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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武와 전쟁 - 인간의 몸짓, 사회의 무예, 조선의 전쟁사
박금수 지음 / 지식채널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서적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아흔 두 번째 서평
조선의 武와 전쟁-박금수
武, 역사 속에서 다시 만나다.
가끔 인터넷 뉴스에 UFO관련 기사를 볼 때가 있다. 얼마 전에 실린 사진은 선명한 원반형의 미확인 비행물체였다.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놀랍다고 떠들었다지만 어쩐지 두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알 수 없는 것들의 출몰은 당혹감을 불러들인다. 매 순간 안다는 것을 전제로 살수는 없는 일이다. 살아가면서 배우는 게 더 많은 까닭이다. 하지만 미확인 물체는 보통의 신체리듬과 인식을 마구 뒤흔드는 존재임에는 분명하다. 어렸을 때 봤던 영화의 영향이 컸던가보다. 외계 생물체들이 지구로 접근하는 이유를 두어 가지 정도로 정리하고 있는데 그 목적이 갖는 의도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지 간에 그들의 접근은 비교적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던 어느 과학자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드문드문 나타나 마치 탐색전이라도 하듯 시간을 끌다가 어느 순가 하늘을 덮어버리지 않을까. 그들의 숨겨진 의도가 정복의 차원인지, 아니면 새로운 생명체와의 교류를 위함인지 아직까지는 알 수가 없다
순간 인간 본능의 한가지라고 말하는 전쟁과 정복에 대한 의지가 이들 먼 우주의 낯선 존재들의 그것과 얼마나 비슷한지 아니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생각했었던 것 같다.
박금수가 펴낸 책 ‘조선의 武와 전쟁’은 크게 무(武)라는 소재를 가져와 풀어낸 인문서적이다. 인간이 시대를 살아내는 것처럼 역사와 전통 역시 시대를 버티며 살아낸다고 생각한다. 이 지나한 세월을 살아낸 오롯한 역사 가운데서 저자 박금수가 찾아낸 무(武)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생각과는 달리 나름의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고백하건데 전쟁사에 관한 이야기인지라 지루하지 않을까 했던 처음 생각은 기우였다.
조선이 문치주의를 주창하여 무(武)의 역사가 가려져 있었던 것을 인지하면서도 결국 한 국가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무(武)에 기대지 않을 수 없었던 사실은 모순처럼 느껴진다. 박금수는 이 모순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모순과 아이러니한 역사적 상황 안에서 가려져 있던 무의 가치를 새롭게 밝혀내려는데 노력을 기하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내용을 감수한 사람이 누구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책은 무엇보다도 역사적 사실을 상세하게 기술하는 성실함을 보인다. 역사서가 아닌이상 깊이 치우치지 않아 버겁지 않다. 그러면서도 시간에 따라 무(武)가 어떻게 발전하고 진행되었는지를 순차적으로 적어나가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도 읽는 이에게 흥미와 신뢰를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이번 책은 잘 알려지지 않은 무와 관련한 역사서적의 발굴이라는 의미에서도 이에 맞는 가치를 인정 받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최초의 국가 공식무예서 ‘무예제보’와 사도세자의 십팔기를 정리한 ‘무예신보’ 그 아들인 정조가 완성시킨 ‘무예도보통지’ 등과 같은 시기별로 편찬된 무와 관련한 책자들의 소개가 무엇보다도 시선을 끈다. 다양한 무기의 상세한 소개와 활용법, 권법, 전쟁과 관련한 실용적인 전법 그리고 각각에 맞는 그림과 재연사진을 같이 보여주고 있기에 독자는 상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눈으로 직접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선물 받은 셈이다.
낯선 분야에 대한 배려이지 싶다. 보통의 독자의 이해를 위해 쉽게 풀어쓰고, 그림과 사진도 편집해 이해도를 높이고 있는 책은 그런 면에서 무척이나 친절하다.
책에 대한 총체적인 느낌은 간단명료하지만 나름 책이 지니는 힘은 크다. 조선의 역사와 함께 살아왔으나, 빛을 발하지 못했던 무의 세계를 소개하는 동시에, 무가 지니는 의미와 가치를 재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저자 자신의 의지를 싣고 있다. 어쩌면 저자 박금수는 십팔기의 재정립을 위해 한권의 책을 출간해낸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로 그의 십팔기 애정은 각별하다.
어느 시기에서는 서양의 개방 압력에 의해 또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동시대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부응하며 변화하고 또 잊혀져왔던 우리 전통 무예의 다양한 초상을 책 한권에 고스란히 모았다.
부록으로 싣고 있는 조선 무예 훈련터와 십팔기에 대한 이야기는 덤이기는 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각설하고 나라가 태평하기 위해서는 유연하면서도 강한 무(武)가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정확한 지적이다. 그런데 유연하면서 강한 무라는 개념이 참으로 어려워 보인다. ‘그때 그때 달라요~~’ 했던 어느 유행어처럼 순간순간 상황에 맞게 잘 응수하는 것이 관건이 아닐까. 그런데 이 정설이 우리 은하계를 벗어나 먼 우주 외계 미확인 물체의 주인공들에게도 들어맞을지 미지수다.
여담이지만 건강을 위해서 책속에 소개된 권법은 아닐지라도 무언가 운동을 좀 해야할 필요성이 있어보인다.