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서적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예순 일곱 번째 서평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박수용


진정한 달인에게, 박수를....




글에 있어 많은 수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사치스런 수식어가 꼭 필요로 하는 책도 있는가 보다. 책 뒷 표지에 실린 표현 “놀랍다!, 재미있다!, 압도적이다!”는 정말이지 시각과 촉각을 곤두서게 하는 자극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좋은 수식의 지루한 나열은 어딘지 모르게 가벼움을 가져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을 위한 수식은 한가지만으로도 족하지 않을까. 책을 대변할 수 있는 단 한가지의 수식을 나는 ‘괜찮은 책!’이라고 정하려한다.

괜찮은 책.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은 정말 괜찮은 책이었다. 영상으로 보는 다큐를 직접 활자화된 책으로 접한다는 것 역시 선선한 경험이겠지만, 그 내용에 있어 비단 영상으로 순간  스쳐지나갈 가치 있는 것들이 지면을 빌려오면서 기억의 자리에 오래도록 남을 수 있다는 데 그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책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한 사람 ‘박수용’에 의해 기록된 관찰일지의 모음이다. 그는 분명 진정한 다큐멘터리스트다. 중국과 러시아의 인접지역인 연해주(우수리 지역)에 살고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의 삶을’ 카메라 필름에 담기를 20년. 길고 긴 시간과의 싸움이었고, 보이지 않는 호랑이와의 관계에서 팽팽한 기다림의 싸움이었고, 그 자신과의 치열한 내적 싸움의 기록을 남기며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인간으로서의 지니는 진정성과 깊이감으로 무장해제를 한 듯 보인다.

물론 전체적은 내용은 우수리에 사는 시베리아 호랑이(이하, 우수리 호랑이라고 명함)가족에 대한 이야기의 기록이다. 그러나 책 속에서는 호랑이와 더불어 공존하는 인간의 이야기도 함께 싣고 있음에 주목해야 할 듯하다.

책은 우수리 족과 그 이웃의 원시부족들의 삶과 애환을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호랑이를 단순한 짐승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연의 정령으로 신격화해 존경하고 보호하며 살아가는 이들 부족의 물들지 않은 청정함. 그러나 그들의 자연친화적인 삶속에서, 러시아의 사회적 개혁개방을 선두로 자연이 파괴되고, 정령이 사람들의 인식에서 사라지는 변화를 거치며 그들이 믿어왔고 신념으로 지켜왔던 것들이 무너져 내리는 현실적 고통을, 저자는 비교적 차분하게 서술한다




또 한가지 책이 지니는 가치는 저자 박수용 자신의 이야기일 것이다. 10월부터 이듬해 4-5월까지 땅을 파고 인의적인 반지하 은신처(비트)에서의 외롭고 지루한 싸움을 견뎌내는 그의 모습이 애잔함을 불러들인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질문 사이에서도 그는 견고하게 자신을 지켜내려 노력한다. 호랑이를 관찰하는 다큐멘터리스트라는 명찰위에, 사색가라는 명찰을 하나 더 얹고, 다시 그 위에 철학자, 라는 명칭을 얹어 수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만큼 그의 상념은 진중하며 심오하다.




[비트 안에서 나를 얼어붙게 만드는 것은 맹수나 절대온도 같은 물리적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홀로 있다는 고독감이었다. ....... 이 고독이 누구를 위한 고독이며 무엇을 위한 고독인지, 비트를 뛰쳐나가 세상으로 나가면 그 세상의 고독은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나는 생각하고 달래며 나 자신을 추슬렀다] p240-1




[비트는 호랑이를 보기 위한 곳이지만 자신을 보는 곳이기도 하다...]p241




책의 전반부의 주된 내용은 우수리 안에서 여왕처럼 굴림하며 생존해가는 암컷 호랑이 블러디 메리에 대한 관찰일지다. 블러디 메리를 통해 우수리호랑이의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습성과 사냥법, 모성애 등 다양한 모습을 전달하며 후반부에는 블러디의 3마리 세끼들의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방식이 보여진다.

