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브레이크 호텔
서진 지음 / 예담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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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여든 여섯 번째 서평

하트 브레이크 호텔-서진


탈출구와 귀향지


작가의 상상력은 그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서진이라는 소설가는 처음 만나는 작가다. 사실 2000년도 이후에 문단에 나온 작가들에 대해 불행하게도 나는 아는 것이 없다. 현재 소설의 흐름이라고 해야할지. 현 시점에 쏟아져 나오는 소설의 특성을 논하기에는 기본 지식이 터무니없이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만약 그의 소설이 만들어내는 형식과 분위기가 현시점인 현대 소설의 큰 맥을 차지한다면, 소설에 대한 개인적인 부담감은 결코 줄어들지 않으리라는 결론을 내려야 할 듯하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일종의 위기의식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재능을 평가할 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신선한 발상과 상상력 또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사고에서 벗어나는 획기적인 인식의 변화를 높이 사는 경향에 대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변함없이 나는 약간의 주저함을 갖고 있다. 색다른 맛을 맛보고 평가하기에 앞서 하나의 과일이 얼마나 숙성되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안에 가장 소중한 개념을 숨겨두고 싶어진다. 그것은 작가가 지니고 있는 인간애가 아닐까. 지극히 건강한 인간애 말이다.

서진의 소설은 전자와 후자를 잘 접목시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두 가지 요소가 잘 버무려진 소설을 읽으면서도 자꾸 전형적인 순수문학이 갖는 서사에 대한 갈망이 도드라지는 것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개인취향에 관한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작가 서진의 책 ‘하트브레이크 호텔’에 대한 느낌은 다소 복잡하다. 책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에서 기실 많은 부분이 부족했던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어떤 강렬함 내지는 낯선 풍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주의 평행이론이 엿보이는 듯한 분위기에, 공상과학영화에 나옴직한 시간이동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문득 한때 즐겨보던 영국 드라마 ‘닥터 후’가 생각난다. 공중전화박스처럼 생긴 타임머신을 타고 자유자재로 시공간을 여행하던 그 영화와 서진의 ‘하트브레이크 호텔’의 느낌은 일정부분 닮았다. 차이점을 이야기하자면 서진의 책 속에는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대두시키고 있다는 데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의 소설이 근본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감정인 ‘사랑’이라는 이론은, 책 속에서 자체적으로 강렬하게 살아 있다기보다 해설자의 이야기를 통해 더 강조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역시 내공이 부족해서인가.

각각의 다양한 소재와 서로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하트브레이크 호텔’이라는 같은 공간을 나눠 가지면서 공유와 비공유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각각의 내용은 연계성이 부족하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모든 내용은 긴밀하게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어 보인다. 다른 듯하면서 다르지 않는 것들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 소설이 같은 공간을 매개로 하여 각각의 이야기를 끌어냈다는 데 완벽하게 성공적이었나를 생각하고 있다. 다소 인위적이며 작의적인 힘에 의한 억측의 기미는 없는지.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명확한 확신 없이 그저 다양한 상상만으로 개인만의 세계를 그려가듯, 소설은 이따금 탁구공 튀듯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방향성을 그려내는 듯했다. 하지만 기억할 것은 생경스런 스토리 전개 그 와중에서도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그 무언가를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일 것이다.    


작가는 책 속에서 ‘내 머릿속에 핸드폰 ․뉴욕’이라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직설적으로 밝히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직설적이라는 표현이 좀 거슬리기는 하지만, 어떤 수식이나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는 데 의의를 두자는 것이다. 그렇긴 한데, 서진 그는 참 독특한 작가임에는 분명하다. 자신의 소설에 자신을 등장시키는 일부터 그렇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할 자리를 작품 안에 마련했다는 것부터가 낯선 풍경처럼 들여다보이는 것이다.


…………몰입해 읽다 보면 현실과 비현실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어져서, 사랑은 가고 기억만 남은 어느 저녁에, 외로운 길을 혼자서 걷고 있다는 비애로 충만해질 것이다.…………

                                                                                                    (이명원의 해설 중 일부)


어쩌면 단순한 인간의 사랑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에 대한 갈망과 그것에 대한 작가적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야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던 작가 서진에게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이미지를 재창조하라 명명하는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하트브레이크 호텔’은 일종의 탈출구인 동시에 결국 되돌아와야 하는 현실에서의 귀향지라는 생각을 한다. 늘 같은 일상에 회의가 느껴서 여행을 선택하는 것처럼 익숙했던 소설분위기에서 색다른 어떤 것과 그 안에서 진실된 무언가를 찾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다시 들여다보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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