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치세어록 - 난세를 사는 이 땅의 리더들을 위한 정조의 통치의 수사학 푸르메 어록
안대회 지음 / 푸르메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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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일곱 번째 서평

정조 치세어록-안대회


말로써 다스리다


얼마 전 모 연예인의 어록이 유행을 타던 때가 있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는 사실 얼굴이 잘난 편은 아니다. 그런데 그의 입담만은 유려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것이 비단 세태를 풍자하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은 아닌듯하다. 사람들의 생각이 미처 가 닿지 않는 그 어떤 부분까지 벅벅 긁어주면서 마지막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능글맞을 정도로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오는 그만의 능수능란한 언변 때문이겠지. 그의 유쾌한 달변은 진정 어록이라는 표현을 붙여줄만 하지 않은지. 정조의 어록을 들여다보면서 격식에 맞지는 않지만 나는 유독 그 사람을 생각했던가 보다.


제목이 ‘정조 치세어록’이다. 말 그대로 풀어보면 정조임금이 자신의 재위기간에 남긴 기록할만한 표현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접하면서 정조라는 인물과 또 한 사람 바로 이 책을 집필한 저자 안대회 선생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안대회 선생을 알게 된 것은 ‘고전산문 산책’이라는 그의 책 한권에서부터다. 일전에 작가 김탁환의 에세이를 통해 다시 안대회 선생의 함자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역시 역사 소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생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었다. 어쩐지 친근하다. 그리고 안선생의 글이라면 자잘한 의혹 없이 믿고 읽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책은 비교적 얇다. 모두 8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장 마다 제목을 달아 주제에 맞게 분류하고 있는데, 저자는 각종 역사적 사료와 다양한 자료에 있는 문서들을 각각의 주제에 맞게 분류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목차만 들여다봐도 전체적인 책의 구성과 그 내용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분위기다. 내용 구성을 보면 가장 먼저 원문을 한글로 번역해 싣고, 그 다음 원문을 가져오는 순서를 밟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 작가가 원문 각각의 내용을 알기 쉽게 풀이해 놓고 있는 대목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해 볼 것은 이 부분일 것이다. 사실 ‘정조의 치세어록’의 가치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하나는 오로지 정조의 관한 것일 게다. 책 속에 등장하는 정조는 조선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또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노력하고, 공부하고 부하들을 독려하는 부지런한 군상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조선의 역대 임금 중에서 가장 많이 공부한 임금이라고 했던가. 그렇다 하더라도 정조의 이미지는 책만 좋아해서 책 속에서만 사는 일개서생의 기질과는 또 다른 어떤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정조는 실전에서의 강렬한 카리스마와 실리원칙을 따르는 현명함을 보이고 있다. 이 책의 가치 첫 번째는 정조가 지니는 임금으로서의 자질확인이다. 또 다른 가치를 이야기할 때  혹시 기획의도와도 비슷한 부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 안대회는 정조의 정치적 행보와 당대의 흐름을 현대의 것과 자주 비교 분석하며 또 비판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그가 이 한권의 책 속에 담아내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단순히 정조어록에 관한 기록의 가치일까. 아니면 사회적 비판의식의 또 다른 작가적 표출일수도 있지 않을까. 책 한권 안에 두루두루 작가 안대회의 현실 비판의식이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두 번째 가치로 봐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획 의도에 있어서 어떤 부분에 더 많이 중점을 두었는지는 사실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그저 정조의 애민사상과 당대 치국에 있어, 이지적인 동시에 인간애가 담긴 정조 그만의 치세 노하우에 흠뻑 매혹된다 하더라도 누가 뭐라 할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 알고 있는 사도세자와 혜경궁 또는 영조등과 같이 책 속의 주인공 정조를 둘러싼 이미지들은 크고 단단하게 느껴진다. 당파와 당파의 갈등 속에서 현명한 군주로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스스로 단련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사심 하나가 자리를 잡는다.

