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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달의 빵타지아 : 두 번째 이야기 - 더 쉽고, 더 가볍고, 더 행복해진
정영선(파란달) 지음 / 미디어윌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여든 네 번째 서평
파란달의 빵타지아 두 번째 이야기-정영선 지음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책
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한 2년 전쯤으로 되돌아간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 없이 그저 평범한 아줌마의 눈대중으로 조금씩 만들기 시작했던지라, 맛도 모양새도 그다지 후한 점수는 주지 못할 수준임에는 틀림없었다. 한참 재미를 붙이고 있을 때는 매일매일 버터와 설탕 그리고 이스트나 베이킹파우더를 만지작거렸던 것 같다. 나는 한때 베이킹파우더와, 이스트의 차이조차 잘 알지 못했다.
빵을 만든다는 행위 자체는 다소 번거롭기도 한 일이다. 그러나 뭐랄까. 나름의 매력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친정엄마가 수술을 하시고 병원에 계실 때도 나는 두 악동과 조카까지 세 녀석들을 데리고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었다. 호두와 아몬드를 갈아서 준비하고, 밀가루와 버터, 이스트와 바닐라 향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함께 정말 빵을 구었다. 오븐에서 흘러나오는 빵 굽는 향이 집안에 그득했던 오래전 기억이 난다.
언제나 시작은 늘 그랬던가. 거기서 더 발전하고, 공부하고, 관심을 잃지 않으면 어쩌면 분명 베이커리의 무한한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확신을 한다. 하지만 나는 처음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어정쩡한 입장이다. 빵은 생각나면 가끔씩 만든다. 지금까지 정확한 레시피가 있는 책은 한권도 없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포스트잇에 옮겨 적기도 하고 딴은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빵을 굽기도 한다. 이를테면 버터가 부족하면 올리브기름을 넣는다든지, 초코칩이 없으면 견과류로 대체한다든지. 정확한 레시피를 생명으로 하는 전문가가 본다면 혀를 찰 일이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차피 빵의 세계도 창작의 세계인 것을. 이것을 이름하여 지나친 아집의 결과에서 파생된 오류라고 할 수 있을까.
‘파란달의 빵타지아’는 체계적인 베이킹 입문서다운 품모를 지녔다. 가장 기본이 되는 반죽에서부터 시작해,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도구의 소개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각각의 레시피마다 실제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과 해답을 ‘파란달 팁’이라는 코너에 소개하는 자상한 배려도 엿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목이 갖는 이미지에 끌리게 되는 것을 느낀다. 자꾸만 어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 느끼는 것이다. 빵타지아. 파란달의 빵타지아, 라는 글을 읽어낼 수록 ‘판타지아’, 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책은 빵을 매개로 한 판타지아의 향연으로 그 느낌을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어떤 것, 자유로운 어떤 것들의 어우러짐은 이번 ‘파란달의 빵타지아’가 내포하고 있는 주제와도 맞물린다는 생각이다. 책 속에는 말 그대로, 표현 그 자체로 알 수 있듯이 정말이지 다양한 빵들이 소개되고 있다. 다양한 빵의 소개와 더불어 그 속에 들어가는 부수적인 재료의 소개도 다채롭다.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평범하고 인지도가 있는 재료들을 포함해서, 신선한 응용이 돋보이는 재료의 선별까지 빵의 세계가 지니고 있는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시각적으로 볼 때 책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빵타지아라는 어휘가 지니고 있는 듯한 판타지아 세계의 어떤 깊이감을 선사해주는 작가의 빵을 위한 여행기에 정확하게 시선이 꽂혔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의 정성과 더불어 책이 지니는 생동감을 외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각각의 파트별로 쿠키, 머핀과 파운드케이크, 파이와 타르트, 케이크, 브래드(일반적인 식빵)는, 저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맛으로 느꼈던 각국의 다양한 빵과 쿠키의 소개와 함께 잘 어울려 책속에 자리하고 있다.
종류에 따라 달걀을 g으로 용량을 정할 때도 있고, 달걀 한 개 분량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해 다소 의아해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중요하지 않다. 아무려면 어떤가. 울 꼬맹이들은 이미 저자가 소개하는 레시피의 ‘밤 롤빵’의 맛을 보고 흡족해하고 있으며 호두 쿠키를 다시 구워달라고 조르고 있다. 밤 롤빵이라는 정확한 표현대신 녀석들은 ‘밤톨 빵’이라고 저희들끼리 이름을 새로 붙였다. 괜찮다. 빵 구워주는 엄마의 모습도 보기 좋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조금은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빵의 이름을 새로 붙여주고 저희들끼리 쿠키 반죽도 해가며 베이킹이 주는 행복감을 오감으로 집적 느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쯤 되면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엄마 책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