블러디의 세끼인 설백, 월백, 천지백이라는 이름 역시 저자가 지어준 이름이다. 각각의 객체마다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생존의 법칙은 냉정하면서도 안타까움의 연속이다. 인간과 결코 다르지 않는 모성애와 측은함을 표현 할 줄 아는 이들 우수리의 정령 시베리아 호랑이들의 이야기는, 유려하기까지 한 저자의 섬세한 문체 안에서 때로는 감성적으로,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으로 살아 꿈틀댄다. 계절의 순환에 따라 이어지는 자연의 섭리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그저 미천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낯설고 서툰 자괴감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이 길고 긴 생존의 기록을 위해 악조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했던 이도 역시 사람이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겸손함 안에 비루한 나만의 안도감을 갖는다. 중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자연이 품고 있는 야생의 모든 환경)의 조화가 아닐까.

누구나 섣불리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한다고 손들었다가도 슬며시 손 내리고 도망가기 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손과 발을 녹여가며, 오로지 믿음과 강한 의지로 장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한 사람, 박. 수. 용.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진정한 달인에게 보내는 박수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주의 남자 1 -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용연 지음, 김정민 기획, 조정주.김욱 원작 / 페이퍼스토리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예순 여섯 번째 서평

공주의 남자1




각색과 재창조의 힘




화사하다. 텔레비전이라는 대중매체로 한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의 원작이 주는, 기분 좋은 선입관이 막 자리 잡는 순간이다. 배우들의 사진이 포토샵으로 잘 정돈된 채 빛을 발하는 띠지조차 어딘지 모르게 거추장스럽거나 밉지가 않은 것을 보니 나도 어지간히 드라마의 매력에 빠진 듯하다.

기획, 원작, 소설 쓴 이가 다 다르다. 기획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알겠는데 원작자와 소설 쓴 이가 달리 나오는 게 조금은 의아하다.




각설하고 책 공주의 남자는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그것과 시종일관 동일한 호흡을 유지해나간다. 퓨전사극이라 그런가, 무겁지 않으면서도 재미가 있다.

예전 역사를 다룬 사극의 모태가 되는 소설을 보면, 그 표현이나 기법에서 고전적 표현과 익숙하지 않은 대화법으로 인해 쉽게 읽어가기 난해했던 것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그와는 달리 근래에 나오는 일명 ‘퓨전사극’과 연계한 소설작품들은 말 그대로 참 쉽게 읽혀진다.

말 그대로 퓨전이라 해서 이것저것 다 끌어다 깊이감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볶음밥처럼 섞어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자, 최근에 고리타분한 내 사고방식 하나를 멀리 던져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현대적 언어표현과 동시대인들이 갖는 감정의 표현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현실에 맞게 꾸며놓고 있다는 데,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그 가치를 인정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어찌됐든 간에 쉽게 그리고 빨리 읽혀지는 소설을 만나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소설 공주의 남자1,은 시대적 배경으로 치자면 계유정난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수양대군과 단종의 이야기로 큰 축을 이룬다. 책에 등장하는 젊은 주인공 김승유(김종서의 막내아들), 이세령(수양대군의 첫째 딸), 신면(신숙주의 아들), 정종(경혜공주의 남편), 경혜공주(문종의 딸, 단종의 누이)는 물론 모두 실존 인물이다. 그러나 각각의 생몰 연대와 현존했던 시대가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기획 및 연출을 맡은 김정민 님의 이야기를 빌리면, 조선후기의 민담집(금계필담)에는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의 손자가 서로 사랑했다는 이야기가 실린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계유정난이 있을 당시 김종서의 아들은 세 살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조금은 안 된 말이지만, 그 어떤 뛰어난 업적이나 일화도 소개되지 않는 신숙주의 아들 신면이, 후대에 와 역사적 한 시점에서 큰 역할을 하는 인물로 재창조 되고 있다는 것 역시 각색의 힘이요, 재창조의 힘이 아닐까. 그런저런 이야기를 빌려와 말 그대로 살을 붙이고, 생기를 불어넣어 소설을 휘어잡고 이끌어가는 젊은 주인공들이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책 말미에 실린 KBS 프로듀서이자 문화산업전문회사 대표이사(수식어가 참 길기도 하다)인 최지영 님의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작품은 대부분 각색의 힘을 빌려왔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말을 옮겨보자.