각설하고, 조선의 역사가 왜 그다지도 정조를 대왕의 자리에 오르게 했는지 새삼스럽게 다시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었음에는 분명하다. 더불어 작가의 현실적 비판의식이 가져오는 과거와 현대사회의 조화 역시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던 것 같아 읽는 내내 유쾌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표현에 있어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아 읽는 이로 하여금 빠르게 잘 읽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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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브레이크 호텔
서진 지음 / 예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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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여든 여섯 번째 서평

하트 브레이크 호텔-서진


탈출구와 귀향지


작가의 상상력은 그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서진이라는 소설가는 처음 만나는 작가다. 사실 2000년도 이후에 문단에 나온 작가들에 대해 불행하게도 나는 아는 것이 없다. 현재 소설의 흐름이라고 해야할지. 현 시점에 쏟아져 나오는 소설의 특성을 논하기에는 기본 지식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만약 그의 소설이 만들어내는 형식과 분위기가 현시점인 현대 소설의 큰 맥을 차지한다면, 소설에 대한 개인적인 부담감은 결코 줄어들지 않으리라는 결론을 내려야 할 듯하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일종의 위기의식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재능을 평가할 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신선한 발상과 상상력 또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사고에서 벗어나는 획기적인 인식의 변화를 높이 사는 경향에 대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변함없이 나는 약간의 주저함을 갖고 있다. 색다른 맛을 맛보고 평가하기에 앞서 하나의 과일이 얼마나 숙성되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안에 가장 소중한 개념을 숨겨두고 싶어진다. 그것은 작가가 지니고 있는 인간애가 아닐까. 지극히 건강한 인간애 말이다.

서진의 소설은 전자와 후자를 잘 접목시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두 가지 요소가 잘 버무려진 소설을 읽으면서도 자꾸 전형적인 순수문학이 갖는 서사에 대한 갈망이 도드라지는 것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개인취향에 관한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작가 서진의 책 ‘하트브레이크 호텔’에 대한 느낌은 다소 복잡하다. 책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에서 기실 많은 부분이 부족했던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어떤 강렬함 내지는 낯선 풍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주의 평행이론이 엿보이는 듯한 분위기에, 공상과학영화에 나옴직한 시간이동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문득 한때 즐겨보던 영국 드라마 ‘닥터 후’가 생각난다. 공중전화박스처럼 생긴 타임머신을 타고 자유자재로 시공간을 여행하던 그 영화와 서진의 ‘하트브레이크 호텔’의 느낌은 일정부분 닮았다. 차이점을 이야기하자면 서진의 책 속에는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대두시키고 있다는 데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의 소설이 근본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감정인 ‘사랑’이라는 이론은, 책 속에서 자체적으로 강렬하게 살아 있다기보다 해설자의 이야기를 통해 더 강조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역시 내공이 부족해서인가.

각각의 다양한 소재와 서로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하트브레이크 호텔’이라는 같은 공간을 나눠 가지면서 공유와 비공유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각각의 내용은 연계성이 부족하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모든 내용은 긴밀하게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어 보인다. 다른 듯하면서 다르지 않는 것들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소설이 같은 공간을 매개로 하여 각각의 이야기를 끌어냈다는 데 완벽하게 성공적이었나를 생각하고 있다. 다소 인위적이며 작의적인 힘에 의한 억측의 기미는 없는지.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명확한 확신 없이 그저 다양한 상상만으로 개인만의 세계를 그려가듯, 소설은 이따금 탁구공 튀듯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방향성을 그려내는 듯했다. 하지만 기억할 것은 생경스런 스토리 전개 그 와중에서도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그 무언가를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작가는 책 속에서 ‘내 머릿속에 핸드폰 ․뉴욕’이라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직설적으로 밝히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직설적이라는 표현이 좀 거슬리기는 하지만, 어떤 수식이나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는 데 의의를 두자는 것이다. 그렇긴 한데, 서진 그는 참 독특한 작가임에는 분명하다. 자신의 소설에 자신을 등장시키는 일부터 그렇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할 자리를 작품 안에 마련했다는 것부터가 낯선 풍경처럼 들여다보이는 것이다.


…………몰입해 읽다 보면 현실과 비현실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어져서, 사랑은 가고 기억만 남은 어느 저녁에, 외로운 길을 혼자서 걷고 있다는 비애로 충만해질 것이다.…………

                                                                                                    (이명원의 해설 중 일부)


어쩌면 단순한 인간의 사랑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에 대한 갈망과 그것에 대한 작가적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야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던 작가 서진에게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이미지를 재창조하라 명명하는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하트브레이크 호텔’은 일종의 탈출구인 동시에 결국 되돌아와야 하는 현실에서의 귀향지라는 생각을 한다. 늘 같은 일상에 회의가 느껴서 여행을 선택하는 것처럼 익숙했던 소설분위기에서 색다른 어떤 것과 그 안에서 진실된 무언가를 찾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다시 들여다보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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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명상 레슨 -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 15분 명상
잭 콘필드 지음, 추선희 옮김 / 불광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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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다섯 번째 서평

처음 만나는 명상 레슨-잭 콘필드 지음




명상, 자아에게 말 걸기




언제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가 싶다. 하나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이겠지만 단발성이 짙은 적극성이며 다른 하나는 정반대의 감정이다. 그것은 반감 내지는 거부감이 분명하다.

