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남자 1 -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용연 지음, 김정민 기획, 조정주.김욱 원작 / 페이퍼스토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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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예순 여섯 번째 서평

공주의 남자1




각색과 재창조의 힘




화사하다. 텔레비전이라는 대중매체로 한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의 원작이 주는, 기분 좋은 선입관이 막 자리 잡는 순간이다. 배우들의 사진이 포토샵으로 잘 정돈된 채 빛을 발하는 띠지조차 어딘지 모르게 거추장스럽거나 밉지가 않은 것을 보니 나도 어지간히 드라마의 매력에 빠진 듯하다.

기획, 원작, 소설 쓴 이가 다 다르다. 기획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알겠는데 원작자와 소설 쓴 이가 달리 나오는 게 조금은 의아하다.




각설하고 책 공주의 남자는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그것과 시종일관 동일한 호흡을 유지해나간다. 퓨전사극이라 그런가, 무겁지 않으면서도 재미가 있다.

예전 역사를 다룬 사극의 모태가 되는 소설을 보면, 그 표현이나 기법에서 고전적 표현과 익숙하지 않은 대화법으로 인해 쉽게 읽어가기 난해했던 것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그와는 달리 근래에 나오는 일명 ‘퓨전사극’과 연계한 소설작품들은 말 그대로 참 쉽게 읽혀진다.

말 그대로 퓨전이라 해서 이것저것 다 끌어다 깊이감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볶음밥처럼 섞어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자, 최근에 고리타분한 내 사고방식 하나를 멀리 던져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현대적 언어표현과 동시대인들이 갖는 감정의 표현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현실에 맞게 꾸며놓고 있다는 데,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그 가치를 인정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어찌됐든 간에 쉽게 그리고 빨리 읽혀지는 소설을 만나는 것도 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소설 공주의 남자1,은 시대적 배경으로 치자면 계유정난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수양대군과 단종의 이야기로 큰 축을 이룬다. 책에 등장하는 젊은 주인공 김승유(김종서의 막내아들), 이세령(수양대군의 첫째 딸), 신면(신숙주의 아들), 정종(경혜공주의 남편), 경혜공주(문종의 딸, 단종의 누이)는 물론 모두 실존 인물이다. 그러나 각각의 생몰 연대와 현존했던 시대가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기획 및 연출을 맡은 김정민 님의 이야기를 빌리면, 조선후기의 민담집(금계필담)에는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의 손자가 서로 사랑했다는 이야기가 실린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계유정난이 있을 당시 김종서의 아들은 세 살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조금은 안 된 말이지만, 그 어떤 뛰어난 업적이나 일화도 소개되지 않는 신숙주의 아들 신면이, 후대에 와 역사적 한 시점에서 큰 역할을 하는 인물로 재창조 되고 있다는 것 역시 각색의 힘이요, 재창조의 힘이 아닐까. 그런저런 이야기를 빌려와 말 그대로 살을 붙이고, 생기를 불어넣어 소설을 휘어잡고 이끌어가는 젊은 주인공들이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책 말미에 실린 KBS 프로듀서이자 문화산업전문회사 대표이사(수식어가 참 길기도 하다)인 최지영 님의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작품은 대부분 각색의 힘을 빌려왔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말을 옮겨보자.




-<공주의 남자>로 인해 우리 역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보다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허구의 사실을 극적으로 꾸민 드라마이지만, 그 본원은 실재하였던 우리의 역사 속에 있습니다. 따라서 드라마와 책이 다루는 역사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셨다면, 실제 흘러왔던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의 내용이 어떻게 또 얼마나 다른지를 비교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331p 발췌




각색에서 시작된 호응이라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와 관심사까지 그 흐름을 이어가라는 말이 된다. 시작이야 한 퓨전사극에서 출발한 드라마일수 있겠지만, 그것이 시발점으로 작용해 역사적 측면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욕심이야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의 드라마가 주는 파장은 제법 큰 듯하다. 이로 인해 새롭게 조명 받게 되는 역사적 사실 또한 드라마와 대중매체의 숨겨진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선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오는 작품이다. 섹스피어에게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시대적 흐름과 역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가문과 가문의 스토리에 비할 바는 아닌 듯싶다.

책은 수양대군이 김종서를 처단하고 막 계유정난의 시초에 불을 지피는 시점에서 1부가 끝이 난다.

책을 읽는 동안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드라마의 연계선상까지 이어지는 연출에 대해 생각했던 것 같다. 대부분 원작의 분위기에 따라 대사를 새로 짜고, 수정하는 식으로 대본이 나오지 않을까 했었는데, 의외로 책에 실린 대사들이 그대로 드라마에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로웠던 것 같다. 속도감 있는 빠른 전개로 장면의 전환조차 시원시원한 글쓰기라는 생각을 한다. 지루하지 않게 읽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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