 삶에 변화라는 화두 앞에서 그 내면에서 끊임없이 자극하고 위로하고 고군분투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글이기 때문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어쩌면 피상적인 종교관에 너무 의존하는 듯한 이미지를 줄 수 있기에, 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깊이 몰입하기에는 보다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지 않나 싶은 생각은 개인적인 사견일 뿐이다.




 그러나 어떤 종교적 색채를 떠나서 그녀 안에 들어가 동일시를 느낄 수만 있다면 폴라 다시의 책은 상당한 공감대를 가져올만한 가치가 분명 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이런 저런 방법으로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이겨내고 벗어던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성공했다고 믿고 만족한다, 라고 한다면 누구든 한번쯤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만 한 일이다.




 마음에서부터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책에서는 사실 그 소리가 신적인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마음의 울림을 느끼고 귀담아 들으라는 이야기는 신의 목소리와 내 자아의 의지가 함께 움직인 결과물이라 믿고 싶어진다.

 그녀가 사막에 홀로 떨어져 텐트를 치고 의도된 고독 속에서 침잠하는 법을 익히며 느끼며 깨닫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신의 섭리를 접한 것도 사실이겠지만, 기실 현실에서의 결정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긴 것은 그녀의 의지였기 때문이다.




 마음의 상처로부터 우리는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어떤 방법으로 마음의 상처와 작별을 하고 뒤돌아서야 그 상처가 끈질기게 들러붙으려고 펴놓은 지긋지긋한 거미줄로부터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을까.

 책은 답한다.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귀로 듣고 이해하기를 노력하라고.

 그 곁에 누구든 심상에 담아놓았을 법한 그 어떤 존귀한 신의 존재의 자리를 남겨두라는 것으로 정리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어찌 비단 단 하나의 종교관으로 집약 할 수 있는 문제인가 말이다.




내가 믿는 그 존재가 바로 진정한 나의 신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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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이야기 - 천체물리학자 위베르
위베르 리브스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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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여덟 번째 서평.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이야기-위베르 리브 지음. 강미란 옮김

 

별을 품은 우주를 머리에 올리고...




 위베르 리브. 덥수룩한 하얀 수염이 인상적이다. 선한 눈매에 적당히 펑퍼짐하게 퍼진 광대뼈 위로 발그레 상기된 뺨이 꼭 크리스마스 전야 때 모습을 보이는 산타클로스와 비슷하게 닮았다.

이를테면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나눠주려고 굴뚝을 내려가다 삐끗한 허리를 쉬어갈 겸 잠시 지붕위에 앉아 별을 보며 이야기를 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못했다. 그가 프랑스 사람이라는 사실과, 천체물리학자라는 사실 역시 그랬다. 더욱이 이번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가 갖고 있는 수많은 지지도에 대해서도 낯설게만 느껴졌을 뿐이었다. 다만 내가 그를 만나고 싶었던 까닭은 우주에 대해서,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욕심을 내자면 우주와 별 이야기에다가 무언가 철학적 메시지까지 덤으로 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선입견 따위는 잊어버리자. 책은 욕심도 많다. 알버트 아이슈타인상, 프랑스 물리학회상.. 그리고도 몇 개의 상을 더 거머쥐었다는 광고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책을 평가함에 있어 그 모든 것은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싶어진다.




세간에 떠들썩한 인기에 비해 책은 그다지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고 다만 방종하지 않은 수수함을 지녔다는 생각을 갖는다. 책은 할아버지가 어린 손녀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형식을 갖추면서, 우주와 별에 대한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교적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나긋나긋한 어조로 서두르지 않으면서 차근차근 풀어간다.




그러나 내용만큼은 사뭇 진지하다. 쿼크의 조합, 양자와 중성자, 원자와 분자 그리고 세포까지 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모든 별과 별들의 고향인 우주를 포함한 세상의 물질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영향력을 나눠준다는 점이지 않을까.

분자우주의 법칙과 우주의 역사에서 ‘빅뱅이론’을 설명하며 ‘블랙홀’과 ‘암흑물질’, ‘암흑 에너지’와 더불어 ‘빅칠이론’과 ‘빅크런치’까지 거론되고 있는 책은, 기실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만 부드럽게 바꾸어놓았을 뿐 손가락 길이정도의 두께로 대표되는 전문서적과 맞먹는 내용을 싣고 있다. 이를테면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해 표현과 분위기를 살짝 유하게 바꿔놓을 듯한 인상이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 위베르 리브는 ‘열다섯 살 정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는 글을 남겼다. 책을 읽다보면 손녀로 등장하는 아이의 사고가 때로는 성인의 그것보다도 비교적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며 이해도가 높게 그려지고 있기에 어쩌면 아이들의 사유의 수준이 이 정도일까, 라는 착각을 불러들이곤 한다. 손녀의 목소리를 통해 떠오르는 많은 호기심이 담긴 질문들은 사실 성인의 시각과 생각에서 만들어졌다는 냄새가 진하게 풍기면서 더 아이다운 질문과 생각의 표현이 아쉬웠던 부분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담이긴 하지만 손녀는 잘도 이해하는 부분을 나는 괜스레 어렵게 느껴져 다시 앞 페이지를 들춰야 했던 일을 어찌 숨기랴.


빅뱅이론이 뭐란 말인가. 빅뱅, 빅뱅... 모 연예인 이름이 먼저 떠오르기만 하는데 알고 봤더니 ‘빅뱅이론’ 이 이렇게도 심오한 의미를 품고 있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항상 단언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열린 자세. 과학의 미래는 단언과 확신이 아닌 가설과 추측이 주를 이뤄야 한다는 저자 위베르 리브는 시종일관 똑똑한 할아버지의 이미지에 겸손함을 잃지 않는 자세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의 겸손한 자세에 문득 칼 포퍼가 이야기했던 ‘존 에클스’의 이론과 함께 ‘우리는 항상 반증을 통해 전혀 새로운 사실들을 배운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광활한 대지를 보면 인간은 한없이 작아진다는 생각을 하는가보다. 눈을 하늘로 돌려 무한한 밤하늘로 옮겨보면 어떨까. 우주선과 로켓 그리고 크고 작은 인공위성이 밤하늘 위에서 길을 내고 이는 지금에도 여전히 우주는 수많은 호기심과 수수께끼의 보고로 남는 듯하다.




지구별이 갖는 미래에 대해 지구환경에 대한 발언을 담고 있는 마지막장은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는 하지만 온전한 별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바람 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저자 위베르 리브.. 그는 조용한 듯하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하는 대가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장마로 별 보기가 어려울 듯해 못내 아쉽다. 우리 은하의 우리 별.. 지구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내 존재가치가 살짝 우월해 보이는 생각은 책이 주는 색다른 불똥이지 싶다.


“이제 나는 내가 애지중지해온 가설이 반증되는 것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반증 역시 과학적 성공이기 때문이다.  - 에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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