명상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명상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지내왔을까. 기껏해야 나는 그저 생각한다, 는 개념으로 명상을 대처해왔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생각 속으로 빠져들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은 순간 끌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행위는 단순히 생각에 늪에서 허우적거렸던 것밖에는 아무런 의의를 둘 수 없어 보인다.




책은 정적인 명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움직임이 없이 앉은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정신을 모아 한 곳에 집중하는 과정은 지극히 정적이다. 물론 내면을 들여다보면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끊임없이 생각들이 오가고, 주문처럼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듯하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명상에 조금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쩌면 절정의 시기 이후의 평온함이라 명명할 수 있을까. 명상의 어떤 총체적인 정점 내지는 절정에 이르렀을 때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때까지 경험하게 되는 불안 내지는 혼돈 역시 깨끗하게 사라진다고 저자는 설명하는 듯하다.




본문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자. 호흡, 몸의 느낌, 감정, 생각, 용서, 사랑, 먹기, 걷기와 관련해서 다양한 명상법을 소개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채롭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인간이 삶을 영위하며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동안 경험하게 되는 모든 과정과 그 단계를 명상과 연결시켜 놓은 셈이다.

살기 위해서는 숨을 쉬어야 하고, 자신의 몸이 느끼는 육체적 또는 정신적 감각을 외면해서도 안 될 일이며, 인간이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과의 교류 차원에서도 ‘위빠사나(통찰명상)’가 늘 자리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명상법 소개에 앞서 저자는 명상에 관한 막연한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독자를 배려한 저자의 친절한 풀이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명상, 즉 통찰 명상의 목표는 어떤 특정한 마음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명상은 자각, 보다 열린 마음, 보다 또렷한 시선으로 매순간 존재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보다 열린 마음으로 존재하는 법을 가르쳐서 모든 마음을 이해하고 두려움 없이 사랑을 표현하도록 도와줍니다. ”(p26)




명상은 우리의 가장 내밀한 욕망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며, 내면의 자유와 행복을 발견하고 삶과 자신을 일치시킵니다. 명상을 통해 자신이 누구이며 이 낯선 삶에서 현명하게 살아가는 과정도 이해하게 합니다.”(p27)


저자는 명상의 핵심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명상의 핵심은 주위환경과 몸과 마음의 소리를 자각하고 주의 깊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살피고 존중하면서 집중하는 통찰명상입니다.

통찰 명상은 모든 상황에서 유용합니다…” (p23)




각각의 명상법을 소개하면서 쉽게 접근하며, 별 어려움 없이 따라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각각의 단락이 끝나는 곳에 ‘명상 유도문’을 첨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개인적으로 ‘유사 악’에 유난히 집중했던 것 같다. '사랑의 유사악은 애착'이며, '자비이의 유사악은 동정심', '평정심의 유사악은 무관심'이라 했다. 비슷하게 닮아있으면서도 결론적으로는 악한 기운으로 내게 찾아온다는 유사악이 시사하는 점은 비교적 크지 않은가.




단순하게 보면 한없이 단순한 책이다. 그러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나름 깊이감을 자랑하는 책이지 싶다. 명상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호흡이다. 바로 숨고르기라는 말이다. 살기 위해 처음 해야 할 일도 숨 쉬는 일이고, 명상을 위해 가장 처음 준비해야 할 일도 숨 고르기 바로 호흡이다.

이번 책은 명상의 정의와 필요성, 적응도와 명상을 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도 명상을 하는 과정에서 접하게 될 정신 즉 내면의 평정성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에 많은 부분 마음이 동해서 끌렸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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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달의 빵타지아 : 두 번째 이야기 - 더 쉽고, 더 가볍고, 더 행복해진
정영선(파란달) 지음 / 미디어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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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네 번째 서평

파란달의 빵타지아 두 번째 이야기-정영선 지음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책

 

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한 2년 전쯤으로 되돌아간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 없이 그저 평범한 아줌마의 눈대중으로 조금씩 만들기 시작했던지라, 맛도 모양새도 그다지 후한 점수는 주지 못할 수준임에는 틀림없었다. 한참 재미를 붙이고 있을 때는 매일매일 버터와 설탕 그리고 이스트나 베이킹파우더를 만지작거렸던 것 같다. 나는 한때 베이킹파우더와, 이스트의 차이조차 잘 알지 못했다.