-<공주의 남자>로 인해 우리 역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보다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허구의 사실을 극적으로 꾸민 드라마이지만, 그 본원은 실재하였던 우리의 역사 속에 있습니다. 따라서 드라마와 책이 다루는 역사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셨다면, 실제 흘러왔던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의 내용이 어떻게 또 얼마나 다른지를 비교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331p 발췌




각색에서 시작된 호응이라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와 관심사까지 그 흐름을 이어가라는 말이 된다. 시작이야 한 퓨전사극에서 출발한 드라마일수 있겠지만, 그것이 시발점으로 작용해 역사적 측면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욕심이야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의 드라마가 주는 파장은 제법 큰 듯하다. 이로 인해 새롭게 조명 받게 되는 역사적 사실 또한 드라마와 대중매체의 숨겨진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선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오는 작품이다. 섹스피어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시대적 흐름과 역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가문과 가문의 스토리에 비할 바는 아닌 듯싶다.

책은 수양대군이 김종서를 처단하고 막 계유정난의 시초에 불을 지피는 시점에서 1부가 끝이 난다.

책을 읽는 동안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드라마의 연계선상까지 이어지는 연출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대부분 원작의 분위기에 따라 대사를 새로 짜고, 수정하는 식으로 대본이 나오지 않을까 했었는데, 의외로 책에 실린 대사들이 그대로 드라마에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로웠던 것 같다. 속도감 있는 빠른 전개로 장면의 전환조차 시원시원한 글쓰기라는 생각을 한다. 지루하지 않게 읽었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혼했으면 무조건 행복하라 - Just married를 위한 결혼 생활 가이드북
릴로 & 제라드, 수잔 셀리거 지음, 강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예순 다섯 번째 서평

결혼했으면 무조건 행복하라. 릴로&제라드 리즈 공저




결혼에 대하여

 -가볍고 명쾌한 지침의 모음




 행복하고 좋은 결혼생활에 대한 유쾌한 답변이 과연 있을까. 독신주의자가 아닌 이상 누구나 결혼에 대한 분홍빛 환상을 가지고, 사랑하는 인연을 만나면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한 가정을 만들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혼이란 또는 결혼생활이란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은 아닌 듯싶다. 결혼준비 과정은 때에 따라 감정이 폭발하는 시기이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시기라는 생각을 한다. 고비를 넘어 결혼에 이른다고 해서 반드시 앞길이 창창하게 밝아야 한다는 이론도 맞지 않는 게 현실이 아닌가.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보다 한편으로는 조용하면서(?), 바람직한 결혼생활을 위한 이상적인 지침을 얻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늘 티격태격하고 싸우는 우리 부부에게 분명 가치 있는 조언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하는 의욕과 일종의 호기심 때문이었던가 싶다.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여느 부부에게 결혼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다는 소개로 첫문을 여는 책 ‘결혼했으면 무조건 행복하라’는, 사실 이미 결혼을 한 기혼자들 보다는(기혼자들에게만큼은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어쩌면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라는 웃지못할 우려감도 노파심에서 떠올리게 된다) 결혼을 생각하며 준비하는 이들에게 보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책은 ‘결혼에 관한 자기계발서’ 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자기계발을 위한 책 중에 결혼을 소재로 한 책이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이상형의 배우자 찾기. 결혼 전에 점검해야 할 필수사항, 즐거운 인생 함께 만들어가기’ 등 세 파트별로 구분하고 있으며, 각 파트별로 세부적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기 자신을 준비하기, 핵심 사항 여섯 가지에 합의하라; 종교, 돈, 섹스, 자녀, 여가활동 용인 가능한 행동’ 등을 논함에 있어 그 아래 더 자잘한 부분까지 부연설명을 하고 있는 형식이다.

