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이야기 - 천체물리학자 위베르
위베르 리브스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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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여덟 번째 서평.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이야기-위베르 리브 지음. 강미란 옮김

 

별을 품은 우주를 머리에 올리고...




 위베르 리브. 덥수룩한 하얀 수염이 인상적이다. 선한 눈매에 적당히 펑퍼짐하게 퍼진 광대뼈 위로 발그레 상기된 뺨이 꼭 크리스마스 전야 때 모습을 보이는 산타클로스와 비슷하게 닮았다.

이를테면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나눠주려고 굴뚝을 내려가다 삐끗한 허리를 쉬어갈 겸 잠시 지붕위에 앉아 별을 보며 이야기를 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고 있지 못했다. 그가 프랑스 사람이라는 사실과, 천체물리학자라는 사실 역시 그랬다. 더욱이 이번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가 갖고 있는 수많은 지지도에 대해서도 낯설게만 느껴졌을 뿐이었다. 다만 내가 그를 만나고 싶었던 까닭은 우주에 대해서,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욕심을 내자면 우주와 별 이야기에다가 무언가 철학적 메시지까지 덤으로 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선입견 따위는 잊어버리자. 책은 욕심도 많다. 알버트 아이슈타인상, 프랑스 물리학회상.. 그리고도 몇 개의 상을 더 거머쥐었다는 광고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책을 평가함에 있어 그 모든 것은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싶어진다.




세간에 떠들썩한 인기에 비해 책은 그다지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고 다만 방종하지 않은 수수함을 지녔다는 생각을 갖는다. 책은 할아버지가 어린 손녀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형식을 갖추면서, 우주와 별에 대한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교적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나긋나긋한 어조로 서두르지 않으면서 차근차근 풀어간다.




그러나 내용만큼은 사뭇 진지하다. 쿼크의 조합, 양자와 중성자, 원자와 분자 그리고 세포까지 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모든 별과 별들의 고향인 우주를 포함한 세상의 물질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영향력을 나눠준다는 점이지 않을까.

분자우주의 법칙과 우주의 역사에서 ‘빅뱅이론’을 설명하며 ‘블랙홀’과 ‘암흑물질’, ‘암흑 에너지’와 더불어 ‘빅칠이론’과 ‘빅크런치’까지 거론되고 있는 책은, 기실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만 부드럽게 바꾸어놓았을 뿐 손가락 길이정도의 두께로 대표되는 전문서적과 맞먹는 내용을 싣고 있다. 이를테면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해 표현과 분위기를 살짝 유하게 바꿔놓을 듯한 인상이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 위베르 리브는 ‘열다섯 살 정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는 글을 남겼다. 책을 읽다보면 손녀로 등장하는 아이의 사고가 때로는 성인의 그것보다도 비교적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며 이해도가 높게 그려지고 있기에 어쩌면 아이들의 사유의 수준이 이 정도일까, 라는 착각을 불러들이곤 한다. 손녀의 목소리를 통해 떠오르는 많은 호기심이 담긴 질문들은 사실 성인의 시각과 생각에서 만들어졌다는 냄새가 진하게 풍기면서 더 아이다운 질문과 생각의 표현이 아쉬웠던 부분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담이긴 하지만 손녀는 잘도 이해하는 부분을 나는 괜스레 어렵게 느껴져 다시 앞 페이지를 들춰야 했던 일을 어찌 숨기랴.


빅뱅이론이 뭐란 말인가. 빅뱅, 빅뱅... 모 연예인 이름이 먼저 떠오르기만 하는데 알고 봤더니 ‘빅뱅이론’ 이 이렇게도 심오한 의미를 품고 있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항상 단언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열린 자세. 과학의 미래는 단언과 확신이 아닌 가설과 추측이 주를 이뤄야 한다는 저자 위베르 리브는 시종일관 똑똑한 할아버지의 이미지에 겸손함을 잃지 않는 자세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의 겸손한 자세에 문득 칼 포퍼가 이야기했던 ‘존 에클스’의 이론과 함께 ‘우리는 항상 반증을 통해 전혀 새로운 사실들을 배운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광활한 대지를 보면 인간은 한없이 작아진다는 생각을 하는가보다. 눈을 하늘로 돌려 무한한 밤하늘로 옮겨보면 어떨까. 우주선과 로켓 그리고 크고 작은 인공위성이 밤하늘 위에서 길을 내고 이는 지금에도 여전히 우주는 수많은 호기심과 수수께끼의 보고로 남는 듯하다.




지구별이 갖는 미래에 대해 지구환경에 대한 발언을 담고 있는 마지막장은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는 하지만 온전한 별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바람 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저자 위베르 리브.. 그는 조용한 듯하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하는 대가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장마로 별 보기가 어려울 듯해 못내 아쉽다. 우리 은하의 우리 별.. 지구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내 존재가치가 살짝 우월해 보이는 생각은 책이 주는 색다른 불똥이지 싶다.


“이제 나는 내가 애지중지해온 가설이 반증되는 것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반증 역시 과학적 성공이기 때문이다.  - 에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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