빵을 만든다는 행위 자체는 다소 번거롭기도 한 일이다. 그러나 뭐랄까. 나름의 매력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친정엄마가 수술을 하시고 병원에 계실 때도 나는 두 악동과 조카까지 세 녀석들을 데리고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었다. 호두와 아몬드를 갈아서 준비하고, 밀가루와 버터, 이스트와 바닐라 향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함께 정말 빵을 구었다. 오븐에서 흘러나오는 빵 굽는 향이 집안에 그득했던 오래전 기억이 난다.




언제나 시작은 늘 그랬던가. 거기서 더 발전하고, 공부하고, 관심을 잃지 않으면 어쩌면 분명 베이커리의 무한한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확신을 한다. 하지만 나는 처음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어정쩡한 입장이다. 빵은 생각나면 가끔씩 만든다. 지금까지 정확한 레시피가 있는 책은 한권도 없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포스트잇에 옮겨 적기도 하고 딴은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빵을 굽기도 한다. 이를테면 버터가 부족하면 올리브기름을 넣는다든지, 초코칩이 없으면 견과류로 대체한다든지. 정확한 레시피를 생명으로 하는 전문가가 본다면 혀를 찰 일이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차피 빵의 세계도 창작의 세계인 것을. 이것을 이름하여 지나친 아집의 결과에서 파생된 오류라고 할 수 있을까.




‘파란달의 빵타지아’는 체계적인 베이킹 입문서다운 품모를 지녔다. 가장 기본이 되는 반죽에서부터 시작해,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도구의 소개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각각의 레시피마다 실제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과 해답을 ‘파란달 팁’이라는 코너에 소개하는 자상한 배려도 엿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목이 갖는 이미지에 끌리게 되는 것을 느낀다. 자꾸만 어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 느끼는 것이다. 빵타지아. 파란달의 빵타지아, 라는 글을 읽어낼 수록 ‘판타지아’, 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책은 빵을 매개로 한 판타지아의 향연으로 그 느낌을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어떤 것, 자유로운 어떤 것들의 어우러짐은 이번 ‘파란달의 빵타지아’가 내포하고 있는 주제와도 맞물린다는 생각이다. 책 속에는 말 그대로, 표현 그 자체로 알 수 있듯이 정말이지 다양한 빵들이 소개되고 있다. 다양한 빵의 소개와 더불어 그 속에 들어가는 부수적인 재료의 소개도 다채롭다.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평범하고 인지도가 있는 재료들을 포함해서, 신선한 응용이 돋보이는 재료의 선별까지 빵의 세계가 지니고 있는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시각적으로 볼 때 책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빵타지아라는 어휘가 지니고 있는 듯한 판타지아 세계의 어떤 깊이감을 선사해주는 작가의 빵을 위한 여행기에 정확하게 시선이 꽂혔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의 정성과 더불어 책이 지니는 생동감을 외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각각의 파트별로 쿠키, 머핀과 파운드케이크, 파이와 타르트, 케이크, 브래드(일반적인 식빵)는, 저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맛으로 느꼈던 각국의 다양한 빵과 쿠키의 소개와 함께 잘 어울려 책속에 자리하고 있다.




종류에 따라 달걀을 g으로 용량을 정할 때도 있고, 달걀 한 개 분량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해 다소 의아해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중요하지 않다. 아무려면 어떤가. 울 꼬맹이들은 이미 저자가 소개하는 레시피의 ‘밤 롤빵’의 맛을 보고 흡족해하고 있으며 호두 쿠키를 다시 구워달라고 조르고 있다. 밤 롤빵이라는 정확한 표현대신 녀석들은 ‘밤톨 빵’이라고 저희들끼리 이름을 새로 붙였다. 괜찮다. 빵 구워주는 엄마의 모습도 보기 좋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조금은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빵의 이름을 새로 붙여주고 저희들끼리 쿠키 반죽도 해가며 베이킹이 주는 행복감을 오감으로 집적 느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쯤 되면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엄마 책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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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혼의 약상자 - 어느 시인이 사유의 언어로 쓴 365개의 처방전
이경임 지음 / 열림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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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여든 세 번째 서평

마음을 치유하는 영혼의 약상자-이경임 지음




사유. 인간의 힘




아포리즘의 사전적 의미는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나 글, 격언, 금언, 잠언, 경구 따위를 이른다’고 되어있다.