 

 작은 부분까지 설명하고 있기에 이로 인해 책에 대한 인상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곤 했던 것도 사실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준비해야 할 모든 것들이 총망라되었음에 이는 긍정적 요소일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책에서 설명하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경험하고 생각하며 정리한 이론일 뿐이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고개를 내밀곤 했던 까닭은 왜일까. 이 말끔하게 정리된 이론들이 과연 수천의 수만의 생각과 인식으로 창조되어 살아가고 있는 개개인에게 적용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나만의 신념일까.

 

 서로에게 예의를 갖추어 상대를 위해 사랑을 지킬 것을 이야기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두 사람이 함께 공유해가며, 행복한 결혼 생활(이 표현조차 너무 자주 등장하는 바람에 왜 그런지 살짝 삐딱선을 타는 동기가 된듯하다)을 발전시켜가기 위한 많은 요소들을 풀어가고 있다. 때문에 책은 적어도 결혼에 대해서만은 긍정적 마인드로 무장한 백과사전 쯤 되는 분위기를 지닌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책의 장단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인생 선배들의 다양한 실 경험들이 실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은 처음의 목적에 의해 약간은 획일적으로 잘 만들어진 그물망과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 사랑에 눈꺼풀이 떨리는 전율을 온몸으로 부비며 느끼는 시기의 청춘들에게는 달콤한 사탕처럼, 중요부위의 키포인트 정리처럼 책은 꽤 요긴하게 쓰일 듯싶다. 그리고 결혼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끊임없이 서로에게, 또는 자아에게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결전을 벌이고 살아가는 기혼자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것들을 새삼 다시 확인하게 하는 순간을 선사해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화해와 용서보다는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다시 남편과의 보이지 않는 투쟁을 벌일 것을 계획하고 있는 듯하다.

  “이봐요. 책에도 이렇게 적혀 있잖아요.!”

  “뭐라고?.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당신은 왜 그런 책을 보는 거지?”




 현실은 늘 이상과의 거리감을 둔다. 책을 통해 인생을 배울 수도 있겠지만, 사실 결혼생활이란 실질적인 경험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부딪치며 깨지고, 다시 용서하고,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비록 피 터지는 감정의 충돌이 생긴다 하더라도 살다보면, 살아가다보면, 책의 꼼꼼한 지침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결혼생활에 대한 정직한 조언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 -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잔혹사
이재갑 글.사진 / 살림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예순 네번째 서평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이재갑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진실의 힘, 상처를 매만지다




 제목에서부터 무게감이 느껴졌던 것 같다. 한국사 100년이라는 수식어 자체만으로도 시간의 흐름위로 어떤 존재의 위력감이 밀려들 듯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지나간 과거 속으로 서둘러 엔진에 시동을 걸어야 할 것만 같다. 현재가 아닌 과거의 시간이 간직해온 기억이라는 틀. 한편으로는 잊혀져버린, 무너지고, 사라지고, 없어져버린 많은 기억이라는 고정된 틀 속에 잔존하는 상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는 사진작가 이재갑의 지나긴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전역으로 다리품을 팔아가면서 일제 강정기와 태평양전쟁 시기의 아픈 과거와 함께, 때로는 감추고 싶은 현재의 상흔을 잔잔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인정받으려 함과 인정하기 싫은 것들로부터의 충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강제징용으로 일본국에 끌려간 조선인들의 희생을 큰 모티브로 한다. 일본 전지역을 일부 지역별로 나누어 당시 조선인들의 실상을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데 역사적 가치와 그 의미를 높이 사고 싶다는 개인적 소견도 덧붙이고자 한다.

 

 이제 책속으로 들어가보자.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부터 후쿠오카, 2부 나가사키, 3부 오사카, 4부 히로시마, 5부 오키나와 로 이어지는 긴 여정이다. 지역별로 일본인 내지는 재일 한국인(재일동포)의 안내를 받아 진행되는 과정에 만난 역사적 사실을 사진과 함께 저술하고 있으며, 중간중간 작가의 개인적 심상이 곁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책의 기획의도가 역사적 관점에서 한하여 객관적 정보와 지식만을 수집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공감하고 느끼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데 초점이 맞춰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은 탄광에서, 외딴 섬에서, 군수공장에서, 지하 동굴에서까지 강제징집에 의한 조선인의 노동력은 일본 전역으로 흩어져 혹독하리만큼 잔혹하게 착취당했음을 그 어떤 과장이나 꾸밈없이 사실에 입각해서 기록한다.

 인간이하의 처우와 생매장까지 자행했던 일본국이 지금까지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지켜온 많은 상처의 자리마다, 화인처럼 깊은 상처가 남아있다는 걸 이재갑의 책을 통해 새삼 알게 된 듯하다. 언젠가 야심한 밤에 “welcome to japen!” 이라는 홍보 영상을 본적이 있다. 기모노를 입고 얼굴에 분칠을 한 게이샤의 모습과 해가 지고 있는 오사카의 유명한 성이 생각난다. 그러나 그곳마저도 조선인의 분노와 치욕과 한이 서려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오래전 이곳에서 강제 노역으로 죽어갔던 조선인의 흑백영상이 기묘하게 오버랩 되는 것을 느낀다.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운을 떼자면 말도, 생각도 많고, 감정의 수위도 불규칙하여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자연스런 이치인지라, 굳이 감정에 휘둘릴 생각은 없다.

다만, 책을 통해 몇가지 생각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객관적 시각에서 보는 이재갑의 책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는 역사가 품고 있는 진실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전쟁이 끝나고 일본이 패전국이 된지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누구나 시간이 갖는 묘약의 힘에 익숙해버린지 오래다.

 한국은 잊고 살아가고, 일본은 숨기고 살아가기 바빴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재갑 역시 글 속에서 여러 번 같은 표현을 썼던 것처럼 ‘일본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인식에 갇혀 있는 듯하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념비를 세운다는 그들의 이야기는 이상할정도로 모순적이며 다분히 이중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책속에 등장하는 선한 일본인, 그들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다. (우리가 봐서는 그들은 신 일본인이며, 양심적인 일본인이다.) 몇몇 소수의 양심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다수의 반대파에 의해 자주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는 듯하다. 안쓰러운 일이지만 이것이 일본의 현 주소가 아닐까. 너무 비관적인가. 책속에 소개되는 소수의 양심 있는 이들의 가치 있는 실천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긍정적이면서도,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왔던 암울한 양국의 현실을 대변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태평양전쟁에 있어 패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원자폭탄의 피해자라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그들의 인식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흔한말로 하자면 저희 잘못은 모르고 아픈 곳만 내보이며 엄살을 떠는 식이 아닌가 말이다.

더욱이 역사란,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을 보자면 한국전쟁 때의 일본의 행보일 것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되는 것도 역사의 흐름일까.

 

 책은 역사적 사실을 상세하게 논함에 있어 명료함과 더불어 감성이 잘 어우러져 있다. 물론 저자가 느끼는 감정이란 대부분 진실을 알고 찾아간 한 지점에서 느끼는 불편한 감정이 대부분이었지만,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저자가 느끼는 감정이 그대로 잘 전달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 책 한권으로 든든하게 정리된 역사이야기다. 물론 저자의 마지막 말처럼 감정의 골을 양극단으로 매어놓을 것이 아니라 좋은 쪽으로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 당연한 이치임에는 분명한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일본의 무성의를 논하기보다, 우리 자신의 무관심과 인식의 안일함에 대해 질문을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2 : 사랑 편 -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하지만 늘 외롭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2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예순 세 번째 서평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2. 사랑편

 

의연함과 유연함을 배우다

 

  오래전 어느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만일 너희가 사랑을 시작했다면, 이번 과제는 하지 않아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 고. 이 무슨 생뚱맞은 말인가.