이경임의 책 ‘영혼의 약상자’를 아포리즘의 모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인이었으나 시의 세계에서 멀리 떠나있었다고 했다. 세간의 이목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소개문에 나와 있는 문구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문학의 본질로부터 멀찍이 괴리된 문학적 삶과 소비지향의 문단 풍토에 대해 거부와 회의를 드러낸다’는 문구가 그것이다. 문학의 본질과 괴리된 문학적 삶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무엇이 그토록 괴리감으로 점철되었기에 이경임 그녀가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 잠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장으로 인해 문득 한권의 책이 품고 있는 분위기라고 할지, 사상이라고 해야 할지,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힘든 부분이겠지만, 책과 작가 이경임이 갖고 있는 그녀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순수한 날것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볼 때 표지 날개에 적혀있던 출판사의 소개문이 꽤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또 무슨 사심이 담긴 어정쩡한 발언인가. 책은 모두 열두 가지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제목이 ‘마음을 치유하는 영혼의 약상자’이기에 열두 가지의 이야기 역시 제목과 비슷하게 ‘마음을 치유하는 처방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전체적으로 주제를 잡고 글을 분류하고 있긴 하지만, 크게 봐서 그 구분이 모호하다. 이를테면 각각의 주제 안의 내용들이 다른 주제 안으로도 편입 가능할 수 있을 만큼의 자잘한 연계성을 지니고 있어 보인다.

책의 전반부는 그 내용에 있어 비유로 들자면 비교적 색체가 어둡다. 그녀는 회의론자인가 아니면 무신론자인가. 라는 낙서를 휘갈겨 적는다. 또는 개인적 사유가 대중의 공감대를 얼마나 확보 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을 적어놓기도 했다. 문득 그녀가 회의론자가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내 자신이 지나치게 비판주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책은 저자가 사유하고 기억하는 삶의 진리와 지혜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중간에 역대 철학자나 유명한 작가들의 명언이 실린 글을 부분 발췌해 인용을 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저자의 글과 인용글이 어떤 규칙성 없이 자유자재로 뒤섞여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때문에 글을 읽다보면 이글이 저자의 것인지, 인용의 글인지 확인을 하려는 버릇이 새로 생기는 듯하다. 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깐깐한 고집이 고개를 뻗어 내미는 걸 느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불쑥불쑥 실어놓은 인용문구의 차원이 아니었다.

아주 문득 갑자기 생각하기를 각각의 인용구에 새로이 생명을 불어넣어준 소제목에 시선이 꽂혔던 것이다. 저자 이경임이 하나씩 명명한 제목은 그냥 평범한 제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느 한가지의 주제를 잡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수행자의 시간 같은 긴 흐름이 가져다준 결과물들이 아닐까. 시각적으로 간단명료하지만, 각각의 주제에 맞게 선별한 깊이감이 살아있는 제목들이다. 상징과 비유로 때로는 요약으로 제목과 내용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축축 늘어지는 것을 마냥 싫어할 것 같은 저자가 마지막까지 애정을 쏟으며 붙잡고 있었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라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본다.




저자는 책 안에서 ‘거리감’을 강조한다. 거리두기. 그것은 나와 내 자아 사이의 일상이나 감정 부분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일과 더불어 나와 타인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거리감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요약 가능하다.

책 한 귀퉁이에 주변의 시선, 개인의 감정 다스림과 피드백 효과라는 낙서를 해본다. 거리감을 일정부분 확보하고 있으면 어쩌면 객관적인 결과로 피드백 기능의 긍정적 효과와 그 결과물을 접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여전히 삐딱선을 타고 있는 나는 영혼의 약상자라는 표현이 한걸음 더 들어간 비유라는 생각이다. 비유에도 단계가 있다고 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너무 깊이 들어간 비유라고 감히 말하려던 참이다.

회의적이면서도 냉정함과 냉철함이 서려있는 비판의식이 날카롭게 살아있다는 것이, 내가 만난 이경임의 책이 갖는 총체적 이미지라는 생각을 한다.




책에 대한 기록을 마무리 할 시기에  문득 내 자신과 저자 이경임에게 들려주고 싶은 문구 하나가 생각난다.




‘너희가 문학의 진정한 순수와 참여를 알아. 혼돈의 시간은 잠깐 지나갈 뿐이다.’




김동리 선생이 생전에 남긴 이 이야기가 지금 이 순간에 얼마나 적절하게 어울릴지는 미지수다. 다만, 내가 처한 환경의 분위기나 색을 떠나서, 이 짧은 문구 하나가 던져주는 의미에 저마다 일정부분 적당한 힘을 얻는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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