  강의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분필을 잡고 칠판에 글씨를 휘갈겨 쓰는 교수가 지금도 있다면 어쩌면 뉴스에 나올만한 일이지 싶다. 때로는 앞뒤 꽉 막힌 답답한 인상을 주면서도, 글쓰기에 있어 언제나 새로운 발상과 도전을 중요시했던 그는 강의실에서도 남들보다 조금은 더 다른 모습을 자주 보이곤 했었다. 깐깐했던 그가 사랑을 할 때는 과감하게 책임을 묻지 않겠노라고 했던 까닭을 이해하게 된 건 졸업을 하고도 많은 시간이 흐른 시점이었을 법하다.

내게도 사랑이란 감정이 다가왔던가.

 

  사랑처럼 흔한 것이 없으면서, 사랑처럼 고귀하고 간절한 것도 두 번 다시 존재하지 않을 듯하다. 그런 까닭에 사랑이란 참 오묘하면서도 애매모호 한 감정이라는 혼자만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이제 책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지구상에서 그나마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가장 순결한 인간본성의 한가지인 이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잠시나마 조용하게 건네주었다고 할 수 있을까. 수많은 이들이 찬미를 보내고 믿음으로 지켜온 사랑의 의미를 다시 수줍게 느껴볼만한 책은, 시인인 동시에 사진작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신현림의 책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이란 제목으로 다가왔다. 책에 대한 의미를 걸고 들어가자면 기존의 익숙했거나, 혹은 낯설고 익숙하지 않았던 시들을 ‘사랑’이란 테마로 한데 모아 편집했다고 보면 좋겠다.



   다만 이 ‘사랑’이라는 테마의 범주가, 흔히들 염두에 두고 있는 그 한정성에서 그치지 않고 보다 넓은 의미의 사랑으로 뻗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책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확장시킬 필요성을 느낀다. 예를 들면 남녀간의 사랑만을 다루지 않고,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즉 ‘자기애’를 다룬 점과 가족애 또는 보편적 인간애를 다룬다거나, 더 나아가 인생과 삶의 진정한 가치와 사랑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까지 폭 넑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까닭에 서로 다른 이성이 만들어내는 애정이 담긴 사랑만을 상기했다면 약간의 수정과 더불어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감성의 보따리를 덤으로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한 때 내가 보았고 만났던 시인의 시가 실렸다. 겨울이 시작되는 시간인지라 먼지처럼 싸라기눈이 내리던 날, 눈을 맞는 일이 행복하다며 말문을 열었던 그의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시가 구태의연한 내게 찬물을 끼얹는다.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많은 작품 중에 왜 하필이면 ‘강’이란 시를 골랐을까. 인생에 있어 사랑이란 푸른빛을 내는 보석처럼 이쁘고 단아하지만, 그 사랑을 지켜내고 간직하고 성숙시켜 가는 시간이란 결코 부드럽지만은 않아 보인다. 어차피 사랑이란 인간이 한 평생 살아가는데 주고받는 감정의 한 골인 것을. 순결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내적인 갈등과 성숙의 길을 미리 견뎌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내가 이 시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로서 타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각설하고 어찌보면 냉혹하게도 들릴 것 같은 황인숙의 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신현림의 작품 선별에 있어 또 다른 진정성의 한 표를 건네주고 싶어진다.

  늘 익숙했으나, 직접 입술을 움직여 내 뱉기에는 어딘지 좀 어색했을 이야기. “내가 당신을 사랑하오!” 그 말 한마디에 참으로 잘 어울릴 듯한 시는 시인 유치환의 찬란하면서도 여유롭고 순박한 시 ‘행복’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행복.

유치환

 

(앞문 생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시는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읽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가슴으로 마음으로 읽어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는데 생각을 이어간다. 버릴 것은 버리고, 한끝으로 밀것은 밀어두고 마음의 준비를 해 둘 것. 그것이 시를 읽는 예의가 아니던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